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5.06.22 18:10수정 2025.06.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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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번 주말엔 무엇으로 생명을 연장해야 하나.
보통의 주부들이라면 매일 하는 고민이겠지만, 주말부부라는 특별한 생활을 하는 내게는 가끔 찾아오는 걱정거리다. 평일에는 성인이 된 아들이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고, 나는 직장에서 제공되는 급식으로 연명한다. 남편은 근무지에서 회사 식당과 외식을 오가며 식사를 해결하니, 주말만이라도 집밥을 차려주고자 애써왔다. 일종의 의무감이기도 했고, 나름대로 보람 있는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큰비가 예상돼 이번 주말에는 집에 오기 어려울 것 같단다. 그는 재난 대응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여름철이면 이런 상황이 종종 생긴다. 남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내게는 걱정거리 하나가 사라진 듯한 기분이었다.
토요일 아침,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아들이 김치전이 먹고 싶다고 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니 전이 당겼던 모양이다. 냉동실에서 이것저것 재료를 꺼내 부침개를 후다닥 만들어내니, 아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오후에는 밀린 집안일을 마치고, 잠깐의 취미 활동으로 시간을 보냈다.
어느새 저녁시간이 되었다. 배달음식을 시킬까 생각했지만, 비 오는 날 배달하는 이들이 괜스레 걱정되었다. 나도 참 오지랖이 넓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몇 가지 야채가 있었고, 아들이 사두었던 베이컨은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밥을 만들기로 마음먹었지만 밥이 없었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키토김밥을 시도했다. 밥이 들어가지 않으니 김밥보다는 김말이라고 해야 한다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지단을 부치고 야채를 손질해 듬뿍 올려 돌돌 말았다. 모양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가지런히 자른 김밥을 접시에 담아 아들 방에 넣어주었다. 게임에 몰두해 있던 아들이 방문을 열고 나와 "진짜 맛있다"고 말했다. 맛이 좋았다. 김밥을 한 알 한 알 입에 넣으며, 문득 떠오른 얼굴들이 있었다.
밤새 야근하며 대충 끼니를 때웠을 남편, 군대밥을 먹고 있을 큰아들. 주말 저녁이면 가족 모두가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한 주간의 이야기를 쏟아내던 평범한 식탁이 생각났다. 그 시절, 밥을 짓는 시간이 즐거웠다. 내 작은 수고로 가족이 온기로 채워지는 순간, 삶은 조용한 보람으로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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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살림에 흥을 잃은 건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함께할 수 없음에서 오는 결핍 때문은 아닐까. 이제 다시 그런 날이 오긴 어렵겠지. 아이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갈 테고, 우리는 다시 같은 지붕 아래 살게 되더라도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아직은 오지 않은 시간임에도, 그 미래가 낯설게 느껴졌다.
일요일 새벽, 남편이 돌아와 있었다. 늦잠에서 깨어보니 그가 조용히 청소를 하고 있었다. 부산에서 세종까지 첫차를 타고 온 그였다. 힘들만도 한데, 언제나 그렇듯 묵묵하다. 나는 조용히 주방으로 가 뜨끈한 시래깃국과 밥을 준비했다. 남편은 식사를 마치고 곧장 시어머니가 계신 텃밭으로 향했다.
오늘 저녁은 무엇을 해먹을까. 무엇을 먹느냐보다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어머니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누군가를 위한 한 끼의 고민. 그것이 아직도 내가 행복해야 할 이유임을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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