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고창읍성을 거닐다

등록 2025.06.23 08:16수정 2025.06.23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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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雨)중 주말(21일)여행이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늦게 오는 사람이 없다. 고창읍성 여행을 기대해서일까. 비 오는 날 여행을 기다렸을까. 도무지 일행들의 마음을 알 수 없으나, 언제나 그렇듯 여행지를 사전답사하고 자료까지 준비한 분이 있다. 오늘따라 그가 고마워진다.

비 오는 날의 고창읍성 여행. 또 다른 운치와 정감을 기대한다. 순간 백석 시인의 <정주성> "잠자리 졸던 무너진 성 터" 시 구절이 생각난다. 성(城) 안으로 들어가니 예상과 달리 성곽 주변이 잘 정돈된 느낌이다.


비마저 성곽을 적시고 있어 색다른 정서가 느껴진다. 확 트인 성곽 주변으로 소나무 가지가 너스레를 떨고 있고, 빗물 먹은 풀잎마저 파릇파릇하다. 우산을 쓰고 있는데도 신발 틈으로 빗물이 스멀스멀 들어온다. 마음만은 가볍다.

고창읍성(사적 제145호)은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조선 단종 원년(1453년)에 전라도민들이 힘을 모아 축성한 자연석 성곽이다. 이 성은 모양성(牟陽城)이라 부르기도 한다. 읍성 성곽 둘레가 1648미터로 야간에도 관람할 수 있다.

일행들은 비 내린 성곽 주변을 둘러보면서 주춤거린다. 비가 조금 잦아들자 일행은 우산을 받쳐 들고 삼삼오오 성(城) 안 길을 따라 걷는다. 일행들의 비 묻은 발걸음 소리가 주변 경치와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낳는다. 길모퉁이를 돌아서자 산목련 함박꽃이 우(雨)중에도 환하게 일행을 반긴다. 가는 길을 멈추고 산목련 함박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정겹다.

비가 더 세게 내리자 일부 일행은 가던 길을 멈추고 비를 피해 주변 누각으로 오른다. 누각에서 성안을 내려다보니, 또 다른 성곽(城廓)의 모습이다.

성곽 귀퉁이 네모진 연못에 한 송이 연꽃이 영롱하게 피어있다. 세상의 묵은 때가 빗물에 씻기듯 깨끗하다. 마치 연못에 핀 연꽃이 해탈 된 피안(彼岸)의 세계처럼 보인다. 석가모니가 영취산 영산회(靈山會)에서 연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자 제자 마하가섭만이 그 뜻을 깨닫고 빙그레 미소 지었다고 한다. 필자 역시 미소가 절로 나온다.


과연 염화시중(拈花示衆), 석가 뜻이 마음으로 전해진 느낌이다. 일행 중 어느 한 분도 연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그는 무슨 생각으로 연꽃을 바라보고 있을까.

촉촉이 비 머금은 성벽은 묵묵히 시간의 흔적을 말하고 누각 지붕에서 흐르는 빗물 소리는 수많은 왜 군의 격퇴 영웅담으로 들린다. 성벽을 따라 돌을 머리에 이고 걸었던 답성(踏城) 놀이하던 아낙네들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빗소리는 여전하여 성곽의 고요함을 깨운다.


 고창읍성
▲ 고창읍성 김병모

이제 비가 그만 그쳤으면 좋으련만, 그칠 기색이 없다. 하는 수 없이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서려 하는데, 보일 듯 말 듯 한 성곽 뒤 건물에 '작청(作廳)이란 편액이 보인다.

작청은 아전들이 근무하는 곳이란다. 특히 이곳에서 근무한 동리 신재효(1812~1884)는 고창현 출신 아전이다. 동리 신재효는 또한 고창읍성 앞에 동리정사를 이루어 조선 후기 판소리의 이론적 체계화와 실제적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고창읍성 입구 언저리에 신재효 고택이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광대들과 판소리 소리꾼들이 그의 사랑채 주변으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고 한다. 신재효 고택 바로 옆에는 판소리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을 들어서니 동리 신재효의 문하에서 소리의 기운을 축적했던 진채선과 김소희 선생 등 판소리명창들의 숨소리가 거칠게 느껴진다.

해설사의 맛 깔란 해설은 숨 돌릴 새 없이 계속된다. 그 해설사는 역시 고인돌, 갯벌, 판소리 농악 등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을 7가지나 보유한 고창의 자랑을 놓치지 않는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오는데 고창 하면 수박과 복분자란다. 어느새 일행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아름드리 고창 명품 수박을 끙끙거리며 차에 싣고 있다. 고창 복분자는 필요하지 않을까.
#고창 #고창읍성 #판소리 #신재효 #고창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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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오마이뉴스, 대전일보 등 언론사나 계간 문학지에 여론 광장, 특별 기고, 기고로 교육과 역사 문화, 여행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는 따뜻한 시선과 심오한 사고와 과감한 실천이 저의 사회생활 신조입니다. 더불어 전환의 시대에 도전을 마다하지 않고 즐기면서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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