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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재판 받아야? 한동훈식 헌법 해석이 틀린 이유

[주장] 헌법 제68조 제2항은 대통령 재임 중의 재판 정지를 정당화하고 있어... 형소법 개정안도 타당

등록 2025.06.10 16:48수정 2025.06.1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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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1.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공판기일 연기와 불소추특권

지난 9일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공직선거법 혐의 파기환송심을 심리하는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관련해 재판부에서 (18일로 예정됐던 공판) 기일 변경 및 추후 지정을 했다"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헌법 84조를 근거로 현직 대통령의 재판을 정지한다는 설명으로,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 재판은 이 대통령 퇴임 뒤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임박했던 선거법 파기환송심이 사실상 대통령 임기 이후로 연기됐다. 10일 대장동 사건 재판부가 24일로 예정된 기일을 연기하면서, 이 사건 또한 임기 이후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 나머지 두 재판의 정지 여부는 여전히 개별 재판부의 몫으로 남아있다.

헌법 84조는 이른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관한 규정으로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헌법 제84조의 '소추'가 단순히 기소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더 넓게 재판 진행까지 포함되는지에 관해 논란이 있어 왔다. 재판부는 후자의 입장을 취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스스로 사법부 독립을 꺾은 오늘 결정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역사에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헌법 84조는 대통령의 직무집행과 무관하게 임기 시작 전에 이미 피고인의 신분에서 진행 중이던 형사재판을 중지하라는 조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틀린 주장이다.

헌법 제84조의 '소추(訴追)'라는 개념의 사전적·문자적 의미는 형사사건에 관하여 "소를 '제기'하고 이를 '수행'하는 일"이다. 기소보다 넓은 개념이다. 따라서 헌법 제84조의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말은 현직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의 기소뿐 아니라 형사재판의 '수행'으로부터 벗어난다는 말이다. 결국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모든 재판은 당연히 재직 중 정지되어야 한다. 이는 헌법 제84조의 명령이기 때문에 재판 진행 여부에 관한 재량이 개별 재판부에 맡겨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서울고법 형사7부의 경우에서 보듯이 이 대통령의 사건들은 여러 법원의 각기 다른 재판부가 맡고 있고, 재판부마다 판단이 제각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이번 서울고법 형사7부의 재판 연기 조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재임 중 정지하도록 규정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오는 12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고 예고했다. 엇갈린 판단이 없도록 불소추특권에 대한 해석을 법에 못 박겠다는 것이다.

2. 불소추특권의 목적


불소추특권의 목적은 대통령의 원활하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보장이다. 즉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 및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의 지위에서 국정운영을 주도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고 있기 때문에, 불소추특권은 이러한 대통령의 원활하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보장해 주기 위해 예외적으로 부여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법조항의 목적을 고려한다면 당연히 재직 중에는 형사상의 기소뿐 아니라 취임 전에 기소된 형사재판의 진행도 정지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헌법 취지상 당연하다.

아울러 선거를 통한 국민의 선택은 불소추특권을 정당화시킨다. 즉 대통령은 당선을 통해 이미 국민으로부터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능력 등 – 계류 중인 형사재판에 관한 사안을 포함한 – 전반적인 사항에 대하여 총체적인 심판을 받았다. 국민으로부터 대통령 자격에 대한 신임을 부여받고, 대통령의 지위와 국정운영을 위한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다. 당선을 통한 국민에 의한 신임과 권한 위임은 바로 대통령 임기 중 국정운영의 방해 없이 오로지 국민만을 위하여 좌고우면하지 말고 전력투구하라는 국민의 결단이다. 그것이 국민주권주의고 민주주의다.


결국 원활하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불소추특권은 당연히 재직 중 형사재판 정지도 포함하고, 이는 선거에서의 당선이라는 국민의 선택을 통해 정당화된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선 바 있는 한동훈 당시 예비후보가 지난 4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정책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선 바 있는 한동훈 당시 예비후보가 지난 4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정책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유성호

3. 대통령 궐위에 관한 헌법 제68조 제2항은 대통령 재임 중의 재판정지를 정당화한다

한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동훈 전 대표는 "헌법 68조는 대통령도 판결로 자격을 상실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과 서울고법 형사7부 주장대로 대통령이 되면 진행 중인 재판이 중단되는 거라면 헌법 68조의 '판결로 대통령 자격을 상실한 때'란 문구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 또한 틀렸다.

3-1. 궐위와 관련하여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자의 경우는 다르다

한 전 대표의 주장과는 반대로 헌법 제68조 제2항은 오히려 현직 대통령의 경우에는 진행 중인 형사재판이 정지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정당화시킨다. 헌법 제68조 제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후단의 '대통령 당선자'의 경우에는 사망한 때뿐 아니라 형사판결의 확정 등으로 피선거권을 상실한 때에도 당선자 신분을 상실하고 다시 후임자를 선거해야 한다. 그러나 전단의 현직 '대통령'의 경우에는 단지 '궐위된 때'에만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 제68조 제2항은 현직 '대통령'의 경우와 '대통령 당선자'의 경우를 명시적으로 구별하여 현직 대통령의 경우에는 형사판결의 확정 등으로 인한 자격상실이 후임자 선거를 야기하는 원인이 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의 재임 중에는 형사판결이 확정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따라서 형사재판 자체가 재임 중 진행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굳이 헌법 제68조 제2항이 '대통령'의 경우에는 '궐위된 때'로 규정하면서, '대통령 당선자'의 경우에는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로 구별하여 규정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고, 그냥 간단하게 '대통령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라고 규정했었을 것이다.

결국 헌법 제68조 제2항의 문리적·체계적 해석뿐 아니라 반대해석의 방법에 따라도 '대통령 당선자'의 경우에는 형사판결의 확정으로 당선자 자격을 상실하지만, '대통령'의 경우에는 이를 적용할 수 없다고 해석함이 정당하다. 즉 현직 대통령의 경우에는 궐위된 때에만 후임자를 선거하고, 여기서의 궐위에는 사망이나 사임, 탄핵파면이 포함되지만,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한) 형사판결로 인한 자격상실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재직 중 기소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취임 전 기소되어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재임 중 정지된다.

3-2. 판결로 인한 자격 상실은 현직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당선자에게만 적용된다

이처럼 헌법 제68조 제2항이 굳이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자를 구별한 이유는 현직 대통령의 경우에는 재직 중 국정운영을 중단없이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려는 공적 목적과 이익이 인정되는 반면, 취임 전 대통령 당선자의 경우에는 아직 임기가 시작된 것이 아니라서 국정운영을 중단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보호하려는 공적 목적과 이익이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불소추특권 적용의 요건이 아직 충족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 당선자의 경우에는 취임 전에 형사판결이 확정되어 자격을 상실할 수 있다.

4. 결어(모든 재판은 재직 중 정지돼야 하고, 형소법 개정안은 불소추특권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조치로서 정당하다)

대통령 재임 중 재판이 정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한 전 대표 등 정치권 일각의 주장은 헌법 제84조의 불소추특권을 잘못 해석한 것으로 틀렸다. 또한 판결로 인한 대통령 자격 상실을 규정한 헌법 제68조 제2항은 현직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당선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므로, 이 조항을 근거로 대통령 재직 중 재판이 정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틀렸다.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헌법 제84조에 따른 기일 변경 및 추후 지정은 불체포특권에 근거한 당연한 조치이다. 불소추특권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이 대통령에 대한 모든 재판은 당연히 재직 중 정지되어야 하고, 이는 헌법 제84조의 명령이기 때문에 재판 진행 여부에 관한 개별 재판부의 재량은 없다. 그런데 실제로 이 대통령의 사건들은 여러 법원의 각기 다른 재판부가 맡고 있고, 재판부마다 판단이 다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재임 중 정지하도록 규정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러한 법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헌법 제84조의 적용범위를 입법적으로 명확히 하는 조치로서 정당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정연주씨는 전 성신여대 법대 교수입니다.
#불소추특권헌법제68조제2항형사소송법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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