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이 다게르(Louis Daguerre, 1787~1851) I '탕플 대로(Boulevard du Temple)' 1838년 8월 공개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인류 최초의 사진이다
위키피디아
이제 사진미술관은 이에 걸맞게 일반 미술관과 차별화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사진의 수집, 보전, 연구, 전시, 교육, 아카이브 기능 등도 입체적으로 결합해야 하고, 사진의 실험성, 확장성, 창조성 등을 재확립해야 한다. 이제 그런 역량도 평가 받게 돼 미술관 관계자들 긴장된 모습을 보인다.
이 미술관 건립은 2015년부터 준비를 시작하여 10년 만인 지난 5월 29일 개관했다. 올 안에 새로 문을 여는 서서울 뉴미디어미술관까지 개관하면, 서울시립미술관은 분관이 8곳이 된다. 한국에 사진이 도입된 100여 년이 되었다. 이번 사진미술관은 그중 예술적이고 사료적 가치가 높은 2만여 점의 소장품과 자료를 확보하고, 총 26명의 사진가 컬렉션을 구축했다.
사진 매체가 현대미술에서 그 위상이 높아지는 때에 사진미술관이 생겨 시기적절하다. 이 미술관은 총규모가 7,048㎡로, 설계 공모에서 국내외 74팀이 경합해 'Jadric Architektur(대표: 믈라덴 야드리치)'와 한국의 '1990 도시건축(대표: 윤근주)'의 최종 선정되어 협업으로 완성되었다.
서울시립미술관 최은주 관장은 축사에서 "서울시립사진미술관은 2015년부터 건립을 준비해 왔습니다. 창의적이고 실험적 사진 전시와 프로그램을 연중 실행하고 한 세기를 뛰어넘는 한국 사진사의 체계화와 미래지향적인 사진예술의 가능성 탐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 서울시립사진미술관 개관에서 축사를 하는 서울시립미술관 '최은주' 관장
김형순
또, 사진미술관 한정희 미술관장도 "광화문과 경복궁시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진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 결과를 대중과 공유하며 모두에게 열린 미술관으로서, 다양한 관심사를 포용하는 문화예술플랫폼 역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개관 특별전이 10월 12일까지 미술관 2층과 3층에서 열린다. 그 주제는 '광(光)적인 시선'이다. 단순히 전시 공간이 아니라, 사진의 기록성과 예술성을 재정립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시민, 학생, 사진 및 예술계 종사자 등 다양한 참여자의 동참을 유도해야 하는 과제 등도 남게 되었다.
개관전 1부, '광채(光彩) : 시작의 순간들

▲ 조현두 I '잔설' 젤라틴 실버 프린트 65.6×82.2cm 서울시립사진미술관 소장. 사진의 추상화를 시도하다
김형순
여기 전시는 이 미술관의 소장품을 최초로 공개하는 전시로 한국 사진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 작품을 조망한다. 여기서 우리는 20세기 한국 예술사진의 기원과 그 미학적, 이론적 발전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정해창, 임석제, 이형록, 조현두, 박영숙' 작가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그럼 작가별로 작품을 감상해보자.
정해창은 1929년 한국인 최초로 개인 사진전을 연 선구자로 사진을 예술화했다. 구성 사진과 대형 인화를 도입해 사진계의 전환점을 가져왔다. 이형록은 초기 산업화의 상징인 철물의 리듬을 시각적으로 잡아냈다. 그리고 임석제는 해방 이후 달라진 리얼리즘 기법으로 사회상을 담았다.
조현두는 한국 모더니즘의 개척자로 사물과 형상을 해체하면서 사진에서 추상성을 실험했다. 또 박영숙이 있다. '1세대 여성주의 작가'로 여성적 감수성과 일상을 섬세하게 드러냈으며 50~60년대 젠더 감각을 기반으로 사진을 내면화했다.

▲ 박영숙 I 'NEW MASK' 젤라틴 실버 프린트 44×29.8cm 서울시립사진미술관 소장
김형순
개관전 2부, 스토리지 스토리(storage story)
여기 2층에서 열리는 스토리지 전시는 새 미술관과 창동 일대를 초점을 맞춰 다각도로 준비한 전시다 서울시립 사진, 영상, 아카이브 및 설치작품 90여 점이 소개된다. 현대사회에서 사진의 영향력과 예술적 가치를 조명하면서 통찰력 있는 이해를 선물하려 한다. 특히 사진미술관의 의미와 존재 이유를 다각적으로 탐구했다.
이 특별전에는 작가마다 다른 시선과 구성으로 기존의 통념을 깨는 신개념 사진들이다. 3개 코너(스토리지)로 나뉜다. 첫째, 미술적 도구가 되는 '재료', 둘째, 작가적 관점을 통해 다채롭게 구조화되는 '기록', 셋째, 사진이 기록 보전만 아니라 데이터를 해설해주는 '정보'라는 부제가 붙었다.
그럼 이제부터 '스토리지 스토리'에 참가한 작품을 둘러보자.
6명의 동시대 작가 '원성원, 서동신, 오주영, 정멜멜, 정지현, 주용성'의 작품을 선보인다. 먼저 서동신은 건축 과정에서 버려진 것을 자료화해 사진을 조형적 재료로 가능하게 했다. 전시 카탈로그나 서울시립미술관에 입고된 물품을 촬영한 후 기존방식과 다르게 재조립함으로써 사진에서 프레임과 고정된 의미의 구조를 해체했다.

▲ 원성원 I '완성되지 않은 건축, 지어지는 중인 자연'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69×149cm 2025
김형순
원성원은 사진을 물감처럼 사용해 콜라주처럼 작업하는 작가다. 회화와는 다르게 수백 컷을 현장에서 찍고 포토샵 등으로 재구성하기에 거기에 투입되는 열정과 에너지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거기에 수백 수천 개의 '레이어'도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작업 시간이 상당하다. 관객들 그녀의 사진 컷으로 콜라주한 불가해한 사진 작품에 경이로움을 표하기도 한다.
이번 미술관을 주제로 한 위 작품은 이를 완성하기 위해 철근, 자갈, 콘크리트, 목재가 들어가는 세트도 만들어야 하고 또 사진 콜라주도 합성시켜야 한다. 그 복잡한 작업이 결국은 사진의 프레임 안에서 직조되면서 완성된다. 여기 미술관을 생태계와 연결하고 자연의 모습으로 회귀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재현했다. 깊이 있는 공간감을 연출해 신령한 분위기까지 난다.

▲ 정지현 I 'Cast Capture_SP#02-4622' 피그먼트 프린트 위에 실크 스크린, 94×167cm 2025. AI 시대의 분위기도 난다
김형순
정지현은 3년간 촬영한 미술관 건립 사진을 기반으로 작업했다. 아카이브 사진 기록을 멀티 미디어 감각이 높은 3D 시뮬레이션 기법으로 확장했다. 그는 또 건축이 형성되는 과정에서의 비가시적 시간과 구조적 변화를 주고 정지된 이미지를 움직이게 해 오감의 경험도 건드린다.
주용성은 창동에 위치한 이 미술관의 지역적 정체성에 주목했다. 작가는 구술과 문헌을 바탕으로 사라진 장소의 흔적을 수집하고 이곳의 역사성도 재고한다. 이를 사진으로 재구성함으로써, 도시개발로 인해 지워진 기억과 사진을 복원하는 장소기반적 실천을 수행하고 있다.

▲ 정멜멜 I '벽 없는 수장고(프레임 밖의 이미지)' 플렉스 천에 잉크젯 프린트, 라이트 박스, 120×240×17cm 2025
김형순
정멜멜은 역시 미술관 수장고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디지털 기술로 해체와 복제로 변형함으로써 이미지의 확장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녀는 원본 이미지의 물성을 제로 포인트로 만들어 재구성한다. 사진 작업은 과거의 고정된 의미가 아니라 현재에도 발동하는 유동적 데이터로 활용한다. 사진을 통해 기술의 결과물로 문화적 코드와 기억의 단위도 보여준다.
끝으로 오주영은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으로 이미지 복원과 서사의 재구성을 실험한다. 수집된 과거의 이미지를 AI를 통해 예술 작품의 아우라로 복원한다. 관객이 자신이 선택한 이미지를 AI 관점에서 직접 참여하게 하면서 정보의 윤리문제도 언급했다.

▲ 오주영 I '아우라 복원 지도' / 소장품 사진 소장품 네트워크 분석지표 가변설치, 2025
김형순
문화기호학자 롤랑 바르트는 그의 사진 에세이 <밝은 방>에서 사진의 등급을, 길들여지기 쉽고 보기 좋은 '스투디움'과 관객의 살을 찌르는 듯 전율과 감동을 주는 '푼크툼'로 나눈다. 이렇게 사진감상의 수준과 안목을 키우는 프로그램이 8월부터는 어린이와 중고생을 위한 Photo SeMA이 열리고, 10월부터는 성인을 위한 Photo SeMA 아카데미로 열린다.
끝으로, 사진은 어느 장르보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예술이다. 또 순간의 즐거움을 잡아보려고 사진을 이렇게 저렇게 찍다 보면 작은 축제가 생기기도 한다. 때로는 모르는 사람 간에도 사진을 매개로 서로 소통의 통로가 열린다. 이처럼 이번 미술관의 개관은 일상에서도 시민들 사이에서 뜻밖의 친밀함도 촉진하면서 행복지수도 높이는 그런 문화 접촉점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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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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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 문을 연, 사진만 전시하는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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