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승탑 동 승탑은 통일 신라 시대의 사리탑 가운데에서 가장 형태가 아름답고 장식과 조각이 정교하다. 안내판 설명에 따르면, 맨 아랫돌에는 구름 속의 용을 팔각으로 장식하였고, 그 위의 중대석 받침에는 면마다 형태가 다른 사자상을 새겼다고 한다.
문운주
연곡사는 몇 번의 위기에도 마치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세 차례나 화마를 겪었지만, 그때마다 무너지지 않았다.
임진왜란 당시 승병 활동의 보복으로 한 번, 1907년에는 항일 의병의 근거지였다는 이유로 또 한 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6·25 전쟁 중 전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다행히, 국보 2점과 보물 4점의 귀중한 유적은 온전히 남아 있었다.
1965년 대웅전과 요사채를 겸한 전각이 세워졌고. 1981년에는 이를 철거한 뒤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의 대적광전이 새로 지어졌다. 깊은 산속에 자리한 연곡사는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승병을 일으키고 의병을 지원했던 사찰로, 그 이야기가 지금도 깊은 울림을 준다.
연곡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소박하면서도 기품 있는 일주문을 만난다. 세속을 벗어나 불심의 세계로 들어서는 첫 관문이다. 경내 중심에는 1981년 신축된 대적광전이 자리하고 있으며, 자연과 어우러져 고요한 품위를 풍긴다.
그 뒤편에는 고려 초기 승탑 양식을 간직한 국보 동승탑과 북승탑이 서 있어 연곡사의 오랜 역사를 조용히 전한다. 대적광전 옆에는 1907년 항일 의병의 근거지였음을 알리는 의병장 비도 남아 있다. 이곳은 단순한 수행처를 넘어 시대의 아픔과 함께해 온 공간임을 말해준다.
절집의 화려한 단청도, 정교하게 조각된 아름다운 승탑도 인상 깊었지만. 내 가슴에 가장 깊이 와닿은 건 임진왜란 당시 분연히 일어났던 승병, 그리고 1907년 항일 의병들의 정신이었다. 그들의 뜻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겠다는 마음을 새기며, 다음 목적지인 화개장터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마음을 나누는 화개장터

▲화개장터 전라도와 경상도가 만나는 경계에 있는 장터
문운주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 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
아랫마을 하동사람
윗마을 구례사람
닷새마다 어울려져 장을 펼치네
[...]
화개장터는 정말이지 '전라도와 경상도가 만나는 경계'에 있지만, 그 경계는 분열이 아니라 만남과 어울림의 공간이다. 서로 말이 다르고 풍습이 달라도, 장터에서는 물건을 사고팔고 웃음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하나가 된다.
화개장터는 단지 시장이 아닌, 지역과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이자, 통합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숙한 노래 '화개장터'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도, 바로 그런 따뜻한 '함께함'의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날 장터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이거 마셔요. 몸에 좋아요. 돈은 안 받아요."
장터 입구, 아주머니가 겨우살이차를 내게 건넨다. 종이컵의 따뜻함이 먼저 전해진다. 옆을 둘러보니 매실 가게 주인은 매실 씨를 기계로 바르고 있다. 고향에 매실나무를 몇 그루 가꾸고 있는 터라, 신기해서 한참 들여다봤다. 이곳에선 물건만 파는 게 아니다. 정성과 이야기, 그리고 마음을 나눈다. 그래서인지 화개장터엔 정말 없는 게 없다.
점심 메뉴는 참게·메기 매운탕. 참게의 구수한 향과 메기의 담백한 육질이 어우러지니, 깊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좁디 좁은 이 땅이 동서와 남북으로 나뉠 게 아니라, 온통 화개장터처럼 서로를 품고 어울리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마음 깊이 스쳤다. 그 마음을 안고, 이제 청학동을 향해 다시 길을 나선다.
화개장터를 지나 섬진강대로를 따라 약 4km, 오른편으론 섬진강이 흐르고. 강가엔 보기 드문 하얀 백사장이 펼쳐져 뜻밖의 풍경을 선사한다. 강과 산, 초록과 모래가 어우러지는 길.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세상과 한 발짝 멀어지는 듯한 청학동의 고요한 문턱에 닿는다.
청학동 삼성궁

▲ 고대 신화와 도교적 상징이 어우러진 신성한 분위기가 있는 곳.
문운주
경남 하동군 청학동, 해발 약 850m의 지리산 중턱에 위치한 삼성궁은 고대 신화와 도교적 상징이 어우러진 신비로운 공간이다. 이곳은 마치 다른 세계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방문자에게는 마치 시간이 역사 속 어느 대에서 멈춘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지리산 청학동 다른 세계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느낌인 삼성궁
문운주

▲지리산 청학동 신비로운 분위기의 삼성궁, 한 바퀴 도는 데는 약 1~2시간 정도 소요된다.
문운주
일단 삼성궁에 도착하면, 입구를 장식하는 수많은 돌탑과 솟대가 눈에 띈다. 자연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지리산의 숲과 계곡이 신성한 공간의 분위기를 전한다. 고대 신화와 도교적 상징이 어우러진 신비로운 공간이다.

▲지리산 청학동 삼성궁
문운주
민족의 정신과 혼을 알리기 위해 삼한시대(三韓時代) 천신(天神)을 제사 지낸 장소인 소도(蘇塗)를 본떠 삼성궁을 만들기로 하고, 50여 년 동안 부지면적 4만 3967㎡에 1500개의 솟대돌탑을 쌓았다고 한다. '삼성'은 환인, 환웅, 단군을 일컫는다.
삼성궁을 한 바퀴 도는 데는 약 1~2시간 정도 소요된다. 입구의 돌탑과 솟대를 지나 검달길을 따라 산길이 이어진다. 마고성에 도달하면 고대 신화와 도교적 상징이 어우러진 신성한 분위기를 느낀다. 각 주요 포인트를 천천히 감상하며 그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이맘때 가면 좋을, 여름마다 찾는 나만의 히든 여행지는 바로 추억 속의 피서지, 지리산 계곡이다. 지리산 계곡은 이미 그 자체로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데, 내게는 다시 갈 때마다 새로운 추억거리를 만들어준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평온함 속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 지리산 연곡사-화개장터-청학동,삼성궁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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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안 받아요" 마음을 건네는 곳, 이래서 여름마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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