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새를 보고 싶다, 그래서 과학은 유전자를 해독했다

나는 아직 그 새를 본 적이 없다

등록 2025.06.12 17:48수정 2025.06.1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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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본 적이 없다. 망원경 너머, 먼 바다 위를 날아가는 뿔제비갈매기를 직접 본 탐조인의 기록을 읽으며 마음이 뜨거워졌다. 전남 영광 육산도, 바닷바람에 깃털을 날리는 한 마리의 존재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 새는 아직 내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내 마음 한가운데는 오래도록 자리하고 있다.

최근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과 국립생태원이 뿔제비갈매기의 전장 유전체를 완전히 해독했다는 발표를 11일 뉴스를 통해 들었다. 이 생명이 더는 우리 곁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다시 그 새를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뿔제비갈매기는 원래 멸종된 것으로 여겨졌던 새였다. 마지막 기록이 끊긴 이후 한 세대가 넘도록 자취를 감췄던 이 종은, 2000년 7월 중국의 한 무인도에서 극적으로 재발견되며 다시 생존 사실이 확인됐다. 전 세계적으로 150마리 남짓, 지구상에서 가장 희귀한 바닷새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2016년 4월, 전라남도 영광군 육산도에서 처음으로 번식이 확인되며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알려진 번식지로 기록됐다. 이후 매년 어김없이 번식지로 돌아오는 어른새(성조)들의 개체 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자, 우리나라는 국제 조류학계에서 뿔제비갈매기의 주요 번식지로 주목받게 됐다.

 뿔제비갈매기의 비행모습
뿔제비갈매기의 비행모습 환경부

과학은 이 생명을 붙잡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뿔제비갈매기 국내 번식 확인 이후, 번식생태 연구를 본격화했다. 번식 주기, 성조의 귀환율, 나이와 이동 경로 등 장기간의 관찰을 통해 중요한 생태 정보를 축적해왔다.

그리고 2024년부터는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과 함께 유전체 해독 연구에 돌입, 지난 6월 마침내 약 11억 7000만 개의 염기서열을 염색체 단위로 완전히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이 유전체 분석 결과, 뿔제비갈매기는 1만 개 중 약 5개만 다른 매우 낮은 유전다양성을 갖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는 두루미나 자이언트판다보다도 낮은 수치다. 유전자적 다양성이 낮다는 것은 동종의 개체수가 적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2022년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종이기도 하다.


 번식하는 뿔제비갈매기의 모습
번식하는 뿔제비갈매기의 모습 환경부

뿔제비갈매기(Saunders's Gull)는 희귀한 바닷새로, 주로 동아시아 지역의 무인도에서 번식하며 소수의 개체군으로 살아간다. 번식기는 봄여름으로, 모래와 자갈이 섞인 해안섬에 둥지를 틀고 1개 내외의 알을 낳는다. 번식 후에는 우리나라 남해안, 중국, 대만 연안 등을 오가며 생활한다. 해안 습지와 갯벌, 염전 등 얕은 해양 생태계에서 물고기나 갑각류, 곤충 등을 먹으며 생태계 먹이사슬의 상위 포식자 역할을 한다.

나는 뿔제비갈매기를 아직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 생명을 오래 지키고 싶다. 탐조인은 단순히 새를 '보는' 사람이라기보다, 그들이 다시 날아오를 하늘을 상상하고 준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번 유전체 해독 소식은 그 상상을 현실로 바꿔줄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시민의 관심, 정책의 의지, 그리고 한 명의 탐조인이 품은 작은 희망이 하나로 이어질 때 한반도 해안에 어디에서나 쉽게 뿔제비갈매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야장에 '뿔제비갈매기'라는 이름을 조심스럽게 적어본다.
#멸종 #멸종위기종 #뿔제비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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