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부인 헌화공원. 수로부인을 구하기 위해 남녀노소,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마을 사람들이 뛰쳐나와 <해가사>를 부른다. 그러자 바다용이 수로부인을 데리고 다시 나타난다. 바로 그 장면이 공원에 이야기처럼 펼쳐진다.
최다혜
그런데 <해가사>의 가사가 왠지 낯익다. 아마도 <구지가> 때문일 것이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만약 내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구지가(龜旨歌)>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 1세기 가락국에서는 하늘의 계시를 듣고 수로왕을 부르기 위해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가 바로 <구지가>다. 가락국은 가야의 전신이고, 훗날 가야는 신라에게 복속된다. 그러니 1세기 가락국에서 불렀던 <구지가>와 <해가사>의 노랫말이 비슷할 법하다.
원하는 바를 확실하게 쟁취해내는 노랫말과 설화가 매력적이었는지, 공원을 내려오며 아이들이 합창하기 시작했다. 공원 입구에 있던 찹쌀도넛 가게에서 맡았던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를 잊지 못했던 모양이다.
"엄마야 엄마야 찹쌀도넛을 내놓아라~ 만약 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가락국에서는 수로왕을 탄생시키고, 신라에서는 바다용으로부터 수로부인을 구해낸 노래다. 평범한 엄마인 내가 이길 재간이 있을리가! 못 이기는 척 찹쌀도넛 가게 문을 열었다.
1세기 가락국의 <구지가>는 8세기 신라의 <해가사>로 이어졌다. 그리고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 덕분에 21세기 대한민국에까지 닿았고, 이어령 선생님의 조언으로 삼척은 <헌화가>와 <해가사>의 고장이 되었다. 이렇게 우리의 역사는 맥을 잇는다.
2000년을 이어 온 고대의 노래는,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찹쌀도넛을 쟁취해내기 위해 말놀이로 이어간다. 이 아이들이 훗날 이 노래를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이어주길, 찹쌀도넛을 사주며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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