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가방끈', 또 사방댐?

[주장] 또 시작된 공사를 보면서... 짐을 줄이지 않으면, 어떤 제방도 버티지 못합니다

등록 2025.06.22 10:38수정 2025.06.2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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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끈이 끊어졌어요." 짐이 너무 많았습니다. 내 물건만이 아니라, 남이 몰래 넣은 돌멩이도 있었습니다. 끈이 끊어지자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럴 줄 알았어. 새 가방 사야지." 전문가들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반복됩니다. 짐은 줄지 않고, 가방만 계속 바꾸니까요. 자기 돈은 안 들어 갑니다.

서울 관악산 자락, 올해 또다시 사방댐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이곳은 2011년 산사태 이후 복구공사를 했던 자리입니다. 불과 14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식의 공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사방댐은 한 번 만들면 끝이 아닙니다. 흙이 쌓이면 준설, 준설엔 중장비 투입, 그리고 예산 투입. 그래서 사람들은 말합니다. "사방댐은 돈 잡아먹는 하마"라고. 공사가 반복될 때마다 나오는 익숙한 말이 있습니다. "기후변화 때문이야." 그 말 한마디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것 뿐일까요?

사방댐과 준설 콘크리트로 사방댐을 만들어 두면 흙이 쌓인다. 쌓인 흙을 주기적으로 준설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중장비가 들어온다. 단절된 생태계가 확산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사방댐과 준설 콘크리트로 사방댐을 만들어 두면 흙이 쌓인다. 쌓인 흙을 주기적으로 준설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중장비가 들어온다. 단절된 생태계가 확산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한무영

사방댐이 무너지거나 토사가 쌓이는 진짜 이유는 기후가 아니라 '구조'입니다. 인위적으로 더 많은 물이 몰려들게 만든 결과입니다. 빗물은 원래 땅에 스며들고, 토양수와 지하수가 되고, 천천히 흘러내려 자연의 흐름을 유지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도시를 콘크리트로 덮고, 빗물을 하수도로 급하게 몰아 한꺼번에 아래로 쏟아버립니다. 사방댐 상류에 만든 임도, 주차장, 건물 등에서 추가로 쏟아지는 물, 이것이 바로 남이 몰래 내 가방에 넣은 돌멩이입니다. 그런데도 해법은 여전히 더 큰 사방댐, 더 단단한 콘크리트. 하지만 짐을 줄이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가방도 결국 끊어집니다.

이제는 시각을 바꿔야 합니다. 무너진 걸 고치는 것보다, 왜 무너졌는지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그리고 시선도 바꾸어야 합니다. 무너진 곳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위쪽을 보아야 합니다.

- 빗물 침투 공간을 늘리고
- 우수유출부담금 같은 책임 분담 제도를 도입하고
- 물을 머금고 천천히 흘려보내는 물모이를 상류에 곳곳에 설치하고


기후변화는 변명이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만든 물길, 우리가 고쳐야 할 문제입니다.

"가방끈이 끊어졌다면, 짐을 줄일 생각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무너진 곳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무너졌는지를 묻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기후변화'라는 말은 이제 너무 편리한 변명이 되고 있습니다. 그 안에 숨어버리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물이 넘치는 시대에서 물이 사라지는 시대로, 우리는 ‘빗물’의 흐름을 바꾸는 지혜를 가져야 할 때입니다. 작은 물모이 하나가 거대한 공사보다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짐을 줄이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가방도 결국 끊어집니다.
더 중요한 건, 누가 짐을 더 넣었는지를 찾는 것입니다.
남이 몰래 내 가방에 돌멩이를 넣었다면, 그 사람에게 다시는 넣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 쓰는 가방도, 오래 쓸 수 있습니다.

물론 가방을 새로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방 값은 우리의 세금이고, 결국 우리 자녀들이 물려받아야 할 빚입니다.
#사방댐공사 #물모이 #기후변화 #끊어진가방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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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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