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고리원전).
김보성
고리원자력발전소 2호기(650㎿, 가압경수로형)의 계속운전을 둘러싸고, 중대사고를 반영한 사고관리계획서가 빠진 채 수명연장이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민사회단체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방문해 규탄 서명지 등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기로 했다.
10일 부산시청 광장을 찾은 탈핵부산시민연대는 "11일 원안위에 부산·울산·경남 시민의 의견을 담은 서명지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열흘 간의 온라인 서명운동에는 핵발전소 인접 지역 500명 이상의 주민이 동참했다. 현장에 나온 박상현 부산환경운동연합 협동사무처장은 "사고관리계획서 심의 없이 가겠다는 건 법적 책무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키웠다.
원자력안전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1장 1조에 따르면 원안위는 원자력의 생산과 이용에 따른 방사선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전과 환경보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흥만 탈핵부산연대 공동대표, 김소미 부산녹색연합 사무국장은 "핵발전소의 중대사고를 평가하는 과정이 원안위 심의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는 존재의 이유를 배반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사상 최악의 참사였던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소환했다. 차례대로 참사를 거론한 이들은 "원자력안전법 개정으로 사고관리계획서가 도입된 까닭은 원전에서 한 번이라도 사고가 나면 엄청난 피해와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며 계속운전 운영변경허가 심의 시 함께 상정해 제대로 처리할 것을 압박했다.
수명 다한 고리2호기, 이대로 재가동 하나... "지금처럼 가면 중대사고 대비 알 수 없어"

▲ 부산지역의 수십개 단체로 이루어진 탈핵부산시민연대가 10일 부산시청을 찾아 고리2호기 심사에 사고관리계획서를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보성
다른 참석자는 부산시와 이재명 정부의 역할을 따져 물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중대사고 발생 가능성을 제대로 살피지 않는 건 부·울·경 시·도민의 안전과 생명은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라며 "그냥 두고 보고만 있진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2019년 제출된 고리2호기의 사고관리계획서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2호기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노후원전이다. 2023년 설계수명이 만료돼 가동이 중단됐지만, 윤석열 정부와 한수원은 연장 계획을 밀어붙여 왔다. 현재 6월 완료를 목표로 규제 전문기관의 심사가 이어지고 있는데, 지난 2월 원안위 회의에서 사고관리계획서와 계속운전이 별도라는 보고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를 지적하는 탈핵단체의 비판에 원안위는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사전관리계획서에 대한 심의도 같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자력심사과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계속운전 허가안과 사고관리계획서에 대한 심사가 진행 중이고, 이와 병행해 전문위원회 현황 보고도 하고 있다"라며 "이 절차가 마무리되면 원안위가 이를 동시에 심의·의결하게 될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탈핵단체는 "결국 장담할 수 없다는 걸로 들린다"며 각을 세웠다. 정수희 탈핵부산연대 집행위원은 "법 위반이나 꼼수 논란이 있는데, 명확한 약속이 없다면 노후원전의 안전성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대로 서명 전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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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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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관리계획서' 빠진 채 고리2호기 수명연장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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