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영희 작가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권서진
임영희 작가는 1세대 문화활동가로서 오월 광주의 기억이 담긴 도서를 출간하는 등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삶에서 거대한 역사를 겪어낸 기억을 계속해서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록의 중요성을 짚어주었다. 기록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는 사례는 멀리 있지 않다. 윤석열 탄핵 광장 속 2030 여성들의 활약이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사실 여성들은 윤석열 탄핵 광장 이전부터 다양한 광장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여성들은 역사에 주인공으로 기록되지 않았을 뿐 항상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 1980년 광주부터 2025년의 윤석열 탄핵 광장까지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여성은 각각의 광장에 항상 있었지만 '유모차', '촛불 소녀'라는 키워드로만 기억될 뿐 정치적 주체로 기록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윤석열 탄핵광장을 계기로 새로 등장한 것처럼 표현되며 가시화된 주체에는 여성만 있지 않다. 청소년, 퀴어, 노동자, 일상을 보내다가 뛰쳐나온 시민들 모두가 그렇다. 이들은 이미 존재했던 사람들이다. 결국 새로운 주체라는 것은 이미 존재하는 주체들을 외면해 왔기 때문에 새롭게 보일 수 있는 것이다.
"
이래서 모였구나" 서로가 서로에게 가지는 작은 관심
지난 4월 4일, 결국 윤석열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광장엔 우리가 앞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가 한 무더기 쌓였다. 윤석열 이후의 사회는 어떠해야 할까? 기획단은 그동안의 역사에서 선택적으로 기록되고 누락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그 이후의 이야기를 더 묻기로 했다. 윤석열 이후의 사회를 묻자, 인터뷰이들은 공통적으로 광장이라는 키워드를 언급했다. 이들에게 광장은 무엇일까?
"혐오 없는 사회, 모두가 환대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내 정체성이 뭐든 간에 그 사람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 퀴어, 여성, 장애인이든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든 간에 '사람'이니까 모두가 환대받아야 마땅하죠. 그걸 광장에서 경험을 해봤어요. 누가 발언을 하든 모두가 환대해 주었어요. 그게 광장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가능했으면 좋겠어요. 광장 같은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상식이 통하고, 누군가 혐오 발언을 하면 제지하는 사람이 있고. 토론이 가능한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덕성여대 권00, 2025년 5월 15일)
권00씨는 광장의 '환대'라는 속성에 주목했다. 그는 광장에서 '환대'를 느꼈고 혐오가 '제지'당하는 경험을 했다. 그는 광장의 환대와 포용이 사회까지 이어지길 바랐다. 서울여대 전0림 역시 광장의 지속을 원했다.
"결국에는 이 민주주의라는 것은 계속해서 시민들이 직접 지켜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잘 모이고 또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이렇게 각자 살 때는 몰랐는데, 그곳에만 오면 서로의 어떤 존재를 알 수 있는 광장이 저는 다른 형태로도 계속해서 열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서울여대 전00, 2025년 5월 9일)

▲ 서울여대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이다.
권서진
이들에게 '광장'은 서로 각자 살 때는 알지 못 했던 삶들과 부딪히며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는 곳인 셈이다. 다른 인터뷰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대답을 했다. 서울여대 안아무개씨 역시 윤석열 파면 이후에도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광장에 나갈 것'이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이들의 대답을 보다 보면 광장에 있던 이들은 선별적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모두가 모두를 환대하는 장소였다. 이것은 대체 무엇으로 가능했을까?
"집회하면 그냥 '저거 뭐야?' 하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아, 이래서 모였구나, 이런 얘기를 하고 있구나' 정도만 알아도, 서로가 서로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지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있어요."
기획단은 이 대답으로부터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지는 작은 관심', 그리고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태도'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마주치는 현장,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들려오는 다양한 목소리에 '아, 이래서 모였구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라며 잠시 멈춰서서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것이 윤석열 없는 사회의 출발점인 동시에 앞으로 지속될 광장의 핵심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를 그리는 여행의 종착지에서
민주주의를 그리는 여행은 두 달 남짓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필자를 비롯해 다른 참가자들은 그 누구보다 민주주의의 숨결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다. 국립 4·19민주묘지와 국립 5·18묘지에서 우리가 여태껏 누려왔던 민주주의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피를 먹고 자랐음을 알 수 있었다. 땅을 밟지 못 한 노동자와 4·16 기억교실의 유가족들을 통해 민주주의가 아직 삶의 구석구석까지 닿지 않고 있음을 깨달았다. 어떤 민주주의를 일궈내야 배제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참가자들은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그리고 다다른 결론, 민주주의를 그리는 여행의 종착지에서 발견한 것은 바로 우리가 만들어 나갈 억압과 배제 없는 사회였다. 광장과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사회, 아주 보통의 사람인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 나가는 사회. 지독한 수동인 민주주의는 그렇게 굴렸을 때 비로소 우리의 삶 구석구석까지 닿을 수 있다. 민주주의를 그리는 여행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아직 광장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곳은 종착지인 동시에 새로운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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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청년 시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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