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축제가 열릴 때마다 걸리는 책 명언 현수막. 아이들이 단 하나의 문구라도 마음에 새기길 바라는 보호자들의 마음을 담았다.
박순우
아이들은 책축제에 참여하는 중간중간, 그 문구들을 눈으로 훑는다. 무엇이 아이들에게 남을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다만 한 아이라도 이 축제를 통해 책을 멀리에 있는 신기루가 아닌 가까이에서 언제든지 찾을 수 있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친구처럼 받아들이기를 바랄 뿐이다. 윌리엄 서머싯 몸의 '책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인생에서 모든 불행으로부터 스스로 지킬 피난처를 만드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보호자들이 직접 나서서 모든 것을 준비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지는 임금은 없다. 소수의 보호자는 몇 개월의 시간을 할애해 일을 하지만, 모든 것은 봉사의 일환일 뿐이다. 그럼에도 신이 난다. 조금이라도 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더 아이들에게 기쁜 순간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더 좋은 것들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어서. 우리는 함께 웃고 울며 축제를 준비한다.
당장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다 해도
누군가는 돈도 안 되고 경력도 되지 않는 이런 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돈이 되지 않으면 내보일 수 있는 경력이 되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일까. 실패와 실수 투성이인 인생을 살아오면서 적잖은 후회와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하지만 마흔이 넘어 내 글을 쓰면서부터, 그 모든 순간들이 나를 만들어왔음을 알게 되었다.
잠깐 지나친 회사도, 몇 년 쌓지 못한 경력도, 잠시 배운 기술도, 쓰라린 아픈 경험조차도 모두 내게 남아 지금의 나를 움직이는 자양분이 되었다. 이제 나는 그 실수와 실패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 시간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모든 순간의 점들이 하나로 이어져 기다란 선이 되고, 그 선은 나의 인생이 되었으니까. 당장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다 해도 지금 내가 지나고 있는 이 순간이 훗날 내게 어떤 궤적을 만들어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밀려드는 일을 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즐겁게 일하는 스스로가 나조차도 신기하다. 나와 같은 마음인 다른 보호자들을 목격하는 기쁨 역시 무척 크다. 우리의 마음은 하나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것을 아이들에게 줄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더 기쁘게 해줄 수 있을까. 책축제 날짜가 점점 다가온다. 책이라는 존재가 아이들의 마음 속에 축제처럼 환하게 빛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린다.
지속가능한 가치로 아이들을 길러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육아 이야기를 씁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쓰는 사람.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공유하기
제주의 한 초등학교 보호자들이 9년 전부터 벌인 일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