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지키는 대학의 언어

[인터뷰] 민주주의를 지켜온, 지켜갈 사람들

등록 2025.06.18 10:06수정 2025.06.1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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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사태에 대학 사회는 차례로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대통령의 반민주적 행보를 규탄했다. 마치 학내 민주주의가 다시 한번 꽃피는 듯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계엄 이후 수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금 대학은 '정치적 중립'을 미덕으로 삼으며 정치로부터 분리된 공간처럼 기능하고 있다. 나아가 학내 인권·소수자 단체들은 그저 존재를 드러냈다는 이유로 각종 백래시의 대상이 되며 하나둘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언론은 학내 반응을 균형 있게 조명하기보다는 학생들 사이의 갈등과 대립을 과장하여 자극적인 소재로만 소비했다. 마치 대학 내에서 윤석열 탄핵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듯한 인상만을 남겼다.

이에 소셜투어 5기 숙명여대·성균관대 구술인터뷰 기획단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탄핵, 그리고 그 이후 이어질 민주주의의 흐름을 기록하기 위해 나섰다. <민주주의를 지켜온, 지켜갈 사람들>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기획은 숙명여대와 성균관대에서 각각 3명과 2명의 학내 구성원을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정치 참여 동기와 목적을 조망하고, 대학과 사회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함께 모색하고자 했다.

의사봉 너머의 정치

성균관대에서는 최근 여성주의 교지 편집위원회 정정헌의 중앙동아리 재등록이 부결돼 준중앙동아리로 강등되는 일이 있었다. 동아리 연합회는 활동 소명 미비를 이유로 삼았다. 성균관대 원주원(사회 23)씨는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에 참석해 건강한 학생 사회와 동아리 문화를 위해 다원주의적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동아리 연합회가 너무 관료주의적인 행정 방식으로만 돌아가고 인원수가 안 채워지면 나가야 한다는 식으로 무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더라. 백래시에 더불어 인권 감수성의 부족이 정정헌 강등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례는 정치적 감수성과 표현의 자유, 더불어 학생 사회 전반의 정치적 무관심이 낳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민주주의를 지켜온, 지켜갈 사람들> 숙명여대·성균관대 구술인터뷰 기획단원이 이가은씨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켜온, 지켜갈 사람들> 숙명여대·성균관대 구술인터뷰 기획단원이 이가은씨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기본소득당 청년·대학생위원회

"정치에 관심 없다"는 말은 흔히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 표현에는, 정치를 국회에서 정치인들이 의사봉을 두드리는 일 정도로 여기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치를 개인의 삶과 의식적으로 분리하려는 태도는 변화에 대한 무력감과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얻는 일시적인 안도감을 반영한다. 하지만 이러한 무관심은 사회 곳곳에 스며든 불평등과 혐오를 더욱 공고히 할 뿐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가짜 평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숙명여대 이가은(정외 25)씨는 "정치는 삶의 일부이며, 매일매일이 정치이고 투쟁의 결과"라며 "대학에서 더욱 정치적인 견해를 나누고 논의의 장이 활성화돼야 무지로부터 비롯된 혐오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에브리타임은 대학별 게시판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가장 활발한 학내 커뮤니티다. 함께 대학을 다니는 구성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에브리타임만의 특성은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한 지 오래다. 가짜뉴스와 비속어가 만연하고 다른 의견을 희화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건설적인 논의는 점점 설 자리를 잃었다. 실제로 성균관대 게시판에서는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 당시 정정헌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페미빙고'를 근거 삼아 여전히 정정헌을 남성혐오 단체로 규정하고 여성혐오적 발언을 반복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비슷한 공간이라 하더라도 재현 방식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윤석열 탄핵 집회 당시 트위터(현 X)는 실시간 정보 공유와 빠른 확산이라는 특성을 바탕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용자들은 집회 상황을 전하고 의견을 나누며 그곳을 연대의 장으로 만들어갔다. '남태령 대첩'이라 불리는 전봉준 투쟁단의 트랙터 시위는 트위터를 통해 순식간에 퍼졌고, 핫팩과 음식 등 다양한 지원이 자발적으로 쏟아졌다.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몰랐지만 '함께 있었다'는 경험만으로 지금까지 연대하고 있는 계정들도 여럿이다.

 <민주주의를 지켜온, 지켜갈 사람들> 숙명여대·성균관대 구술인터뷰 기획단원이 이수빈씨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켜온, 지켜갈 사람들> 숙명여대·성균관대 구술인터뷰 기획단원이 이수빈씨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기본소득당 청년·대학생위원회

이러한 사례는 익숙한 공간에서도 다른 가능성이 존재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이번 인터뷰이 모집 과정은 바로 그 실마리가 되어주었다. 성균관대 화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우가 에브리타임에 게시된 홍보글을 보고 자원해 인터뷰에 참여한 것이다. 글을 올릴 때마다 비아냥 섞인 댓글이 달려 회의감이 들기도 했지만, 결국 인터뷰가 성사되었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그 누군가가 되어야겠다고 느꼈어요."

그의 말에는 단발적인 참여를 넘어선 일관된 태도가 엿보였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져왔고, 당원 활동과 거리 집회에 참여하며 직접 사회를 바꿔보려는 노력을 해온 사람이었다. 이 짧은 만남은 익숙한 공간 안에서도 실천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거칠고 무력하게만 느껴지는 상황 속에서도 누군가는 여전히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민주주의란 결국 공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안에서 말을 걸고, 응답하고, 연결하려는 시도들이 쌓일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

우리가 그려나갈 민주주의

 4월 2일, 소셜투어 5기 참가자들은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여했다.
4월 2일, 소셜투어 5기 참가자들은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여했다. 기본소득당 청년·대학생위원회

지난 6월 3일,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파면 이후 새롭게 출범한 정권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기대는 분명하다. 광장에서 확인했던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사회적 소수자를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는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 아닌, 그 이상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인터뷰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이 시대의 요구를 대변한다.

민주주의는 하나로 고정된 명사가 아니다. 끊임없이 다시 쓰이고, 매일의 삶 속에서 재구성되는 살아 있는 동사다. 이는 선거에만 국한된 권리가 아니라, 각자의 삶이 존중받고 다양한 목소리가 발화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상의 민주주의, 연대와 상상력에 기반한 민주주의다. 학교와 직장, 가정과 지역사회 곳곳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기억하며, 배제되지 않는 미래를 함께 그려보는 것. 그렇게 민주주의는 모두의 일이 된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팬인 주원씨가 광장에서의 에피소드를 묻는 말에 스타워즈 응원봉과 깃발을 든 이들을 보며 연대의 순간을 실감했던 경험을 가장 먼저 떠올린 것, 기획단원들이 두 달간 기본소득당 청년·대학생위원회가 주관한 <소셜투어 5기: 민주주의를 그리는 여행>에 참여해 광주에서 임영희 작가와의 만남, 세종호텔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투쟁 현장 방문, 그리고 4·16 기억교실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말씀을 듣고 공감과 책임을 나누었던 순간들 역시 모두 이 일상의 민주주의와 맞닿아 있다.

현재 대학은 '탈정치화'되어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억압하고 권리 자체의 존재 가능성마저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나아가 사회는 본래 다양한 목소리가 평등하게 경쟁하고, 민감하고 도전적인 질문들이 자유롭게 제기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인 인식과 참여 의식이 비로소 자라날 수 있다. 이제 이 상상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갈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광장에서 확인한 민주주의를 일상으로 끌어오고, 매일의 삶 속에서 실천해 나가자.
#소셜투어 #민주주의 #대학생 #숙명여대 #성균관대

톡톡 6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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