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선택으로 6월 3일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그간 많은 국민은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사회적 불안함을 겪었고, 여전히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고통을 겪고 있다. 한국의 음식료품 물가 수준은 OECD 38개국 중 스위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고 한다.
실제로 김밥, 햄버거, 떡볶이, 짜장면 등 비교적 가볍게 즐기던 외식 메뉴마저 가격이 올라 서민들의 체감 부담은 커지고 있다.
시각장애인인 필자는 바우처 택시를 자주 타는데, 택시 기사로부터 '손님이 없어 힘들어 죽겠다'라는 하소연을 듣곤 한다. 최소 할당량을 채우는 것에 대한 압박은 물론 하루에 10만 원도 벌기 힘들다고 한다. 이 밖에도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대다수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히 기초생활수급자의 어려움은 더 크다. 1인 기초생활수급자는 2025년 기준 생계급여로 최대 약 76만 원(기준 중위소득의 32%) 수준을 지원받는다. 그러나 1인 가구 최저 생계비가 143만 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강서구에 사는 필자의 맹학교 후배는 장애인 바우처 택시·복지콜을 타지 못한다. '복지콜 가격도 저렴하고 정부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는데, 왜 이용을 하지 않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후배는 어이없어했다. 중증 장애인 데다 건강이 좋지 않아 직업이 따로 없는데, 적은 기초 생활비로 어떻게 택시를 이용하느냐고 반문했다. 비장애인 기준 4300원(30km 기준)은 매우 저렴한 비용이지만, 기초생활수급자인 그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구로에 사는 기초수급 시각장애인 지인 역시 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제공하는 무료 급식을 거의 매일 이용한다. 식비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외출할 일이 없을 때는 집에서 가까운 영등포장애인복지관에서 4천 원으로 한 끼를 때우곤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최근 주요 기업 총수 회동 자리에서까지 "국민 먹고사는 문제"를 유독 강조했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서 "취약계층, 소상공인을 우선 지원하라"는 지시 역시 그 연장선이다. 하지만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현금성 지원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설탕 한 스푼으로 짠 바닷물을 단물로 만들 수 없는 것처럼, 보다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따라서 일회성 처방이 아닌 장기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생계비 인상부터 고려하자. 이미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추진하고, 생계급여 자격 기준 및 보장 수준을 단계적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인 가구의 월평균 생활비 지출은 약 128만 원에 달한다. 즉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생계급여만으로는 먹사니즘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대부분의 비용을 생필품이나 먹거리 구매에 쓴다. 즉 수급자들에게 더 폭넓은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더 많은 돈이 시장에 흘러가 경기 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제도 개선과 함께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도 중요하다. 각 지자체는 관할 내 저소득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생필품 바우처를 지급하거나 지역 상권과 연계한 맞춤형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언제나 위기는 취약계층에게 더 가혹한 법이다. 지금의 경제 위기 역시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게 더 깊은 고통을 남기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단기적 현금 지원을 넘어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복지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제도 개선과 함께 지방자치단체의 촘촘한 지원이 병행될 때, 비로소 서민들의 숨통을 다시 틔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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