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진행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전면백지화 요구 기자회견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2025년 6월 11일 국가유산청(문화재청)은 양양군에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내 조건부 허가 관련 조건 이행계획서 제출 요청 및 이행 상황 점검 알림'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2025년 6월 12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밝혀졌다.
공문엔 만병초, 분비나무, 눈측백나무 등 희귀식물 이식 공사를 하기 전에 이행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가 조건부에 위배되는 것이며 이에 대한 조치로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결과 통보 시까지 임시 공사 중지를 요청'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이에 2025년 6월 16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은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관리공단이 양양군에 승인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공원사업 시행 허가'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더불어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은 보도자료에서 '설악산은 미래를 위해 온전히 보전해야 할 우리 모두의 자산'이며 '사업의 불확실한 경제적 이익보다 설악산의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는 공익이 훨씬 중대하다는 점을 법원이 현명하게 판단해 주실 바란다'고 밝혔다.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설치는 이미 40년 전부터 양양군이 추진해오던 '숙원'사업이었다. 1982년 처음 사업 계획을 세운 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요하게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항상 환경부에게 제동이 걸렸던 것이다. 이런 지난했던 사업 추진이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급진전하여 취임 1년도 안 되는 2023년 2월 27일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조건부로 승인(사실상 승인)을 하였고, 동년 11월 20일 양양군 오색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진태 강원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착공식이 열렸다. 설악산오색 케이블카 사업 승인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진태 지사의 선거 공약이었다.
설악산은 5번째 국립공원이면서, 천연기념물 제171호,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백두대간 보호지역 핵심구역 등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그 지역 일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국립공원위원회로부터 탐방로 회피대책, 산양 문제, 시설 안전 등 7가지를 승인 받아야 하고,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천연보호구역에 따른 제반 사항 승인, 산림청에서는 백두대간 개발행위 사전 협의, 행정안전부에서는 지방재정투자 심사를 받아야 하고 마지막으로 환경부으로부터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승인 도장을 찍는다. 그러니까 설악산에서는 어떠한 개발도 허락하지 않는다는 강한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양양군은 이 모든 절차를 조건부로 통과한 것이다. 특히 철옹성이었던 환경부을 통과한 것은 전례가 없는 사건이었다.
양양군이 발표한 사업 계획서를 잠깐 들여다보면, 사업비는 총 1172억 원이며 국비 없이 양양군이 948억(2023년 양양군 예산 4347억원) 강원도가 224억 부담하고, 오색-끝청 해발 1430m 지점(끝청 정상 1609m)에 케이블 3.3㎞를 연결하고, 8인승 곤돌라 53대 운행, 끝청 상부 정류장에 1만9804m2 공원 조성 등의 내용이 있다. 참고로 한계령과 대청봉을 연결하는 일명 서북능선 등산로와 구역을 차단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케이블카를 이용해 대청봉에 오를 수 없다는 뜻이다.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승인 이후 여타의 국립공원에서도 케이블카 설치 추진이 들불처럼 번졌다.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승인 과정에서 한몫했던 강원도가 선두주자로 나서 원주 치악산을 비롯해 강릉~평창 선자령, 삼척 대이리 군립공원, 철원 금학산, 고성 울산바위, 북강릉 소돌항~영진항 등 6개소에 케이블카 설치를 몰아붙이고 있다. 이중 4개소는 이미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완료하였고, 나머지 2개는 심도 있게 구상 중이라고 한다. 특이할 만 것은 고성 울산바위인데 그곳은 설악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설악산에 또 다른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의도이다. 그리고 원주 치악산도 국립공원이다. 아마도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강원도의 나머지 국립공원인 오대산과 태백산에도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작정하고 나서 아예 강원도를 케이블카 공화국으로 만들지 모른다.
그와 더불어 설악산과 양대 산맥을 구축하고 있는 지리산에도 인접한 지자체(구례, 남원, 산청, 함양)에서 본격적으로 케이블카 설치에 시동을 걸었고, 한동안 잠잠하던 나머지 다른 국립공원인 북한산과 한라산과 그리고 무등산과 신불산의 인근 지자체에서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치사회적인 이슈에 비하면 중요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환경생태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승인은 초유의 사건이었다. 지난 40년 동안 '좀비'처럼 집요했던 양양군의 추진 행위가 그나마 실패로 끝난 것은 그만큼 정부 실무 부처의 의지가 완고했다는 반증이다. 2023년 중청대피소를 철거한 것도 건물 노후 때문이기도 했지만 환경 보전을 위한 조치의 일환이기도 했다. 당시 등산 애호가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철거를 집행했었다. 그만큼 환경 보전과 보호에 대한 입장이 확고했던 것이다. 그래서 중청대피소 보다 큰 규모의 건축물이 끝청 서북능선부에 세워진다는 게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찬반 논쟁은 기나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방 경제의 활성화와 생태계 파괴라는 두 줄기는 각자 논리적 근거를 만들며 극열하게 대치해 왔다. 그때마다 항상 양양군은 환경부의 허들을 넘지 못했다. 그런 결론은 지극히 당연했다. 국립공원이면서 천연기념물인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된다는 것은 그 어떤 반대 논리로도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개발논리는 생태계 보전 논리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확고하게 증명한 것이다. 그것은 권력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처럼 여겨왔다. 그런 생태계 우선주의는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옹성 같았던 마지막 보루인 환경부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한순간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권력의 힘 앞에 강고했던 그 영역이 무력화된 것이다. 그것은 치명적인 사건이었다. 생태계 보호의 뚝이 일순간 무너지자 개발 물결은 다른 지역으로 거세게 휘몰아쳤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설치공사는 중지가 아니라 중단 되는 게 타당하다. 설악산을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한다. 그나마 우리 정부가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던 생태계 보전 정책을 여기서 되돌릴 수 없다.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 그리고 생태계 보전 문제는 현재 전 지구적 담론이자 쟁점이지 않는가. 더 이상 혼란만 야기하는 이런 케이블카 설치 논거에 적어도 논박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그럼에도 설악산오색케이블카가 정상적으로 완공된다면 그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고 회복할 수도 없다. 다른 국립공원에서의 무분별한 케이블카 설치 추진을 제어할 논리적 근거는 궁핍해질 수밖에 없다. 언제부터인가 지방정부에 자연과 환경에 대한 공적 가치를 기대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한동안 케이블카 설치 문제로 진통을 앓았던 북한산과 지리산에 곤돌라가 떠다니는 풍경을 본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 국립공원 내에 개발의 바람이 불지 않도록 확고한 대책을 마련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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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 다시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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