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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수도·전기·통신 등 공익산업을 민영화했습니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후반부터 공익산업 민영화가 도입됐습니다. 통신은 완전히 민영화돼 SK, KT, LG 등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통신비가 가구당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로 OECD의 평균보다 높습니다. 전기는 민영화 도입의 사전 단계로 발전사업자와 송배전사업자를 분리했습니다. 현재 한전에서 분리된 6개의 발전공기업, 민간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존재하며, 전력거래소를 통해 한전에 판매합니다. 소매 부문은 송배전사업자인 한전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어설픈 민영화 정책으로 관리비용과 거래비용이 증가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가스의 경우 도매는 가스공사가 소매는 민간 도시가스사가 맡고 있습니다. 가스 역시 공급망이 독점되어 소비자는 지역 도시가스 사업자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서울의 가구당 수도 요금은 약 2만 원으로 전기의 약1/3, 가스의 1/2입니다. 영국 런던의 가구당 수도 요금은 약 10만 원으로, 전기 11만 원, 가스 12만 원으로 수도 요금이 전기요금, 가스요금과 비슷합니다. 민영화가 반드시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게 아닐 수 있다는 방증입니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반 물산업민영화를 추진했습니다. '물을 산업으로 볼 것인가?' '인권으로 볼 것인가?' 대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시민사회단체 등은 물산업민영화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필수적인 물의 공공성을 훼손시킬 수 있으며, 물의 사용은 기본적인 인권에 속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영화를 추진하는 논리는 영국의 사례와 다름이 없었습니다.
물의 공공성이 더 중요하다는 여론이 우세했고 물산업 민영화는 백지화됐습니다. 그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 물산업육성정책이 추진됐습니다. 물산업육성정책은 시장경쟁의 논리라기보다 가치공급망(value chain)중 제조업 등의 경쟁력을 육성해 해외시장을 개척하자는 정책 아이디어입니다.
민영화 정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산업화 시대의 산업 육성정책과 유사합니다. 즉 물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중소민간기업의 R&D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정부 또는 한국수자원공사나 광역지자체 등이 그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기회를 주자는 것입니다. 물산업 육성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국내 물시장의 작은 시장의 문제(small market problem)와 경쟁입찰제도를 근간으로 한 조달구매체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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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물산업은 시장 규모가 작아 규모 있는 제조업체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엷습니다. 경쟁입찰제도는 좋은 기술이라도 지속적 판로 확보를 어렵게 합니다. 결국 유형적인 물산업클러스터의 조성, 연구개발지원 등이 기대할 만한 효과를 얻기 힘든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을 산업으로 볼 것인가?' 또는 '인권으로 볼 것인가?' 물의 공급에 경제적인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 자체가 가치사슬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산업적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그러나 물은 사람의 생명, 건강과 직결되고 보편적으로 받아야 할 서비스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물론 공급 체계의 효율성과 생산성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경쟁이 없는 시장의 폐해는 영국 등의 공익산업 민영화 사례에서 증명되고 있습니다. 민영화가 효율성과 생산성을 반드시 높이는 것이 아니며, 비효율의 과실을 민간사업자가 향유하고 있습니다.
물산업 육성은 산업정책으로 유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치사슬의 상류에 있는 제조업 등의 경쟁력의 향상은 좋은 기술을 개발한 사업자가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의 마련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평균적 기술을 가진 사업자 간의 경쟁입찰로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현재의 계약구조의 개선이 절실합니다. 물산업클러스터를 만들어 공장을 모아 놓고, 일부 연구개발에 참여시키는 정도로는 근본적 개선이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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