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야당 지도부 만난 김병기, 웃으며 손잡았지만 법사위원장 신경전

[현장] 김용태·송언석, 거대 여당 일방통행 우려 전달... 김병기 "국힘과 협치할 준비 돼 있어"

등록 2025.06.17 15:16수정 2025.06.17 15:18
0
원고료로 응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유성호

집권여당 사령탑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신임 원내대표를 연달아 만나 "싸움보다 해법, 말보다 실천하는, 성과를 만드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용태 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167석으로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의 일방통행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협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 몫으로 요구하는 데 대해선 "상견례 자리"라며 즉답을 피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푸른색에 흰색 사선 무늬가 섞인 넥타이를 착용한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1시 40분 국회 본관에서 김용태 비대위원장을 예방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이뤄진 만남에서 김 비대위원장은 짧은 축하를 건넨 뒤 곧장 ▲ 민생회복지원금 등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 상법 개정안 ▲ 공직선거법·법원조직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화 소재로 꺼내 들었다.

김용태 "정치 법안 밀어붙이면 국정 흔들려" - 김병기 "언중유골 말씀"

김 위원장은 "정부가 준비하는 약 20조 원의 추경이 국민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예산이라면 협력하겠지만 재원조달 방식이 납득되어야 한다"며 "국가재정이 권력의 지갑이 되어선 안 된다. 정치적 목적 추경이라면 견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법개정안의 경우 자본시장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이라면 이견이 없지만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해치고 외국 투기자본의 개입을 넓혀주는 방식이라면 심각한 문제"라며 "법은 시장이 신뢰할 수 있어야 힘을 발휘한다"고 지적했다.

더해 "국가 뼈대를 구성하는 사법체계 개편 법안들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특히 대통령 기소를 막고 대법관을 늘리는 사안을 우리 국민은 '방탄입법', 권력장악으로 본다"며 "시급한 건 민생회복이다. 정치적 목적이 뚜렷한 법안을 밀어붙인다면 국정은 흔들리고 국민 삶은 무거워질 것이다. 정쟁이 아닌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지적에 김병기 원내대표는 "추경이나 상법, 사법체계 개정안에 관한 말씀은 언중유골"이라며 잠시 웃어 보인 뒤 "우리 당은 국민의힘과 협치할 준비가 돼 있다. 진지하게 토론하고 합의점을 찾으라고 정치가 있는 것인 만큼 깊이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송언석 "법사위원장 원내 2당이 맡아야" - 김병기 "정치 늦으면 무책임 비난 받아"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 원내대표는 김 비대위원장과의 회동 뒤 곧장 국회 본관 내 국민의힘 원내대표실로 자리를 옮겼다. 전날 선출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에게 화분을 건네고 손을 맞잡았다. 송 원내대표는 먼저 "김병기 원내대표께서는 굉장히 신중하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분"이라며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여당을 잘 이끌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김 원내대표 또한 안면에 미소를 띠며 "어제 서로 통화하며 덕담을 주고받았다"고 화답했다.

다만 서로 간의 덕담은 짧았다. 송 원내대표는 자리에 착석한 뒤 "22대 국회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쉽게도 협치의 정신이 상당히 훼손됐다"며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원내 2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짐으로써 입법권 내 상호 견제 균형을 이뤘던 관행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이 체계·자구심사권한을 가져 국회 내 '상원' 역할을 하는 법사위원장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데 대해 뼈 있는 말을 던진 셈이다.

송 원내대표는 "민생 법안은 정상적인 형태로 통과시키는 게 국회 오랜 관행"이라며 "(다수당인) 민주당은 국회 입법권뿐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거부권도 가지고 있다. 여야협치를 위해서라도 법사위를 (야당에 배정하는) 심사숙고해 달라"고 거듭 야당 몫 배정을 요청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 배정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상견례 자리"라고 즉답을 피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권이 바뀌어도 국회는 국민의 삶 최전선에 있어야 한다. 경제가 흔들리고 민생이 한계선을 넘어간 상황에서 속도도 중요하다"며 "정치는 늦으면 무책임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국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해법부터 하나씩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송언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팩트 앞에 겸손하겠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김화빈 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나 빼고 다 잤다"는 고2 딸의 하소연, "수업 들어줘서 고맙다"는 교사 "나 빼고 다 잤다"는 고2 딸의 하소연, "수업 들어줘서 고맙다"는 교사
  2. 2 2년간 싸운 군의원 "김건희 특검, 양평군 도시건설국장 주목해야" 2년간 싸운 군의원 "김건희 특검, 양평군 도시건설국장 주목해야"
  3. 3 구치소에서 버티는 윤석열...이럴 때 판례는? 구치소에서 버티는 윤석열...이럴 때 판례는?
  4. 4 원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막힌 일... 눈물 나는 24명 '최후진술' 원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막힌 일... 눈물 나는 24명 '최후진술'
  5. 5 '김건희' 묻자 기자 밀치고 다급히 떠난 양평군수, 김선교 의원도 묵묵부답 '김건희' 묻자 기자 밀치고 다급히 떠난 양평군수, 김선교 의원도 묵묵부답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