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에서 열린 ‘일제강점기 한국인 국적 학술토론회’에서는 세 개의 주제 발표가 진행됐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일제강점기 일본국적의 실체’를 주제로 발표하고, 이동원 전 선문대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두 번째 세션에서는 호사카 유지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대우교수가 ‘일제하 한국인의 국적은 일본이었는가’를 발표하고, 김태현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 연구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세 번째 세션에서는 김주용 원광대 역사문화학과 교수가 ‘한국 독립운동과 국적문제: 재만한인의 법적 지위를 중심으로’를 발표하고, 조건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토론에 참여했다.
광복회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철우 교수는 "국적에 대한 규범적 정의와 역사적 현실주의적 해석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적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를 이분법적으로 묻는 것 자체가 오류"라고 지적하며, 대한민국은 1948년 헌법 제정 당시부터 일제강점기의 불법성과 무효를 명확히 했고, 대한제국을 계승한다는 규범적 인식을 오늘날까지 유지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가 소련 점령기를 '역사적 공백기'로 보고, 기존 국적법을 복원한 사례와 유사하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동시에 이 교수는, 조선인이 일제하에서 일본 국적을 부여받은 '역사적 사실' 또한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했던 사례나, 조선인이 일본 여권을 사용한 정황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선 토론 당시 언급했던 내용과도 맞닿아 있으며,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역시 "국적을 일본에 빼앗겼기에 독립운동을 벌인 것"이라며 일제 시기 한국인의 국적을 일본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공직자에게 국민이 기대하는 기준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헌법에 근거한 규범적 태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권의 일부 고위 인사들은 청문회 과정에서 "현실은 달랐다"는 식의 역사 해석을 내세워 국민적 반감을 사기도 했다.
윤석열 정권의 인사 기준, 이번 토론회로 바로잡아야
광복회와 김병기 의원이 이번 학술토론회를 마련한 이유는 분명하다. 헌법 정신과 국민 정서에 반하는 역사 인식을 지닌 인물들이 정부 고위직에 자리하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학자들은 향후 고위 공직 인사에 있어 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광복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병기 의원실 공동주최 '일제강점기 한국인 국적 국회 학술토론회'에서 환영사를 맡은 이종찬 광복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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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회 이종찬 회장은 "이 문제는 초당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며, 정당을 넘어 국회 전체가 공통된 인식에 도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실제로 광복회는 지난 대선 기간 모든 정당의 후보자들에게 '일제강점기 한국인 국적에 대한 입장'을 질의했으나, 답변을 보낸 유일한 후보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뿐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일제의 국권침탈은 완전한 불법이자 무효"이며,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고 내 핏줄과 선조가 바뀔 수는 없다. 우리 선조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그 국적 역시 한국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광복회가 이런 당연한 질문을 해야만 하는 현실에 참담한 심정을 느낀다"고 덧붙인 바 있다.
이재명 정부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 광복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병기 의원실 공동주최 '일제강점기 한국인 국적 국회 학술토론회'에서 '일제강점기 일본국적의 실체'를 발표한 김창록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광복회
김창록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이 아직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대통령 주변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강제동원 제3자 변제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대한민국 정부의 일관된 공식 입장과 헌법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하며,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책임을 대신 떠안는 방식으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사실상 무력화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이 조치는 전범기업과 일본 정부가 져야 할 책임을 한국 정부가 국내 기업의 돈으로 떠안게 만든 굴욕적 구조이며, 헌법 질서에도 위배된다"며 "폐기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은 자국의 원칙을 끝까지 관철시키는 반면,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교 기조가 흔들린다"고 비판하며, 이재명 정부는 굴욕 외교를 답습하지 않고 헌법 가치에 입각한 새로운 외교 노선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복 80주년이자 한일수교 60주년, 기적이 필요한 해

▲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이다. 이재명 정부가 1952년 샌프란시스코 조약, 1965년 한일협정 등에서 비롯된 역사 해석의 간극을 좁히고, 일본으로부터 '한일병합조약의 원천무효'에 대한 공식 인정을 이끌어낸다면, 그것은 기적에 가까운 외교적 성과가 될 것이다.
과연 이재명 정부는 굴욕과 타협의 외교를 넘어, 국익과 정체성을 모두 지켜내는 새로운 한일관계를 열어갈 수 있을까. 이번 학술토론회는 그 물음을 던진 출발점이자, 국가 정체성 회복을 위한 기준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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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 추서 백기환 (신흥무관학교 졸업, 진천부대 대장, 압록강 인근에서 활동, 서로군정서와 협력, 1920년 평양 경찰서 폭파에 가담해 7년간 옥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연락해 독립신문 배포, 1945년 평양 군사시설 폭파에 참여) 애국지사의 증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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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일제강점기 국적 논쟁, 오늘로 종식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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