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마련한 출간 축하 파티 글 쓰기는 삶을 살아가는 강력한 나만의 무기가 되어주었다.
송유정
나는 6년째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에서 글을 쓰고 있는 작가다. 작년에는 교육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책 <다시, 학교에 갑니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일주일에 두세 편의 글을 꾸준히 쓰고 있는데, 가장 많은 영감이 떠오를 때는 샤워할 때다. 만났던 사람과의 대화를 복기하거나 보고 들었던 장면을 다시 떠올린다.
엉켜있던 생각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보고 답이 보이지 않아 답답했던 문제의 해결책을 고민해 본다. 그 많은 자극들 중 무엇을 골라 글로 엮을지, 어떻게 쓸지를 궁리한다. 서로 연관 없어 보이던 다양한 자극들이 어떤 지점에서 엮이며 스파크를 발생시킬 때면, 유레카를 외치며 목욕탕을 뛰쳐나갔다는 아르키메데스가 된 기분이다.
신기하게도, 글은 글로 그치지 않는다. 글을 쓰기 위해 더 면밀한 관찰자가 되고 어떤 강한 자극이나 사회적 압박이 와도 내 안에서 한참을 갖고 노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윽고 글로 정리된 생각은 절제된 말로 이어진다. 적은 말로도 깊이 있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몇 년 전, 남편과 심하게 다툰 적이 있었다. 이혼을 언급할 정도로 서로를 모진 말로 할퀴었다. 우리의 앞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그때, 글을 썼다. 날카롭던 눈빛을 거두고 남편을 관찰했다. 남편의 말을 활자로 옮겨 적었고 그의 표정을 문장으로 만들었다. 남편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을 정리했고 하마터면 입 밖으로 뱉을 뻔했던 험한 말까지 적어보았다. 그렇게 탄생한 글을 읽고 또 읽었다. 더 이상 싸울 수 없었다. 글로 마주하는 그와 나는,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정리되지 않고 표현하지 못했던 생각이 세밀한 관찰과 농밀한 숙고를 거쳐 누군가에게는 개그로, 또 누군가에게는 글로 탄생한다.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가슴까지 침묵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처럼, 아무리 조용한 사람이라도 꺼내지 못한 생각, 전하지 못한 말은 한가득이다.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해 함구를 선택했던 이야기를 표현할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내향인이지만 세상과 소통할 원숙한 스킬 하나, 고난을 슬기롭게 풀어나갈 기술 하나를 장착하게 될 것이다.
'내향인으로 살아남기'는 40대 내향인 도시 남녀가 쓰는 사는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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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자신과 세상을 주의깊게 관찰하여 삶의 의미와 재미를 발견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늘 봄같은 기운이 세상에 가득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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