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장말빛' 전시 모습. 이지완님이 보내주신 파일을 3권으로 나눠 제작하였다.
식민지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책상과 의자가 있다. 이 책상 위에 조그맣게 빛나고 있는 책들이 있는데, 바로 이지완님이 기증해주신 '광장말빛'이다. 이 책은 이지완님이 1월 3일 한강진 철야 투쟁부터 기록을 시작하면서 3개월 동안 광장의 목소리를 모은 기록집이다.
"(한강진에서)그 전에 어디서도 듣지 못했던 생생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건 꼭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정치인이나 학자들의 기록은 공적 기록으로 많이 남아있지만, 실제 민중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사료로 잘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많더라고요. … 훗날 이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 이후에 시민들이 어떤 식으로 저항해 왔는지 분명히 연구할 텐데, 후대의 연구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록을 남기게 되었습니다."_이지완님 인터뷰 중
그는 흩어져 사라질지도 모르는 목소리들을 모았다. AI를 이용하지 않고 현장에 직접 참여하면서 목소리를 녹취하고 그것을 다시 푸는 과정을 거쳤다. 광장에 참여하는 시민으로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몸으로 학습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발언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연결고리'였다.
"아직 기록을 시작하지 않았던 때지만, 일단 여의도부터 쭉 흐름을 보면 당시에는 12월 비상계엄 그 자체에 대한 충격과 공포가 광장에서 지배적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12월 21일 남태령을 계기로 소수자들의 정체성 문제 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면서 지금까지 억압됐던 자기 서사들이 분출되었고, 특히 한강진에서 정점을 찍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다음 분출된 에너지들이 이제 소규모 투쟁 사업장들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모든 억압이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게 된 사람들이 각성하고, 그러면서 투쟁하고 있던 노동자들이나 소수자들로부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_이지완님 인터뷰 중
다수의 정치가 만연한 사회에서 소수자의 목소리가 광장을 비롯하여 연대 현장을 채우는 모습은 그에게도 변화로 다가왔다. 계속 소리치고 있었지만, 모두가 듣지 못했을 뿐인 소수자들의 외침이 파도가 되어 넘쳐흘렀을 때 광장은 모두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윤석열 퇴진) 광장에서 소수자들을 중심으로 통합이 이루어졌다고 보여져요. 소수자들을 중심으로 통합이 이루어지다 보니까 혐오와 차별의 목소리는 오히려 뒤로 밀려나는 모습들이 보여지더라고요. 그걸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평등 수칙이라는 광장의 약속이었던 것 같고요. 그래서 저는 광장이 보여준 가능성이 좀 더 우리 사회에 널리 확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_이지완님 인터뷰 중
12.3 계엄 이후 광장에는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은 안전한가, 평등은 무엇인가 등 우리 사회가 그동안 외면하거나 자주 말하지 않았던 질문들이 쏟아졌고 여전히 대답은 진행형이다. 그리고 쏟아지는 질문에 예술로 답하던 이들의 공통분모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공동체를 향한 헌신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작지만 큰 목소리를 내는 플루트, 바닥에 있던 종이들이 만들어낸 콜라주, 함께 한 동지들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한 채색화, 산개하던 목소리를 모아낸 광장말빛은 모두 이기심이 아닌 이타심에서 비롯된 사랑의 한 형태였다. 그들은 혁명을 표현하고 창조하는 예술을 했다.
누군가는 예술이 한 사회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면, 혁명을 표현한 사람들에게 예술은 사랑으로 사회를 투영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소개한 작품 외에도 전시장에는 아마스 님의 분필 그림, 성명서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한 <우리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무참히 짓밟히는 광경을 목도하였다>, <더불어 숲이 된 우리는 그 누구보다 강합니다> 등 더 많은 작품이 있다. 꼭 한 번 식민지역사박물관에 들려서 시민들이 만든 작품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보고 가시면 좋겠다.
*리우 작가와 이지완님의 인터뷰 영상은 온라인 전시를 통해 6월 13일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많은 시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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