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업과 취업 준비를 병행 중인 대학생 P씨의 일정표
편윤서
실제 경기연구원의 '경기도 청년 구직 지원금 도입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취업을 준비하는 데 주 평균 14시간을 소요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 평균 수면 시간 8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중 남는 시간은 2시간뿐이다. 집안일, 여가 생활, 자기 계발 등 다른 개인 업무를 하기에 2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 모든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다.
A씨는 "친구들은 자신의 이력과 역량을 기르기 위해 바쁘다. 자연스레 집안일이 뒷순위가 된다"라고 말했다. 기본 삶을 꾸리는 데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생산성이 없다고 느껴지는 집안일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게 되는 것이다.
미룬 집안일이 불러오는 우울감과 삶의 질 저하
이렇게 '내 미래를 위해' 뒤로 미룬 가사 노동은 악순환을 불러온다. 자기 삶의 터전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집을 정돈하는 기본적인 가사 노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자괴감과 우울감이 크다. A씨는 인터뷰에서 "처음에 '나는 이런 가사 노동도 못 할 정도로 생활력이 없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우울감이 심해지자, 집안일 외주화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고, 이는 의외로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왔다.
한 임상심리전문가는 불안한 취업 시장에서 청년들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며 그중 하나가 자신이 사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덧붙여 "작은 집일수록 쉽게 지저분해 보이고, 더러워진 집은 청년들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내 삶에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좋은 결과를 얻고자 하는 마음이 곧 집안일의 외주화로 이어졌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A씨 역시 "집이 정돈되어 있으니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일하고 집에 왔을 때 행복도가 피부로 느껴지는 정도"라며 서비스 이용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 청소
Pexels 이미지
앞선 커버링 소비자 이용에서 파악할 수 있듯, 20대 청년들의 집안일 외주화는 어느 세대보다 활발했다. 설문 응답자 중 과반은 향후 집안일 외주화 이용 의사를 묻는 말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인터뷰에 응했던 A씨는 학업, 아르바이트, 취업준비 일정으로 꽉찬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이는 비단 A씨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제각기 바쁜 삶을 살아가는 600만 명의 대학생 A씨가 있다.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는 20대 청년들의 삶에서 집안일 외주화는 최소한의 여유를 지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현대 사회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분초사회', '시성비' 등 시간과 관련한 다양한 단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어느덧 돈보다 '시간'이 우리에게 더 소중한 자원이 된 것이다. 이는 유독 20대의 목을 거세게 옥죄기 시작한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압박, 캥거루족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 등 모든 것들이 모여 '나이를 더 먹기 전까지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을 만들어낸다. 결국 한국 사회에서 20대 청년들은 시간으로부터 쫓길 수밖에 없다.
고학점과 칼취업, 그리고 독립까지. 사회가 20대 청년들에게 바라는 것들은 수도 없이 많다. 이 모든 것들을 해내기엔 그들에게 24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들이 단순히 게을러서 가사 노동을 대행업체에 맡기는 것이 아니다. 가사 노동을 책임질 심적 여유와 물리적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20대 청년 사이에서 일어나는 '집안일 외주화'는 분초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20대가 선택한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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