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어디서 오는가 ? 몸의 병보다 깊은 '마음의 병'

병과 싸우는 마음이 무너질 때, 그 싸움은 더 힘들어집니다

등록 2025.06.22 15:03수정 2025.06.2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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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병원에 갑니다. 진찰을 받고 약을 먹고, 필요하면 수술도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몸의 고장을 고치기 위해 애를 씁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떤 사람은 그렇게 해도 병이 낫지 않습니다. 치료를 반복해도 고통은 줄지 않고, 때로는 병의 원인조차 분명하지 않습니다.

출가한 이후 병을 앓는 많은 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몸이 아픈 사람도 있고, 마음이 먼저 무너진 사람도 있습니다. 병은 꼭 몸에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몸과 마음은 따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영향을 받고, 마음이 괴로우면 몸에도 이상이 생깁니다.


몸에서 느껴지는 작은 통증이나 불편감이 반복되면, 우리는 걱정과 불안으로 인해 오히려 병을 더 키워버리기도 합니다. 반대로, 마음속의 병이 멀쩡하던 몸에까지 병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이미 입증된 사실입니다.

출가 전, 미국 UCLA에서 암 과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의과대학 진학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수업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이 하나 있었습니다. 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지속적인 스트레스라는 것입니다. 우울·불안·걱정 같은 마음에서 비롯된 감정들이 세포 간의 정교한 작동을 흐트러뜨리고, 결국 암세포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듭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몸에 늘 불만을 가지고 거울을 볼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 사소해 보이는 감정도 오랫동안 쌓이면 병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서양 의학은 병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하려 합니다. 그것이 의학의 기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일도 종종 발생합니다. 생활습관도 좋고 운동도 열심히 하던 사람이 아무 경고 없이 병에 걸리고,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일도 있습니다. 반대로 평소 생활이 엉망인 사람이 멀쩡하게 살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병이 과학적 이론만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censey on Unsplash

불교에서는 병을 세 가지로 봅니다. 첫째는 신병(身病), 몸 자체의 문제나 환경에서 비롯된 병입니다. 둘째는 심병(心病), 감정이나 생각의 습관에서 비롯된 병입니다. 셋째는 업병(業病), 전생이나 과거의 행위에서 비롯된 병입니다. 이 세 가지는 따로따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뒤엉켜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그래서 병을 치료할 때는 단순히 몸만 고치려 하지 말고, 마음도 함께 돌봐야 합니다. 명상이나 염불 같은 수행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키고, 전생의 업을 참회하며 신앙의 힘을 빌리는 것 역시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신앙의 힘을 빌리는 행위는 결코 불교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병원 치료만 받던 분들이 명상을 병행하면서 통증이 줄거나 마음이 안정되었다고 말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마음이 평안해지면 몸이 회복될 수 있는 길도 함께 열립니다.


병과 싸우는 마음이 무너지면, 그 싸움은 더욱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수행이 필요합니다. 건강할 때는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고, 몸이 아픈 경우에도 마음까지 쓰러지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힘이 됩니다.

병은 분명히 고쳐야 합니다. 반드시 이겨야 할 적입니다. 그러나 그 싸움에서 내 마음이 먼저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것, 그것이 기도이고 염불이며 수행입니다. 어떤 이들은 그 싸움을 통해 더 단단한 사람이 돼 갑니다. 더 겸손한 눈으로 삶을 바라보고, 더 지혜로운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갑니다.

병은 아픕니다. 하지만 그 아픔을 통과하면서, 사람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질병 #투병 #선명상 #수행 #현안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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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스님을 은사로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현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다양한 선명상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지도하고 있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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