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97일 만에 밟은 땅... 조선소 하청노동자 김형수가 이겼다

임단협 교섭 합의 끝에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 고공농성 해제

등록 2025.06.19 17:14수정 2025.06.20 12:00
0
원고료로 응원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이 고공농성 97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에서 농성을 중단하고 지상에 내려 오고 있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이 고공농성 97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에서 농성을 중단하고 지상에 내려 오고 있다. 이희훈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이 고공농성 97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에서 농성을 중단하고 지상에 내려 오고 있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이 고공농성 97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에서 농성을 중단하고 지상에 내려 오고 있다. 이희훈

[기사 보강 : 20일 낮 12시]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이 97일 만에 고공농성을 마치고 땅으로 내려왔다.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들이 가입한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거통고지회)와 한화오션 하청 사측은 지난 17일 오후 늦게 임단협 교섭에 잠정 합의했고, 고공농성을 해제하기로 했다. 한화오션 하청 노사 양측은 이날 상여금 50% 인상, 상용공 확대, 취업 방해 금지, 산재 예방 활동 등을 잠정 합의하고 19일까지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쳤다. (관련 기사 : 한화오션 하청노사, 임단협 교섭 잠정합의...지회장 고공농성 19일 해제 https://omn.kr/2e6d6)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이 고공농성 97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에서 농성을 중단하고 지상에 내려 오고 있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이 고공농성 97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에서 농성을 중단하고 지상에 내려 오고 있다. 이희훈

김 지회장은 지난 3월 15일 조선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 노동자 손해배상 보복조치 철회, 노조법 2, 3조 개정 등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한화 빌딩 앞 30m CCTV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부축 받아 지상으로 내려온 김형수 지회장... 그의 첫마디는 "원청 투쟁"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이 고공농성 97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에서 농성을 중단하고 지상에 내려 오고 있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이 고공농성 97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에서 농성을 중단하고 지상에 내려 오고 있다. 이희훈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이 고공농성 97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에서 농성을 중단하고 지상에 내려 오고 있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이 고공농성 97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에서 농성을 중단하고 지상에 내려 오고 있다. 이희훈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이 고공농성 97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에서 농성을 중단하고 지상에 내려 오고 있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이 고공농성 97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에서 농성을 중단하고 지상에 내려 오고 있다. 이희훈

97일 만인 19일 오후 2시 29분 사다리차를 타고 내려오는 김형수 지회장을 반긴 건 수많은 연대 시민들이었다. 시민들은 사다리차 위에서 파란색 금속노조 깃발을 흔드는 김형수 지회장을 올려다 보며 "김형수! 김형수!"를 연호했다. 일부 시민들은 김 지회장이 내려오는 모습을 휴대전화 영상으로 담기도 하고,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악기를 가지고 와 즉석에서 민중가요를 연주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오후 2시 30분 김형수 지회장이 마침내 땅을 밟자 시민들과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고 외쳤다. 양팔 부축을 받고 몇 발자국 걸어 기자회견이 진행 중이던 현수막 뒤에 선 김 지회장은 결연한 목소리로 준비해 온 입장문을 읽었다.

김 지회장은 먼저 "2024년 4월 19일 시작된 임단협 투쟁이 1년 2개월 만에 마무리되었다"라며 "교섭이 마무리될 때까지 원청 한화오션은 코빼기도 눈에 띄지 않았다. 2025년 교섭에서는 반드시 원청 한화오션을 교섭 테이블에 앉히고 말겠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원청을 상대로 한 투쟁을 계속 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이어 "노조법 2, 3조 개정을 가로막고 있던 윤석열은 이제 사라졌다. 그 누구도 노조법 2, 3조 개정을 막을 수 없다"라며 "하루 빨리 몸을 추스르고 원청을 상대로 한 2025년 단체교섭, 그리고 노조법 2, 3조 개정 투쟁에 복무하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거침없이 말을 이어가던 김 지회장은 지상에서 고공농성을 함께 도운 '조합원 동지들'을 하나씩 언급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김 지회장은 "하루도 빠짐없이 고공 농성장을 지켰던 우리 조합원 동지들 정말 고생 많으셨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의 뒤에서 고공농성장을 지켰던 거통고지회 조합원들 역시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떨구었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이 고공농성 97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에서 농성을 중단하고 지상에 내려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이 고공농성 97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에서 농성을 중단하고 지상에 내려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희훈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이 고공농성 97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에서 농성을 중단하고 지상에 내려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이 고공농성 97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에서 농성을 중단하고 지상에 내려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희훈

마지막으로 김 지회장은 아직 고공농성이 진행 중인 한국옵티칼과 세종호텔 고공농성장에 관심을 당부하며 "두 동지가 땅을 밟을 때까지 연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회장은 발언을 마치고 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곧장 녹색병원으로 이동해 건강 진단을 받을 계획이다.


이날 경찰이 지상으로 내려와 기자회견 현장으로 향하는 김형수 지회장을 막아세워 바리케이드를 마주하고 한두 차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18일 늦은 오후 김 지회장은 자신의 SNS에 "경찰이 고공농성 내려오면 연행하겠다고 한다. 몸 추스르고 조사받겠다 해도 체포 영장을 집행한다고 한다"라며 "내일 2시 농성장에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지회장의 요청에 이날 수십여 명의 시민들이 평일 낮 시간임에도 고공농성장 앞으로 몰려들었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서 연행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 녹색병원으로 향하는 구급차 안에서 김형수 지회장의 체포 영장을 집행했다. 이김춘택 거통고지회 사무장은 "(김형수 지회장은)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은 뒤 입원 병실로 올라가기 전 병원 한쪽에서 간단하게 조사를 진행했고, 경찰에서 즉시 석방을 조치했다"고 전했다.

또한 정혜경 진보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다리차를 타고 직접 올라가 김형수 지회장을 부축해 내려오며 강제 연행 시도를 저지했다. 그외에도 이날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김주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민병덕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전종득 진보당 의원 등 많은 국회의원들이 고공농성장을 찾았다.

윤석열 파면 광장에서 김형수 지회장을 만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조합원이 되고, 그간 지상에서 고공농성을 지원해 온 레어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에 "많은 이들이 (내게) 고생한다고 말하는데 나는 김형수 동지와 함께 투쟁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힘들지 않았다"라며 "교섭은 큰 한 발자국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투쟁으로 인해 진전됐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그동안 농성장에 와주시고 함께 참여해주신 연대 시민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이 고공농성 97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에서 농성을 중단하고 지상에 내려 오고 있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이 고공농성 97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에서 농성을 중단하고 지상에 내려 오고 있다. 이희훈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이 고공농성 97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에서 농성을 중단하고 지상에 내려와 구급차로 이동하던 중 경찰 충돌하고 있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이 고공농성 97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에서 농성을 중단하고 지상에 내려와 구급차로 이동하던 중 경찰 충돌하고 있다. 이희훈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이 고공농성 97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에서 농성을 중단하고 지상에 내려와 구급차에 탑승하고 있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회장이 고공농성 97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 본사 앞에서 농성을 중단하고 지상에 내려와 구급차에 탑승하고 있다. 이희훈

이날 민주노총 중집(중앙집행위원회)도 회의를 잠시 중단하고 고공농성장 앞을 찾았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고공농성장을 찾아 "오랜 시간이 걸려서 미안했지만, 그럼에도 오늘이라도 내려올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라면서도 "오늘 우리의 기쁨은 머지 않아 세종호텔의 고진수와 한국옵티칼 박정혜와 다시 한 번 나눌 수 있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김형수지회장 #고공농성해제 #고공농성해제기자회견 #거통고지회 #금속노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오마이뉴스 유지영입니다. alreadyblues@gmail.com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설렁탕과 곰탕의 차이는? 저도 깜빡 속았습니다 설렁탕과 곰탕의 차이는? 저도 깜빡 속았습니다
  2. 2 무궁화호 투입되는데 시승행사는 KTX로..."김영록 지사, 시승 놀음" 무궁화호 투입되는데 시승행사는 KTX로..."김영록 지사, 시승 놀음"
  3. 3 "괴상하다", 싱가포르 따라한 344억 창원 빅트리 '흉물' 논란 "괴상하다", 싱가포르 따라한 344억 창원 빅트리 '흉물' 논란
  4. 4 여인형 직격한 참모 "부대원들 극도의 배신감" 여인형 직격한 참모 "부대원들 극도의 배신감"
  5. 5 갑자기 25℃로 뚝, 울산은 지금 '반짝 가을 날씨' 갑자기 25℃로 뚝, 울산은 지금 '반짝 가을 날씨'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