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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나는 권성동 "한동훈, 캐릭터가 윤석열과 비슷... 소통 능력 키워야"

[현장] 퇴임 기자회견서 김용태 등 겨냥해 "자산과 부채 중 자산만 취하려는 기회주의" 비판

등록 2025.06.12 16:21수정 2025.06.1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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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소연

"윤석열 정부 실패와 탄핵, 대선 패배를 반면교사 삼아 성찰과 혁신을 시작해야지 이 가치가 '당권투쟁'으로 오용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가업(家業)을 이어받을 때는 부채와 자산이 함께 승계됩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6.3 조기대선 패배 책임을 지겠다'며 원내대표직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2월 12일 원내대표로 취임한 지 6개월 만에 물러나는 것이다.

권 의원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개혁안을 두고 촉발된 당내 계파 갈등에 대해 "우리는 제1야당이라는 자산을 가진 동시에 윤석열 정부 실패와 탄핵에 대한 부채가 있다. 이중 어느 하나만 취사선택할 수 없다"며 "그런데 당 일부(친한동훈계와 소장파)는 자산만 취하며 다른 일부에게 부채만 떠넘기려고 한다. 이는 기회주의이자 분파주의"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자산과 부채를 함께 승계해야 한다'는 권 의원의 퇴임사는 공교롭게도 오늘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송언석 의원의 출마 기자회견문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이를 두고 권 의원은 "이 (퇴임사) 원고는 어제 낮에 확정한 것"이라며 "평소 저의 지론"이라고 웃어넘기기도 했다.

권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김 비대위원장이 당무감사를 밀어붙이는 일명 후보 교체 파동의 적법성을 설명하는데 주력했다. 오늘 개최 예정이었던 의원총회가 무산돼 초·재선의원들, 소장파, 친한동훈계, 청년 당직자들이 일제히 반발하는 데 대해서도 "다수의 의견은 김 비대위원장의 생각과 달랐다"고 일축했다. 권 의원은 "패장은 말이 없다"면서도 "제 속이 문드러지고 자존심이 상했지만 인내하며 당이 분열되지 않도록 노력한 점"을 자신의 성과로 제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비명횡사된 이도 일치단결... 우리는 동지를 절멸 대상으로 봐"

권 의원은 12일 오후 2시 국회 본관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까지도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의 갈등으로 참 힘들었다. 국민의힘이 분열의 늪을 벗어나 소속 의원 개개인이 모두 당을 위하는 정예로 거듭나기를 바란다"는 소회를 밝혔다.


권 의원은 "제가 윤석열 정권 탄생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 뒤 친윤이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는 수식어가 늘 붙어다녔다"며 "그러나 저는 윤 전 대통령에게 아부하거나 특혜받은 적 없다. (오히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내각에도 참여하지 않고 정권 출범 이후 쓴소리를 해 당대표 선거 출마를 중도에 포기한 바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번 원내대표 출마 때도 밝혔듯 저는 당의 균열을 막기 위해 '독이 든 성배'를 마셨다. 윤 전 대통령이 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그래도) 당은 살아남아야 하지 않나.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분열이라는 상처가 아직 남아있기에 당의 단일대오를 유지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더해 "(대선 운동 과정에서는) 아스팔트 민심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탄핵 찬반을 놓고 대립하던 양쪽을 조율하고 단일대오를 꾸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 과정에서 (양쪽으로부터) 배신자라는 소리를 듣거나 구태라고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묵묵히 감내하며 당의 중심을 잡았다"고 자신했다.

원내대표 재임 기간의 설움을 토해내던 권 의원은 작심한 듯 일명 5대 개혁안을 둘러싼 당의 극심한 내홍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하자투성이인 (대선)후보를 내세웠지만 비명횡사당한 정치인들까지 나서 일치단결해 대권을 쟁취했다"며 "반면 우리는 훌륭한 후보를 내세우고도 분열과 반목으로 패배했다. 당의 동지를 절멸의 대상으로 보는 이런 행태는 극복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동훈에는 "윤 전 대통령 없었다면 정치인 안 돼"
홍준표에는 "우리 당 탈당하고 정계 은퇴하신 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소연

권 의원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자신의 행보를 질타해온 친한계와 당 소장파 인사 등을 가감없이 비판했다. 특히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과 동고동락한 불가분의 관계"라며 "오늘날 한동훈이라는 정치인은 윤 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못박았다. 연일 친정인 자당을 향해 "레밍", "병든 숲"이라고 비난하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에 대해선 "탈당하시고 정계를 은퇴하신 분"이라고 맞받았다.

권 의원은 "윤 전 대통령께서 기수 파괴를 하면서 법무부 장관에 한 전 대표를 임명하지 않았다면, 비대위원장에 임명하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정치인 한동훈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공사를 수십 년간 함께 하다 보니 제가 보기에는 한 전 대표의 업무 스타일이나 캐릭터가 윤 전 대통령과 비슷한 점이 많이 있다"고 평가했다. "조금 더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 당 조직원들과 의사조율하고 타협하는 자세를 배워야 한다"는 조언도 남겼다.

권 의원은 윤석열 탄핵 정국서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한 데 대해 "윤 전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으로 시간을 벌어야 했다. 우리 당 국회의원 다수가 조기탄핵에 반대했다"며 "20명 남짓한 의원이 '정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당 지도부는 다수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다. 같은 당 소속이라면 이견이 있더라도 다수 의견을 따르는 것이 맞는 태도"라며 친한계 등을 비판했다.

오늘 예정된 의총 취소 결정으로 김 비대위원장 개혁안에 우호적인 세력들이 반발하고 있는 데 대해선 "(반발이) 겁이 나서 의총을 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대다수 의원들의 (생각이) 김 비대위원장의 생각과 다른 데다 (원내대표를) 그만두는 마당 아닌가"라고 잘라 말했다.

권 의원은 오는 16일 원내대표 선출 이후 새로운 지도부 체제가 들어서는 것을 강조한 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윤 전 대통령 탄핵 문제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역사적 사실이 된 만큼 찬탄반탄 논쟁은 의미 없어졌다"며 논쟁을 중단해 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당의) 전면에 나서진 않겠지만, 뒤에서 중진으로서 책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소연
#국민의힘 #원내대표 #권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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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앞에 겸손하겠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김화빈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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