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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복판에 숨겨진 시골길, 내곡둘레길을 아시나요?

[서울사람길100선] 내곡둘레길

등록 2025.06.07 15:27수정 2025.06.0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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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시티 서울은 빌딩과 도로로 도배된 회색 도시라는 일반의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천년 고도의 역사와 자연, 사람이 중심인 사람길이 서울 곳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이용한다면 사람을 회복하고 소통하는 행복한 도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걷기좋은 사람길 100선을 소개한다.[기자말]
언제 걸어도 포근한 길이다. 어렸을 때 뛰놀던 뒷동산처럼, 마을과 동산을 감아도는 정감 넘치는 시골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여기가 서울 맞나 하고 놀라지만, 서울 중에서도 강남 한복판 서초구 안에 있는 13개의 옛 자연부락 지역으로, 구룡산과 대모산, 인능산이 감싸고 있는 자연 속 옛마을의 정취를 담고 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도시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이 길을 걷노라면 마치 먼 시골에 온 것 같다.

좋은 자연환경 속에서 사는 마을을 볼 수 있고 누구나 좋은 숲길을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개발의 칼날이 닿지 않은 것에 안도감이 생긴다. 숲 속 산책로와 내곡동 주민들이 이용하던 자연 그대로의 오솔길이 연결, 연결되어 걷고 싶은 둘레길이 만들어졌다. 둘레길 주변으로 시골 밭과 화훼단지, 농장 등도 볼 수 있는 내곡동만의 특별한 길을 걸으며 순수 시골 감성에 빠져본다.


내곡둘레길 어렸을 때 뛰놀던 뒷동산처럼 마을과 동산을 감아도는 정감 넘치는 시골길이 이어진다.
▲내곡둘레길 어렸을 때 뛰놀던 뒷동산처럼 마을과 동산을 감아도는 정감 넘치는 시골길이 이어진다. (사)사람길걷기협회

5월 4일, 이 길을 나선다. 출발은 '염곡마을. 서초 50 플러스센터' 버스 정류장에서 한다. 양재역 9번 출구에서 버스로 4개 정류장(8분)이면 도착한다. 또는 양재시민의숲역 중간 탑승장에서 1정거장(4분) 거리이다. 버스에서 내리면 육교를 건너 염곡동의 한적한 마을길을 걷다보면 주택가 끝에 자락길이 나타난다. 밭 경작지 옆으로 난 시골길 그대로다. 조금 후 우거진 숲이 나타나면 숲 속 여행을 시작한다.

구룡산기슭의 숲길 옛부터 주민들이 이용한 구룡산 기슭을 감아도는 자연길이 예쁘다.
▲구룡산기슭의 숲길 옛부터 주민들이 이용한 구룡산 기슭을 감아도는 자연길이 예쁘다. (사)사람길걷기협회
안골마을의 시골밭 둘레길 주변으로 시골 밭과 화훼단지, 주말농장 등도 볼 수 있는 내곡동만의 특별한 길이 순수 시골 감성을 자아낸다.
▲안골마을의 시골밭 둘레길 주변으로 시골 밭과 화훼단지, 주말농장 등도 볼 수 있는 내곡동만의 특별한 길이 순수 시골 감성을 자아낸다. (사)사람길걷기협회

구룡산 기슭을 감아도는 자연길을 걷고, 농장 마을인 안골마을로 내려섰다가 다시 우거진 숲길로 향한다. 안골마을은 내곡동의 유래가 된 마을이다. 옛날 양재동 말죽거리와 청계산 앞쪽을 지나는 영남대로를 기준으로 안쪽 골짜기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안골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한자어로 내곡동이 되었다. 좁은 오솔길을 지나 깊은 숲길을 걷는다.

뒷동산길 구룡산 자락이 남쪽으로 흘러내린 뒷동산 같은 숲길을 걸어 샘마을로 내려선다.
▲뒷동산길 구룡산 자락이 남쪽으로 흘러내린 뒷동산 같은 숲길을 걸어 샘마을로 내려선다. (사)사람길걷기협회

아담한 동산이지만 울창한 숲길이 내려서는 곳은 샘마을이다. 이름 그대로 물이 많아 이름 붙여졌다. 1970년대 초 종로구 창덕궁 담장에 기대 살던 대규모 판자집촌이 헐리면서 철거민들은 문명이 닿지 않았던 적막한 산자락이던 이곳으로 집단 이주했다. 지금은 당시의 흔적은 없다. 깔끔하게 단장된 거리와 어린이집같은 노인정이 보이고 어느집 안뜰엔 향나무가 고태미를 뽐낸다. 마을 앞의 헌릉로를 건넌 후 내곡 IC 방향으로 걷는다. 교차 대로라고 겁낼 필요는 없다. 사람길이 잘 갖춰져 있고 굴다리를 건너는 길도 꽃밭 같다. 내곡 IC를 지나면 서울을 대표할 만한 화훼농업단지의 대규모 원예종묘 타운이 발길을 멈춘다.

원예종묘거리 내곡IC를 지나 신흥마을로 향하는 헌릉로 변에 대규모 원예종묘 거리가 발길을 멈춘다.
▲원예종묘거리 내곡IC를 지나 신흥마을로 향하는 헌릉로 변에 대규모 원예종묘 거리가 발길을 멈춘다. (사)사람길걷기협회

곧이어 나오는 신흥말길로 우회전해 들어서면 이곳 역시 서울에서 농촌풍경을 볼 수 있는 부락인 신흥마을이다. 길만 포장길일뿐 풀 나무와 개울이 정겹게 느껴지는 이유가 인능산 기슭의 자연 속에 파묻힌 시골마을의 여유로운 정취가 배어나오는 까닭이다. 신흥마을은 광복 후와 한국전쟁 후 월남한 피난민들이 정착한 마을이다. 고난 속에서도 새롭게 시작하는 새희망을 담아 '신흥'이란 마을 이름이 붙었다. 대게 '새말', '신촌' 등 마을 이름에 '새로운'이란 뜻이 들어간 마을은 광복 후 외지인이나 피난민들이 개척한 마을인 경우가 많다.

샘마루길 새희망을 담은 신흥마을 옆으로 도시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다양한 숲길이 이어진다.
▲샘마루길 새희망을 담은 신흥마을 옆으로 도시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다양한 숲길이 이어진다. (사)사람길걷기협회

마을을 통과하면 신흥말길에서 신흥안길로 바뀌는데, 시멘트 포장길인 폭 넓고 우거진 숲길이 길게 이어진다. 분재박물관이 나오고 숲속의 야외 가든예식장도 보인다. 분재박물관은 김재인 관장이 40여 년간 키워온 분재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으로 일부러라도 가볼 만한 곳이다. 길은 샘마루길로 이어진다. 복잡한 도시의 때를 털어내고 리프레쉬 되는 느낌의 한적하고 편안한 숲길을 걷다 보니 일행들에게서 "이런 곳에 집 지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인능산자락길 저 끝에 가면 뭐가 나올까, 한 사람을 위한 숲속 오솔길의 전형을 보여주는 예쁜 길이 꼬불꼬불 이어진다.
▲인능산자락길 저 끝에 가면 뭐가 나올까, 한 사람을 위한 숲속 오솔길의 전형을 보여주는 예쁜 길이 꼬불꼬불 이어진다. (사)사람길걷기협회

예비군훈련장을 지나 숲길을 빠져나오니 아까 길을 건넜던 헌릉로에 다시 돌아왔다. 이번엔 강남 전원주택의 메카라 할 수 있는 능안마을로 들어선다. 이 마을 역시 내곡동의 서울 속 숨겨진 시골마을이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가 들어오고, 이명박 대통령도 퇴임 후 집을 지을 땅을 매입하며 한때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서울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다. 바로 옆 홍씨 집성촌이던 홍씨마을이 귀퉁이만 남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마을이 사라지면 역사도, 추억도, 공유 공간도 사라지고 만다. 능안마을을 지나 이번엔 인릉산 자락의 오솔길로 접어든다. 인릉산 기슭을 따라 난 꼬불꼬불 자연길, 숲 속 오솔길이 너무 예쁘다.

청계산입구역에서 걷기를 마쳐도 되고,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여의천을 따라 조금 더 걸으면 양재시민의숲역에 도착한다.


내곡둘레길 정보

◇길의 유형/형태 : 둘레길/흙길 60% 포장길 40%
◇거리 : 10.5km
◇소요 시간: 3시간 30분
◇시작/종료 지점 : 염곡마을.서초50플러스센터 버스정류장, 가는 방법: 서초문화예술회관 정류장(중)에서 741, 470, 9404, 9408, 9409번 버스를 타고 4개 정류장(8분 소요), 양재시민의숲역 4번 출구에서 1정거장(4분 소요) / 마치는 곳은 청계산입구역 또는 여의천을 따라 조금 더 진행해 양재시민의숲역에서 마친다.
◇경유지 : 염곡마을 - 구룡산자락-안골마을 - 샘마을 - 신흥마을 - 능안마을 - 인능산자락 - 여의천
◇걷기 포인트 :
- 구룡산과 대모산, 인능산이 자락 아래 포근히 싸인 자연부락들을 걷는 길
-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산책로, 주민들이 이용하는 숲길을 연결한 코스
- 옛 골목길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자연마을들
- 넓은 숲길을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신흥안길과 샘마루길
- 숲 속 예쁜 오솔길이 이어지는 인능산자락길
- 청계산 신원동에서 양재천으로 흘러드는 생태하천 여의천
◇녹색길 비율 : 80%(신흥마을 생략 경우 95%)
◇난이도/경사도/최고점 : 하중급/20도/156m
◇샷 장소 : 산길, 오솔길, 숲길, 시골길을 남기자.
◇걷기 좋은 때 : 야생화가 활짝 피는 봄 가을이면 더 좋다. 자연길은 사시사철 좋다.
◇Tip :
- 단축 걷기로 신흥마을 제외 경우 7km
- 화장실: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 내곡동 주민센터
◇등급 : ★★★★★

길과 연계 가능한 명소

◇헌릉과 인릉 : 조선의 3대 왕 태종과 왕비 원경왕후를 모신 '헌릉'과 조선 제23대 왕 순조와 왕비 순원왕후를 모신 합장릉인 '인릉'이 대모산 기슭에 있다. 헌릉은 부부가 같은 언덕에 조성된 쌍릉으로, 조선 태조의 건원릉 형식을 따랐고, 여러 설치물과 배치법으로 조선 왕릉의 위엄과 웅장함을 잘 드러낸다. 헌릉에선 조선 왕릉 중 드문 신도비와 소전대를 볼 수 있다. 인릉은 순조 승하 후 10개월 만에 따라 간 왕후와 같이 합장한 왕릉이다. 매주 월요일 휴무.

응용 코스

1. 서초녹색길 : 청계산 입구에서 한강까지 연결되는 사람길이다. 중간중간 건널목을 건너긴 하지만 도시 속에서 자연 속 흙길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은 경이롭기까지 할 만큼 소중하게 다가온다. 내곡둘레길과는 여의천에서 잠시 만난다.

2. 서울둘레길 9코스 : 내곡둘레길 출발지로 서울둘레길 9코스가 지나간다. 구룡산을 내려온 서울둘레길은 염곡마을 입구를 지나 여의천을 따라 양재시민의 숲을 지나고 우면산으로 향한다.

내곡둘레길 지도

내곡둘레길 지도 내곡동의 13개 자연부락의 옛길을 이어 내곡둘레길이 되었다. 여건에 따라 오른쪽 신흥마을 부분을 뺀 단축걷기(7km)도 가능하다. 옅은 파란색으로 표시된 길로 걷다가 청계산입구역에서 종료할 수도 있다.
▲내곡둘레길 지도 내곡동의 13개 자연부락의 옛길을 이어 내곡둘레길이 되었다. 여건에 따라 오른쪽 신흥마을 부분을 뺀 단축걷기(7km)도 가능하다. 옅은 파란색으로 표시된 길로 걷다가 청계산입구역에서 종료할 수도 있다. (사)사람길걷기협회
#내곡둘레길 #시골길 #내곡동 #능안마을 #신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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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벨리에서 학술관련 IT회사 창업, 판교테크노벨리 IT 벤처회사 대표로 재직 중에 건강을 위해 걷기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Hiker로 살며 사단법인 사람길걷기협회를 설립하고 이사장으로 추대되었다. (사)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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