▲나비콜 앱 화면 서울시가 운영 중인 '장애인 바우처 택시' 앱인 나비콜 화면.
조현대
기자는 시각·신장 장애인들의 이동을 지원하는 '장애인 복지콜(이하 복지콜)'을 이용하기 어려울 때 서울시가 운영 중인 '장애인 바우처 택시(이하 바우처 택시)'를 불러 탑승하곤 한다. 바우처 택시 앱인 '나비콜'을 이용해 기자가 거주 중인 영등포 아파트로 호출하는데 이때 문제가 여럿 발생하곤 한다.
원칙적으로 배차가 되면 운전원들이 이용자에게 전화를 줘야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이에 필자가 직접 전화를 걸기도 하지만 받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다행히 배차가 완료돼 운전원이 집 근처까지 온다고 하더라도 필자가 요청한 장소에 정확히 오지 않아 탑승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한번은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택시가 도착했었는데, 이동 보조를 돕는 활동지원사가 없었다면 탑승이 아예 불가능할 뻔한 적도 있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시각 장애인에게 바우처 택시 탑승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느껴진다. 탑승 후에도 문제는 계속된다. 먼저 입장할 때 느껴지는 담배 악취다. 복지콜에 비해 바우처 택시의 경우 청결 상태가 좋지 않아 기자를 비롯한 후각이 예민한 시각 장애인들은 많은 불편함을 느낀다.
무엇보다도 요청한 장소에 정확히 내려주지 않아 난처함이 크다. 필자는 독립문에 있는 도가니탕 전문점 '대성집'을 자주 가곤 한다. 이때 종종 바우처 택시 운전원이 정문 앞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내려줘 길을 심하게 헤매곤 했다. 이러한 불편함에선지 기자 주변의 전맹인(시력이 0으로 빛을 지각하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은 혼자서 바우처 택시를 타지 않는다고 말한다.
복지콜이었으면 어떠했을까. 종로구에 거주 중인 맹학교 후배는 삼계탕을 좋아해 근처 '토속촌'에 자주 식사를 하곤 한다. 이때 복지콜을 이용하면 복지콜 운전원은 후배가 요청한 곳에 도착해 탑승을 지원하고 식당 자리까지 안내해 준다. 이후 식사를 다 마치고 다시 복지콜에 전화해 "7번 테이블에 앉아있습니다"고 하면 운전원은 해당 자리에서부터 이동 서비스를 지원한다.
기자가 느끼기엔 바우처 택시는 아직 이런 지원까지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도리어 바우처 택시를 탈 때 안전에 불안함을 느끼기도 하는데 야간의 경우가 그렇다. 영등포에 살고 있는 기자는 건강검진을 위해 일원동에 있는 삼성서울병원에 종종 가곤 한다. 일반적으로 오전 중엔 이동 시간이 5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야간에는 쏜살같이 달려 25분 이내에 도착한 적이 있었다.
이때 운전원은 기자에게 안전벨트를 꼭 매라곤 말한다. 일찍 도착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기자는 안전하고 편하게 택시를 이용하고 싶다.
'바우처 택시'가 교통 약자들의 안전하고 편한 이동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시행된 정책인 만큼 이용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더 필요하다. 서울시 택시정책과는 이같은 문제점을 파악해 복지콜 수준의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중증 시각 장애인도 혼자서 원하는 장소에 탑승하고 내려 편하게 볼일을 보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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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둠 속에서도 색채있는 삶을 살아온 시각장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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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처 택시, 중증 시각 장애인이 안전하게 이용할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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