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자리에서, 민주주의를 말하다

[인터뷰] 민주주의를 지켜온, 지켜갈 사람들

등록 2025.06.18 13:28수정 2025.06.1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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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29일, 국회 투어를 시작으로 대학생 소셜투어 5기가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3월 29일, 국회 투어를 시작으로 대학생 소셜투어 5기가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소셜투어

5월 13일, 21일, 27일에 걸쳐 약 2주간, 숭실대학교와 중앙대학교에서 총 4차례의 <민주주의를 지켜온, 지켜갈 사람들> 구술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윤석열 탄핵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친 학내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한 이번 인터뷰는, 대학생 소셜투어 5기 숭실대학교·중앙대학교 구술인터뷰 기획단과 기본소득당 청년·대학생위원회가 함께 준비했다.

구술인터뷰는 단순한 경험 공유를 넘어, 광장에서 서로를 마주했던 이들이 왜 그 자리에 서게 되었는지, 어떤 감정과 고민을 품고 있었는지를 묻고 기록하는 작업이었다. '탄핵'이라는 단어 안에 깃든 삶의 궤적을 꺼내는 과정은 개인의 목소리를 공동의 기억으로 바꾸고, 그것을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다시 엮어내는 일이자,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작지만 소중한 실천이기도 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의 친위쿠데타, 12월 7일 국민의힘 본회의장 퇴장으로 인한 탄핵소추안 폐기, 12월 14일 탄핵소추안 가결, 2025년 4월 4일 윤석열 파면에 이르기까지. 숨 가쁘게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며, 대한민국 국민은 민주주의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는 민주주의 사상은 삶의 언저리에 놓여 있던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지켜내야 할 현실의 과제가 되었다.

기획단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쳤던 또래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던 이유는 분명했다. 같은 시간, 같은 광장을 지나왔더라도 느낀 바는 제각기 다를 수 있었고, 그 경험들을 함께 나누고 기록하는 일은 각자만의 민주주의가 모여 지금 이 순간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중요한 과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셜투어를 통해 기획단원들은 민주주의를 단지 사전적 정의로 국한해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과 이야기 속에서 직접 느끼고, 배우는 소중한 과정임을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준비와 제약, 그럼에도 우리는

구술인터뷰를 준비하고, 인터뷰이를 모집하는 과정은 그다지 쉽지 않았다. 사전 질문지를 구성하는 일부터 간단하지 않았다. 어떤 질문이 인터뷰이의 진솔한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어떠한 방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인터뷰의 방향을 흐트러뜨리지 않을지를 두고 기획단은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이어갔다. 하지만 질문지를 완성한 뒤에도 또 다른 벽은 존재했다.

중앙대학교의 경우, 포스터를 서른 장 인쇄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규정상 외부 홍보 포스터를 다섯 장밖에 부착할 수 없었다. 따라서 나머지 스물다섯 장은 부착하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배부하거나 숭실대학교로 이관해야 했다. 포스터를 붙이고, 온라인으로 구술인터뷰를 홍보하는 과정은 때때로 두렵기도 했다. 학교는 탈정치화되어 있어 '정치적'인 활동에 냉소적이었고, 학내 익명 커뮤니티는 탄핵 반대를 주장하며 극우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앙대학교 구술인터뷰는 사회학과 실습실을 대여하여 진행했는데, 이때 '정치적인 목적'으로의 실습실 대여는 금지되어 있었다. 어디까지가 정치적인 목적인지, 어디까지가 정치적이지 않은 목적인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점에 앞서서, 왜 학교 내부에서 정치적인 행동이 허용되지 않는지 의문이었다.

 숭실대학교 게시판에 구술인터뷰 홍보 포스터를 부착한 모습. ‘윤석열 탄핵’이라는 ‘정치적 사안’을 다룬다는 이유로 도장을 발급받지 못했다.
숭실대학교 게시판에 구술인터뷰 홍보 포스터를 부착한 모습. ‘윤석열 탄핵’이라는 ‘정치적 사안’을 다룬다는 이유로 도장을 발급받지 못했다. 송수미
숭실대학교 또한 홍보 포스터를 붙이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숭실대학교에서는 포스터 부착을 위해 관리팀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구술인터뷰 기획단원들은 정식 절차에 따라 포스터에 도장을 받기 위해 관리팀을 찾아갔지만, '탄핵'이라는 정치적인 사안을 다룬다는 이유로 도장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인터뷰이 모집을 위한 숭실대학교 내 구술인터뷰 홍보는 화자보와 에브리타임을 통한 온라인 홍보로 사실상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인터뷰이 모집용 온라인 설문지에 '빨갱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작성하는 이도 있었다.


다름의 기록, 그리고 연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숭실대학교·중앙대학교 구술인터뷰 기획단은 목표로 했던 네 명의 인터뷰이를 모두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학생들은 각기 다른 배경과 경험을 지녔지만, 공통적으로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 속에서 왜 자신이 참여해야 했는지를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인터뷰이들은 한 목소리로 '광장'이라는 공간이 단지 구호를 외치는 자리가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들이 어우러지는 공간이었다고 말했다. 한지민씨는 광장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시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경험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고, 표지훈씨는 농민, 여성, 성소수자 등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가 함께 울려 퍼졌던 기억을 강조했다. 이들에게 광장은 단순한 외침의 공간이 아닌,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연결되는 장소였다. 그들은 민주주의란 다수의 뜻만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목소리도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인터뷰이들은 '두려움'과 '회의'라는 감정도 솔직하게 드러냈다. 김은수씨는 반복되는 탄핵 부결과 시위 속에서 '과연 내가 거리로 나가는 것이 의미 있는가'라는 회의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반면 한지민씨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자신보다 먼저 광장에 나선 사람들, 함께 행동하는 동료들의 존재가 커다란 용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같은 공간을 공유했지만, 각자가 품은 감정은 달랐다. 그 차이를 통해 기획단원들은 민주주의 실천이란 누군가에게는 결단의 문제가, 또 누군가에게는 연대의 문제라는 사실을 되새길 수 있었다.

 숭실대학교 내 카페에서 구술인터뷰를 진행하는 김재온, 서정훈, 송수미, 이광훈 인터뷰어와 박승배 인터뷰이.
숭실대학교 내 카페에서 구술인터뷰를 진행하는 김재온, 서정훈, 송수미, 이광훈 인터뷰어와 박승배 인터뷰이. 이광훈

특히, '정치'와 '대학'이라는 키워드는 많은 고민을 불러일으켰다. 표지훈씨는 대학이 점점 탈정치화되고 있으며, 정치적인 표현이나 행동에 대해 위축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터를 부착하는 단순한 행위조차 '정치적인 목적'이라는 이유로 제약을 받은 박승배씨의 경험은, 오늘날 대학에서 정치란 무엇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되묻게 했다. 정치적 의견을 드러낸다는 이유만으로 위협감을 느끼고, 참여가 위축되는 현실은 '대학이 과연 민주주의를 체험하는 공간이 맞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다.

함께 만드는 민주주의 여정

네 명의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기획단원들은 민주주의란 단순히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삶의 모든 영역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표현하고, 실천하는 과정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민주주의는 특정한 집단이나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느끼고 고민하며 책임을 나누는 모든 이들의 몫이었다. 결국, 민주주의는 제도나 절차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행동과 용기로부터 탄생한다는 사실을 이번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중앙대학교 실습실에서 구술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박소연, 송수미, 이광훈, 조성윤 인터뷰어와 한지민 인터뷰이.
중앙대학교 실습실에서 구술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박소연, 송수미, 이광훈, 조성윤 인터뷰어와 한지민 인터뷰이. 이광훈

숭실대학교·중앙대학교 구술인터뷰 기획단원들은 구술인터뷰를 통해 '민주주의 대한민국'이 단지 법전 속 문구나 과거의 기억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역동적인 과정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투표를 통한 대의제를 기반으로 실현된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그 이후 이어진 탄핵 과정은, 대의제가 어떻게 국민의 뜻과 멀어질 수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의 행사자인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순간, 우리는 모두 "민주주의는 투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비로소 체감하게 되었다.

비상 계엄이 선포된 그 날 이후,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또 되찾고자 거리로 모였다. 지금의 우리가 다시금 누리는 민주주의는, 겨울의 찬바람을 맞아가며 광장에서 모인 거리의 시민들의 손으로 만들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는 무엇이었을까. 기획단원들은 민주주의의 의미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해, 4차례의 구술인터뷰를 거치며 또 다른 질문에 도달하게 되었다. 시민들이 윤석열 탄핵 광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던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민주주의는 누구의 몫인가

구술인터뷰의 대상은 정치인도, 전문가도 아니었다. 기획단원들과 마찬가지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대학생들이었다. 네 명의 인터뷰이들은 서로 다른 배경과 삶의 궤적을 지니고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그 책임을 행동으로 옮기며 사회 곳곳에서 실천해 나가고 있었다. 민주주의는 어떤 특별한 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결국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모든 이들의 행동이라는 사실을 그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세종호텔 투쟁현장을 연대방문한 소셜투어 참가자들.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과 만나며, 광장과 연대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세종호텔 투쟁현장을 연대방문한 소셜투어 참가자들.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과 만나며, 광장과 연대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소셜투어

나아가, 이들이 모인 윤석열 탄핵 광장은 '독재 타도'라는 하나의 외침만이 울려 퍼진 공간이 아니었다. 성별, 계층, 국적, 장애, 성적 지향을 포함한 다양한 정체성과 경계를 아우르는 이들이 한 공간에 서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함께 한 목소리를 외쳤다. 그날의 광장은, 살아있는 민주주의란 단지 다수결의 원칙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함께 미래를 책임지는 일임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렇게 숭실대학교·중앙대학교 구술인터뷰 기획단원들은 네 명의 인터뷰이를 통해, 민주주의란 계속해서 묻고, 듣고, 협의하며,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과정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민주주의는 특정한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질문을 던지고 응답하며, 동시에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책임을 나누는 모든 이들의 몫이다. 광장에서 그랬듯이, 누구도 경계 밖에 머물지 않고 모든 삶이 존중받는 사회를 향해 민주주의를 함께 만들어가는 일. 그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민주주의를 살아 숨 쉬는 여정으로 이어가는 일이기도 하다.
#민주주의 #구술인터뷰 #소셜투어 #숭실대학교 #중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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