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안화력 고(故)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대책위)가 16일 오후 김충현 씨의 빈소가 마련된 충남 태안군 태안의료원에서 노동자 교섭 파행 및 장례에 따른 대책위 입장과 향후 투쟁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5.6.16
연합뉴스
끼임사고로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충현씨의 장례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태안화력 김충현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가 고인의 SNS 메신저 내역을 공개했다.
대책위가 공개한 고인의 메신저에 따르면 절차는 무시되었고, 작업은 강행됐다. 결국 고인은 선반 앞에서 나홀로 작업을 하다가 '끼임사고'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필연적인 구조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이어 대책위는 "고인은 혼자서 하는 위험한 작업 앞에서 반복적으로 '오앤엠 현장 소장을 통해 업무절차를 진행해 달라', '작업지시서를 소장에게 드리며 업무 협조를 지시하시면 될 것이다', '후속 처리에 대한 문제를 책임지겠다고 하면 진행할 수 있다'고 반복적으로 요청하며, 작업절차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 김충현 노동자가 생전 한전KPS 측에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와 작업요청 내역 등을 통해, 다단계 하청 구조 내에서 절차 없는 작업지시, 원청의 외주 회피 관행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실질적인 작업지휘 책임이 한전 KPS와 한국서부발전(주)에 있었음이 확인된다고 대책위는 주장하고 있다.
고 김충현 노동자의 동료들의 증언과 고인의 메신저를 살펴보면 "생전 절차를 지키려 애썼고, 위험 앞에서 멈추고자 했으나 작업은 관행대로 밀어 붙여졌고, 아무도 그의 말을 멈춰 세우지 않았다. 책임은 묻지 않으면서, 위험은 전가하는 구조가 그를 죽음으로 몰았다"며 "그의 마지막 기록을 보면 '책임지는 업무 범위가 넓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어 혼자 해결해야 합니다'라고 쓰여있다. 그는 그렇게 혼자였고, 구조는 그렇게 방관했다"
일상적으로 무시되는 작업절차
한전KPS가 작성한 '공작기계 정비절차'에 따르면, 매우 예외적이고 긴급한 돌발작업을 제외하면, ▲ 반드시 작업지시서 발행 ▲ TBM 회의 진행 ▲ 승인 후 작업 순을 따라야 한다. 작업절차 과정에서 위험작업이 걸러지거나 대안적인 작업방식이 검토될 수 있기에 작업절차를 지킨다는 것은 안전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 된다.

▲ TBM일지에 한전KPS 의뢰담당자의 사인을 요청. 유사한 카톡 내용이 많으며, 일상적으로 작업지시가 정해진 절차(현장 소장)을 거치지 않고 한전KPS측 의뢰자와 김충현님 간에 직접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신문웅(고김충현대책위 제공)

▲ 카톡으로 긴급작업을 지시함
신문웅(고김충현 대책위 제공)

▲ 김충현 노동자는 품질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작업의뢰에 대해 외부업체에 맡기자고 했지만 한전KPS측에서 주말에 가공해야 한다며 압박하자 김충현 노동자가 이례적으로 소장과 협의하라고 함.
신문웅(고김충현대책위 제공)
고인의 작업일지, 작업의뢰서는 경찰이 압수했다. 그러나 주변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한전 KPS 측은 작업의뢰서를 작성하기보다 작업일지에 약식으로 서명하는 식으로 작업을 의뢰했고 그것조차 하지 않고 관행적으로 카톡방이나 구두지시로 작업을 의뢰해 왔다.
"※긴급 스페이서 제작요망 내경 13.5mm*외경28mm*두께 13.5mm(재질무관). 수량 4개."
"정정 내경 16.0mm*외경 28mm*두께13.5mm. 내경 치수 정정함."
"저희도 외주가공 하고 싶은데 너무 긴급이고 주말에 시간적 여유가 정지 기간에 진행해야 해서 사정이 좀 많습니다."
"무진이 주말 가공이 불가능해서 피치 못하게 진행입니다. 뭐 걱정하시는지도 알고 저도 깔끔하게 외주주고 싶은데 상황이 아무리 알아봐도 해결이 안 돼서요."
(한전KPS 측이 김충현 노동자에게 보낸 메시지)
김충현 노동자는 부담스러운 작업에 대해 "오앤엠 현장 소장을 통해 업무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하고 "작업지시서를 소장에게 드리며 업무 협조를 지시하시면 될 것"이라며 절차대로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전KPS 측은 "무진이 주말 가공이 불가능해서", "저도 깔끔하게 외주 주고 싶은데"라며 재차 작업 강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외주 의뢰가 필요한 작업도 '빨리빨리 관행'에 따라 고인에게 작업을 강요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필요한 일이 생기면 그 사람이 작업의뢰서 작성해 직접 의뢰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보통 처음부터 제작하지는 않고, 제품을 구매하고 깎거나 해야할 때, 혹은 제품 기다리면서 임시로요. 다른 부서보다 기계 쪽은 의뢰할 일이 더 많았을 거예요." (한전KPS 정규직 노동자의 증언)
"(작업의뢰서 가져오는 게) 1년에 서너번? 5%도 안 돼요. (절차대로 진행되는 게) 1% 정도. 현장대리인 작업자가 서명했고. 작업기일은 협의해서 요청기한 보다 더 걸릴 수도 있고요. 급한 의뢰가 들어오면 끼워넣기도 하고요. 납기 여유 있는 건 좀 미루고 급한 일부터 하게 했고. 급하게 올 때도 작업의뢰서는 1%도 안 돼. (작업의뢰서를) 쓰라고, 쓰라고 해도 안 쓰더라고. 처음 입사해서 시스템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인수 인계 해주는 사람도 없고 신경 안 쓰고 해버린 거지. 지금 생각하니 섬찟해요."(김충현 노동자의 업무를 이전에 했던 동료의 증언)
"그런 건 감독하고 다 협의했고, 문제 생기면 감독이 책임집니다"
대책위는 "한전KPS 측의 '그런 문제는 감독하고 다 협의했고, 제작이나 사용 중 문제에 대해선 감독이 책임지기로 했습니다'라는 발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며 "해당 작업은 급하게 이루어졌고, 주말 제작을 강요할 정도로 원청의 압박이 센 상황이었다. 책임의 부담을 느낀 김충현 노동자가 작업거부와 같은 의사표시인 '오앤엠 현장 소장을 통해 업무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한전KPS 측은 '감독과 다 협의한 부분', '감독사에서 책임질 것'이라는 말로 재차 설득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김충현 노동자의 메신저 캡쳐.
신문웅(고김충현대책위)
공개된 메신저 내역에 따르면, 고인은 형식적으로만 기계1팀의 소속이었고 실제로는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지고 일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인은 고민 끝에 선반과 용접을 별도의 팀으로 구성해 달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대책위는 "여기서 언급된 '감독'이 서부발전 원청 소속의 현장 감독인지, 혹은 KPS 또는 하청의 감리 감독인지는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며 "만약 실질적인 작업 지시와 승인, 책임 협의가 서부발전 감독과 이루어졌다면, 이는 단순한 하청의 문제가 아닌 원청이 개입된 구조적 강요였음을 의미한다. 덧붙여 이러한 정황은, 위험하고 무리한 작업이 서부발전-한전KPS-오앤엠으로 이어지는 하청 구조 속에서 관행처럼 반복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수사당국은 이 지점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감독'의 정체와 지시 권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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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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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벅찹니다" 고 김충현씨 메신저로 드러난 원청의 '작업절차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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