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직주의 저널리즘 표지 .
커뮤니케이션북스
책에 따르면, 저널리즘을 정의하는 두 가지 관점인 '생산자 관점'과 '수용자 관점'의 경계가 약화되었다. 전문 언론과 경쟁하는 다양한 저널리즘 실천 양식의 등장으로 저널리즘의 권위나 힘이 작동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김어준의 뉴스 공장', '매불쇼', '오마이tv'와 같은 정치 시사 유튜브 채널로부터 얻는 정보를 더 가치있는 뉴스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채널 중 일부는 언론사 기반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시민들은 더 이상 기자가 보여주는 공인된 기사만을 뉴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단편적이고 파편적인 정보에 의존하지 않으며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해석하고 유통하면서 공론장에서 정치사회적 의사를 형성해나간다.
이로부터 기존의 저널리즘을 규정해왔던 생산자와 수용자의 규범화 된 접근으로는 오늘의 언론 현실을 해석하기 어렵게 되었다.
"위에서 아래로 의제를 투하하는 매스미디어 모델에서 시민들의 필요와 요구를 반영하는 아래에서 위로(bottom up)의 의제 설정 관행이 등장했으며, 단순한 뉴스 소비자로서의 독자, 시민은 저널리즘에 협력하고 저널리즘을 보완하는 능동적 수용자라는 새로운 성격의 존재로 변모하는 계기가 되었다."(14쪽)
비전문직주의 저널리즘의 영향력 확대
주간지 '시사IN'이 매년 시행하는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부동의 1위는 '손석희'인데, 부동의 2위가 '김어준'이다.
'김어준'이라는 시사정치유튜브 채널 진행자를 저널리스트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과 무관하게, 시민들은 이미 자연스럽게 그를 저널리스트로 인지하고 나아가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기자증', '출입증'으로 상징되는 엘리트 또는 기성 언론의 전문성이 흐려지고 전문직과 비전문직간의 직업적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은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해 저자는 "언론이 권위있는 정보제공자로서의 정체성을 구가할 수 있었던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매스미디어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수평적이고 탈중심화되고 분산화 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생태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필연적 결과"라고(26쪽) 본다.

▲ 책에 따르면, 저널리즘을 정의하는 두 가지 관점인 '생산자 관점'과 '수용자 관점'의 경계가 약화되었다(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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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직주의 저널리즘의 힘과 영향력은 일시적이거나 예외적인 수준을 넘어섰다. 저자는 그 대표적인 현상으로 '유튜브 저널리즘 현상'을 꼽는다. 정치인, 평론가, 인플루언서 등 취재원 역할을 하던 사람들이 더 이상 기자가 인터뷰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매체 행위에 나서고 있다.
유튜브에 자신의 채널을 직접 개설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논평을 제공하며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으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결과로 기성 언론의 영향력과 힘은 점점 감소하여 급기야 '전문직주의 저널리즘의 매개 없이도 작동하는 공론장의 부상'(31쪽)이라는 새로운 맥락을 창출하고 있다.
"오늘날 언론학계, 정책당국은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이 없어서 큰 일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실제 우리 사회에서는 신뢰받는 매체, 신뢰받는 저널리스트가 존재한다. 다만 그들이 전통 언론사, 전통 언론인이 아닐 뿐이다."(52쪽)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환경 변화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양식의 저널리즘에 대한 관점을 정립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오늘날 비전문직주의 저널리즘에 대한 신뢰는 더 높아질 것이다. 물론, 가짜뉴스의 생산과 극단적 정치 양극화 등 역기능 문제도 있으나 민주주의에 관여하는 다양한 힘의 역학 관계를 고려한다면, 공론장에서의 위기 현상들이 발생하는 책임의 전부를 저널리즘에만 돌릴 수는 없다.
오히려 이런 상상을 해 본다. 청와대 브리핑룸에 비전문직 매체도 들어갈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일반 기자들보다 더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사람이 마이크를 들고 정부 관계자에게 직접 질의하는 모습을 보게 될 날이 있을까?
기성 언론 기자들은 펄쩍 뛰며 반대하겠지만, 가능성 희박해 보이는 일이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언제는 유튜브라는 게, 1인 미디어라는 게 생길 줄 알았나 뭐!
[큰글씨책] 비전문직주의 저널리즘
유용민 (지은이),
커뮤니케이션북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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