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담도 갯벌에서 수거한 생흔화석. 수거한 생흔화석은 각 40cm x 60cm 크기로 총 개수는 39만 5000개였다. (사진 출처: 행담도 생흔화석 산출지 정밀학술 조사보고서)
심규상
한국도로공사는 또 행담도 갯벌에서 발굴해 보관 중인 생흔화석(生痕化石)을 보존·전시하는 생태관 건립이 20여 년 넘게 진행되지 않는 데 대해서도 "(2005년) 당시 생흔화석 전시를 위한 생태관 건립은 사업시행자인 행담도개발(주)와 당진시간 협의됐던 사안"이라며 "이 또한 행담도통합개발 추진시 당진시와 사업시행자 등과 협의를 통해 검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행담도에서 갯벌 매립 과정에서 발굴한 생흔화석은 약 1만 1000년에서 8000년 사이에 해안가와 일정한 거리에 있는 담수 습지 또는 늪 환경에서 형성된 생물(민물새우나 가재로 추정)의 흔적이 담긴 화석이다. 행담도 갯벌에서는 각 40cm x 60cm 크기로 총 39만 5000개가 발굴됐다.
당시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의 의뢰로 조사를 벌인 한국지질자원연구소는 결과 보고를 통해 "생흔화석으로 학술 가치가 높다"라며 "매우 중요한 학술 정보를 담고 있어 종합적인 보존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보존·전시·교육·관광 및 체험 기능을 갖는 전시 시설과 체험학습 시설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한국도로공사가 참여한 행담도 개발(주)은 생흔화석을 보존 전시할 생태관을 건립하는 조건으로 갯벌을 매립했다.
하지만 행담도 생흔화석은 행담도 내 컨터이너 박스에 수십 년째 사실 상 방치돼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생태관 건립또한 13년 뒤인 2038년에 검토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익주 행담도향우회장은 <오마이뉴스>와 만나 "지금도 살아계신 분들이 몇 분 안 된다. 2038년이면 다들 돌아가시고 없을 텐데, 죽은 뒤에나 '검토'하겠다는 말이 대체 무슨 의미인가"라며 "도로공사가 우리를 두 번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생전에 고향의 역사가 온전히 보존되는 것을 보고 싶다는 게 그렇게 큰 욕심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검토'만 수십 년째… "조속히 마을역사관 및 생태관 건립 추진해야"

▲ 행담도 원주민인 이차분(91, 왼쪽부터), 임은순(91), 이익주(64) 씨가 최근 당진에서 만나 오랫동안 행담도 추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심규상
주민들은 한국도로공사의 미온적·소극적 태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행담도 개발 과정에서부터 도로공사는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고, 원주민을 쫓아내 개발해 수익을 올리는 데만 관심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이번 역사관 건립 역시 주민들의 오랜 염원임에도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나 즉각적인 실행 의지 없이 13년 후 '민간 운영 종료' 시점에 검토하겠다고 밝혀 원주민들의 좌절감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원주민인 한정만씨(대전 거주)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원주민들이 희생 위에 지금의 휴게소가 번성했음을 도로공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라며 "생존해 있는 원주민들이 직접 자신들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고향을 기억할 수 있도록 조속히 마을역사관 및 생태관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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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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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역사관 보라는 건가?"... 행담도 원주민, 도로공사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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