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꼽은 인생 영화는 <웰컴투 동막골>이다. 영화는 '동막골'이라는 깊은 산골에서 국군과 인민군이 동거하며 겪는 에피소드다. 영화에서 다음 대사는 상징적이다. 인민군 장교는 어떻게 하면 주민들을 잘 다스릴 수 있느냐고 촌장에게 묻는다. 돌아온 답은 "잘 멕이야지"였다. 평범하지만 함의하는 메시지는 깊다. 먹고사는 문제는 이념을 떠난 정치의 본질임을 뜻한다. 비록 깊은 산중에 있을 지라도 동막골 촌장은 국민을 살리지 못 하는 모든 형태의 '주의'는 허망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국민의 삶을 놓고 진보와 보수, 좌와 우를 따지는 건 위선일 뿐이다. 나아가 그런 정권은 무능하며 끝내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경제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 삶이자 존엄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이 <웰컴투 동막골>에 꽂힌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삶을 개선하지 못하는 모든 정치는 위선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선거 기간 중 '성장'을 강조하고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 '잘사니즘'과 '먹사니즘' 위원회를 설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난을 가장 실체적으로 겪은 정치인이다. 그는 중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공장에 취업했다. 또래들과 달리 거친 공장생활을 하며 배고픔과 눈치부터 배웠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검정고시를 통해 마쳤다. 그에게 "잘 멕이야지"는 뼈 속 깊게 박힌 본능이자 정치하는 본질적 이유다. 정치 역정도 순탄치 않았다. 주류 엘리트 정치인과 달리 아웃사이더였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고통과 설움을 달래줄 지도자로서 이재명을 선택했다.
유능한 정부는 편 가르기보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 달려있다. 맹자는 항산(恒産)에서 항심(恒心)이 나온다고 했는데 현실적 인식이다. 국민들이 이재명을 선택한 이유 또한 고단한 삶을 해결하라는 절박한 마음에서다. 어쩌면 내란 심판은 부차적이다. 이 대통령이 구상하는 정책을 현실로 옮기려면 폭넓은 지지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이 대통령은 당선 첫 일성으로 "통합 책임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수사가 아니라고 믿는다. 현실적으로도 절반을 적대세력으로 돌린 상황에서 정부를 운영하기란 여의치 않다. 나머지 51%까지 껴안을 때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자신을 지지했든 지지하지 않았든 국민통합을 통해 에너지를 모으는 건 대통령으로서 책무다. 사마천은 "가장 못난 정치는 백성과 다투는 것"이라고 했다.
내란 후유증에서 벗어나 이재명 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유능한 정부, 성공한 대통령을 위해 세 가지를 제언한다. 첫째 '포용'을 밑바탕에 둔 실용적 인사정책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유능한 인물이라면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겠다고 했다. 세종과 링컨이 그랬듯 직면한 경제난국 해결과 사회통합을 위해 진영을 뛰어넘어 인재를 찾아야 한다. 세종은 자신의 등용을 반대한 황희를 정승으로 발탁했고, 링컨은 자신을 경멸한 스탠튼을 국방장관에 기용했다. 황희는 세종 시대 르네상스를 이끌었고 스탠튼은 남북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신임에 보답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공이 있는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자리는 능력 있는 사람에게 주어야 한다"며 보수인사까지 기용함으로써 IMF경제 위기를 돌파했다. 포용 인사는 곧 실용이다.
둘째는 탈권위주의에 기반한 겸손이다. 우루과이 대통령 호세 무히카와 독일 수상 메르켈은 재임 기간 중 진영을 초월해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지지와 존경을 받았다. 무히카는 12년 동안 옥살이를 했음에도 예상을 깨고 정치보복을 하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 관저는 노숙자 쉼터로 내주고 허름한 농장으로 거처를 옮겨 낡은 폭스바겐 '비틀' 승용차를 직접 운전해 출퇴근했다. 또 월급 90%를 재임 기간 내내 빈민 주택기금으로 기부했다. 메르켈 수상 또한 모든 혜택과 의전을 거부한 채 동네 슈퍼에서 장을 보는 등 소탈한 행보를 보였다. 두 사람의 소탈한 탈권위주의는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런 대통령을 미워할 국민은 없다. 우루과이 경제가 연평균 5.5% 높은 성장을 이루고, 독일이 유럽의 맏형으로 잘나간 이유다.
끝으로 경청이다. 중국 역사상 가장 화려한 '정관의치' 시대를 열었던 당태종에게는 위징(魏徵)이 있었다. 태종은 지겹도록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위징을 가까이에 두고 경청했다. 위징이 죽자 태종은 "나에게는 세 가지 거울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깨졌다"며 통곡했다. 조선 500년 동안 유일하게 대왕 칭호를 얻은 세종과 정조 또한 경연에 참가해 신하들의 숱한 비판과 조언을 기꺼이 수용했다. 다행히 이 대통령은 전임 윤석열 대통령과 달리 잘 듣는 편이다. 4일 첫 국무회의에서도 무려 4시간 가까이 들었다. '이재명이 일은 잘할 것'이라는 비판적인 이들조차 감동시킬 정치력은 경청에 있다. 유능한 정치인을 넘어 존경받는 대통령을 꿈꾼다면 경청과 포용과 겸손은 핵심이다. '웰컴투 이재명'이 바꿔나갈 행보를 주목한다.
임병식 국립군산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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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 여행, 한일 근대사, 중남미, 중동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남미를 여러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편향된 중동 문제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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