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화의 첫 공식 통보'를 받은 느낌이었다. 자잘한 아픔도 모두 갱년기 탓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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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지 않은 외모,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 한때는 단단하다 믿었던 내 마음도 자꾸 흔들린다. 무엇보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열감은 몸속 시계가 작동 방식을 바꾸는것만 같아 적응이 필요하다. 나는 원래 잠이 많은데 자려고 누우면 열감이 얼굴부터 목까지 확 올라왔다.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새벽이면 눈을 떴다. 어쩌다 새벽형 인간이 되었다. 주말 안부통화를 하던 엄마는 늦잠만 자던 내가 일찍 일어났다고 하면 " 이제 인간이 되었나 보다"라고만 하셨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새벽에 일어나는 나를 놀라워했다. 남의 속도 모르고.
한겨울에도 선풍기를 틀고 잔다는 동료의 말에 의하면 약과인 열감이지만 솔로라서 푸념할 남편도 이해할 자식도 없으니 갱년기는 '혼자여서 더 크게' 오는 통증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한동안 보내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시기를 견디고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 아닌가." 나이듦을 터득하는 것만으로도 대견한 스스로를 다독인다.
열이 오르면 물을 마시고 심하면 선풍기로 잠시 식힌다. 잠이 안 오면 그냥 눈을 꾹 감고, 음악을 듣고, 우울한 날엔 괜히 동네 산책을 나선다. 그렇게 매일매일을 나름의 방식으로 이겨내고 있다. 누군가에겐 별 것 아닐지 몰라도, 내겐 매일이 작은 전투였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씩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건 사라지는 과정이 아니라, 다시 나로 돌아오는 시간일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조금씩 나를 이해한다. 운동을 하면 증상이 완화되는 것도 알게 됐고 너무 더운 음식이나 커피는 피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이후로는 일부러 생활 리듬을 바꾸어 보았다. 아침에 일어나 차를 끓였다. 고이 모셔두었던 도자기 찻잔 세트를 꺼내 캐모마일 차를 따뜻하게 우려내 한 모금 한 모금 마시다 보면, 마음을 안정시켜 줬다.
가사말이 예쁜 노래를 들으면 위로가 되었고 실내자전거 보단 밖으로 나가 산책로를 걸었다. 신기하게도 걷는 동안은 열감을 못느낀다. 걸으며 나무를 보고, 하늘을 보고, 바람을 가르며, 맑은 공기, 계절내음을 맡으며 마음을 달랬다. 무엇보다 글을 쓰며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
몸과 감정의 터닝포인트 갱년기. 그 시기를 피할수는 없을 것이다. 40대의 준비 50대의 직면 그리고 그 이후의 해석들. 각 시기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될텐데...기습당한듯 나는 지금 갱년기를 통과 중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열이 올랐다 내려가고, 감정의 파도가 일렁인다.
하지만 이젠 두려워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 시간을 통해 진짜 나를 만나는 중이기 때문이다. 젊었을 땐 일과 사람들 사이에서 나를 잊고 살았다. 돌이켜보면, 누군가의 딸이었고, 형제자매였고, 회사의 직원이었으며, 친구들의 조언자였다. 정작 나 자신에겐 관심이 없었다. 이제 나는 내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이고, 내 마음을 토닥이는 법을 배운다.
예전엔 감췄던 연약함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혼자 살며 가장 좋은 점은,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오로지 나를 위해 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를 돌보는 갱년기를 지나며 또 하나 배웠다. " 이 시기는 끝이 아니라, 전환점이다." 지금부터는 진짜 '내 인생 2막'이 시작되는 시간임을. 이제 진짜 나를 위해 살기로.
갱년기를 완벽하게 이겨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시기를 '나답게' 지나가고 싶다. 오직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라 생각하면 이 변화들이 조금 덜 무서워진다. 허우적대지 않고 지금은 슬기롭게 갱년기를 건너는 중이다. 마음이 뜨거워졌다가, 싸늘해졌다가, 다시 따뜻해지는 날들 속에서. 나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다시 나로 돌아가는 중이다. 이제는 아침에 눈을 뜰 때, 나에게 이렇게 인사한다. "고마워. 오늘도 우리, 같이 버텨보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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