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미 역 태백선 예미 역
박도
송강의 절창 '관동별곡'
원주 역 11: 04 발, 동해 역 14: 22 착, 무궁화 열차를 타고 동해로 향해 달렸다. 도중에 스마트폰으로 울진으로 가는 열차를 조회하자 14: 37분 울진 행 바다 열차가 있기에 차내에서 예매를 했다. 동해를 가는 태백선은 아직도 단선이라 요즘 그 흔한 KTX 열차가 없다.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태백산맥을 넘어가면서 '느림의 미학'을 잔뜩 즐겼다. 김밥과 햄버거 포장지를 동시에 펼쳐 놓고 먹으면서 차창 밖을 바라보는데 언저리 풍경이 온통 초록으로 눈이 시리도록 푸르다.
달리는 열차가 잠시 쉬어 가는 곳 차창 밖을 바라보자 조그만 간이 역으로 역명이 '예미(禮美)'다. 그 이름의 유래가 궁금했으나 굳이 알아서 무엇 하겠는가. 그래도 카메라에 담고자 객차 밖으로 나가려는데 문이 잠겼다. 지난번 그곳 태백선 민둥산 역 플랫폼에 내렸다가 열차가 떠나는 바람에 혼줄이 난 적이 있기에 차창을 통해서 셔터를 누르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잠시후 차내 방송은 "마주 오는 임시 열차를 피하고자 한 간이역에서 10여 분 정차" 한다고 했다. 갑자기 동해 역에서 남행 열차로 환승할 시간을 놓칠까 안절부절 하던 중, 마침 지나가는 여객 전무에게 그런 사정을 말하자 그분은 친절히 어디론가 통화를 한 후, 조치해 뒀으니 걱정 말라고 나를 안심 시켰다.
14: 38에야 10여 분 늦게 동해 역에 도착했다. 여객 전무는 내 자리로 와서 철로 건너 4번 홈으로 가서 바다 열차를 타라고 친절히 안내해 주셨다. 동해 역 플랫폼에 내리자 다행히 남행 열차는 그때까지 역 구내에 진입초차 하지 않았다.
곧 플랫폼에 정차한 바다 열차를 타고 삼척, 임원, 근덕 역을 지나 오후 4시 직전, 울진 역에 도착했다. 새로 지어진 울진 역이 바닷가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산중에 있었다. 길을 모를 때는 택시 이용이 가장 편리하다. 역 앞 정류장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의 문을 열자 '어서 오십시오'다. 기사에게 사장을 말하고 왕복 이용을 하겠다고 말하자 'Welcom'이다. 거기서 10여 분 달리자 '망양정' 정자 아래 주차장이다.
10여 분 쉬엄쉬엄 오르자 망망대해 동해 바다가 일망무제로 펼쳐졌고, 우뚝 세워진 망양정이 눈앞에 마주섰다. 아! 동해 바다… 순간 나는 두 팔을 들고 심호흡을 했다.
뎐근을 못내보와 망양뎡에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ᄂᆞᆯ이니 하ᄂᆞᆯ 밧근 므서신고.
4세기 전에 이미 유명을 달리한 고 송강 시백(詩伯)의 시가 읊조리는 소리가 바람결에 낭랑히 들리는 듯하다. 망양정 일대를 미음완보(微吟緩步)하는 순간 '돌아가는 열차를 놓치면 이곳에서 일박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퍼뜩 스쳤다. 뒤돌아 일망무제의 동해 바다를 한참 더 바라본 뒤 곧장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망양정에서 동해 바다를 바라본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내 언제 그 바다를 다시 바라보리요. 아마도 내 여생 중, 숱한 명승지를 제쳐 두고, 아마도 그곳을 다시 찾기는 그리 쉽지 않을 듯하다. 안녕! 망양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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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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