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극기로 덮은 손수레에 실려 금남로로 옮겨진 허봉의 시신을 두 눈으로 확인한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사진은 광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있는 전시물이다.
이돈삼
밤 10시께, 3공수여단 15대대장이 시위대 차량을 향해 권총을 쐈다. 윤수웅 정보참모 등 20여 명은 시위대를 위협하려고 아스팔트에 M60기관총을 발사했다. 시청 옥상과 역 주변 건물에서도 기관총을 쐈다.
그 순간, 광주역 일대에서 기관총과 M16이 불을 뿜었다. 공수부대의 집단 발포였다. 김재화, 허봉, 이북일 등 민간인 7명(6명 총상)이 사망했다. 부상자도 수십 명 나왔다. 김재화는 총탄이 왼쪽 가슴에서 오른쪽으로 관통했다. 이발사 허봉은 공수부대의 구타와 대검에 찔려 사망했다. 공수부대가 급히 물러가면서 미처 치우지 못한 시신 가운데 1구가 그였다.
허봉의 시신은 다른 희생자와 함께 태극기로 덮은 손수레에 실려 금남로로 옮겨졌다. 계엄사는 간첩의 소행이라고 둘러댔다. 희생자를 두 눈으로 확인한 시민들 분노는 극에 달했다. 광주역 인근에서 오토바이상회를 운영하던 이북일은 종업원을 찾아 나갔다가 총을 맞았다.
광주역은 80년 당시 '신역'으로 불렸다. 대인동, 지금의 동부소방서 자리에 있던 '구역'과 대비된 이름이다. 신역은 광주의 관문으로, 오가는 사람과 차량 통행이 많았다. 계엄사 입장에서도 중요한 곳이었다. 광주역은 계엄군과 군수물자 이동로였다. 공수부대가 광주역을 필사적으로 방어한 이유다.
광주역 광장은 5월 18일 전남대 정문에서 공수부대에 가로막힌 학생들이 금남로로 가면서 지난 곳이다. 무등경기장을 출발한 차량 시위대도 역광장을 거쳐 금남로로 향했다. 광주역사 앞에 5·18사적지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 광주역 앞에 세워져 있는 5.18사적지 표지석. 광주역 광장은 5월 20일 밤, 맨주먹의 시민을 향한 공수부대의 집단 발포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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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시외버스공용터미널 자리에 설치돼 있는 대인지하도. 당시 공수부대는 이곳 지하도로 피신한 시민을 끝까지 쫓아가 총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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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외버스공용터미널은 광주와 전남을 잇는 교통의 중심지였다. 광주역과 금남로를 잇는 길목으로 시위대의 주요 거점 가운데 하나였다. 5월 18일, 7공수여단은 터미널 앞을 지나는 시내버스를 세워 학생과 젊은이를 끌어냈다. 이를 말리던 안내원과 노인한테도 진압봉을 내리쳤다.
19일, 공수부대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시위가 터미널 일대에서 펼쳐졌다. 총검을 든 공수부대는 시위한 시민을 찾아 터미널 대합실과 지하도까지 쫓아갔다. 아비규환이었다.
간신히 버스를 타고 시외로 나간 시민들 입을 통해 광주 참상이 전남 곳곳으로 전해졌다. 시위가 인근 시·군으로 확산됐다. 시외버스는 20일 오전부터 끊기기 시작했다. 22일엔 모든 시외버스가 멈췄다.
22일, 숭일고 1학년 양창근이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머리에 총을 맞았다. 양창근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 나오는 정대의 실제 인물로 보인다. 주인공 동호(실제 인물 문재학)가 찾아다니던 친구다.
소설에서 정대는 혼령으로 그려진다. 시신이 부패하는 과정을 보면서 자신이 왜 죽었는지, 그들이 자신을 왜 죽였는지를 생각한다. 정대의 친구 동호, 실제 문재학은 도청을 마지막까지 지키다 5월 27일 새벽 공수부대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 옛 시외버스공용터미널 자리에 있는 대인지하도. 지하도 입구에 5.18 당시 상황이 전시물로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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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시외버스공용터미널 부지에 세워져 있는 5?18사적지 표지석. 대인지하도 입구 광주은행 화단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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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공용터미널 부지엔 광주은행 본점과 롯데백화점 광주점이 들어섰다. 5·18사적지 표지석은 대인지하도 입구 광주은행 화단에 세워져 있다.
백화점 건너편에 광주 첫 천주교회인 북동성당도 있다. 북동성당에선 80년 5월 19일 함평고구마 농민투쟁 승리 보고대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대회 참가를 위해 미리 내려온 전국 가톨릭농민회원이 광주 참상을 목격했다. 그해 5월 30일 서울기독교회관에서 광주학살을 알리며 온몸을 던진 김의기 열사가 그 가운데 한 명이다.

▲ 롯데백화점 건너편에 자리한 북동성당. 80년 5월 당시 함평고구마 투쟁 승리 보고대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북동성당은 광주의 첫 천주교회다.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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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외면할 수 없어 갔던 전남도청... 그게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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