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을 줄만 알고, 보낼 줄은 몰라요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 기술은 왜 손을 내밀지 않는가

등록 2025.06.23 17:28수정 2025.06.2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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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이 와도 그냥 보기만 해요. 받은 건 알겠는데, 어떻게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고, 글자가 작아서 힘들어요."

탑골공원에서 만난 82세 어르신의 말씀은 단순한 기술 미숙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디지털 사회에서 점점 밀려나는 고령층의 현실을 압축한 하나의 외침이었다.

누구를 위한 디지털인가

현대 사회의 빠른 디지털 전환 속에서, 일상의 거의 모든 활동은 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를 매개로 이뤄진다. 그러나 기술의 속도만큼 모든 세대가 그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2025년,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는 단순한 인구 변화가 아닌, 사회 시스템이 고령층의 속도와 방식에 맞춰야 한다는 신호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6~24세의 디지털 고숙련군 비중은 63.4%, 55~65세는 단 3.9%에 불과하다. 세대 간 디지털 숙련도 격차가 가장 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라는 점은 우리 사회가 기술 진보의 이면을 제대로 마주하고 있는지 되묻게 한다.

"기술은 모두를 연결한다"는 이상과 달리, 현실은 느린 이들을 배제하고 있다. 2025년 3월 발생한 대형 산불 당시 일부 고령층은 재난문자를 인지하지 못해 대피하지 못했다. 이는 디지털 격차가 단순한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기술이 발전하는 동안, 누군가는 점점 사회에서 멀어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의 다음 단계는 '더 빠르게'가 아니라 '더 함께'여야 한다.


일상이 된 '작은 장벽들'

경희대학교 <세계와 시민> 수업의 프로젝트팀 'E심전심'은 2025년 5월, 탑골공원과 대학교 인 근에서 고령층 17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다.


 경희대학교 <세계와 시민> 수업 활동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탑골공원에 방문하여 어르신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세계와 시민> 수업 활동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탑골공원에 방문하여 어르신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고현준
"기차표는 무조건 창구에서 사요. 인터넷은 못 믿겠고, 예매하다가 잘못될까 봐 무서워요." "병원 키오스크는 너무 복잡해서 누르다 포기했어요."

응답자 대부분은 스마트폰, 키오스크, 온라인 금융 서비스 등 일상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그 이면에는 '실수에 대한 두려움'과 '타인의 시선'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많은 어르신들이 "기계보다 사람이 낫다", "디지털 기기가 있는 곳은 일부러 피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사용법 교육의 문제가 아닌, 정보 격차를 넘어 일상에서 배제되는 시민권 박탈의 문제다.

정부와 기업의 서비스는 고령자를 고려하고 있는가?

UN, OECD, 세계은행 등은 '디지털 포용(Digital Inclusion)' 개념을 통해, 기술이 모든 계층에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또한 정부와 기업이 고령층 대상의 디지털 교육 사업을 운영 중이지만, 인터뷰에 참여한 17명 중 이를 인지하거나 수강한 인원은 단 2명뿐이었다. "한 번 배워도 금방 잊어버린다"며 회의적인 반응도 많았다. 홍보 수단 역시 대부분 유튜브나 온라인 기반이었고, 고령층의 접근성과 동선, 정보 소비 방식은 고려되지 않았다. 카카오뱅크가 한때 운영했던 '간편홈 모드'도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글자 크기를 키우고 인터페이스를 단순화한 시니어 친화적 UI였으나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았다. 이는 기술적 접근성뿐만 아니라, 심리적 신뢰와 사용자의 속도에 맞춘 설계 그리고 지속 가능성 있는 서비스 체계의 필요성을 시사한다(이에 대해 카카오뱅크는 "현재 중단됐다고 적혀있지만 아직까지 운영중"이라고 밝혀왔다 - 편집자 주).

기술이 먼저 손 내밀어야 한다

단순한 기능 교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배운 것을 바로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사용 중심 교육 설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구체적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실습 중심의 교육 구성이다. 단순한 기능 설명이 아니라, 실제 어르신들이 자주 마주하는 기술 상황—예를 들면 은행 앱 사용, 병원 키오스크 이용, 식당 무인주문기 활용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교육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의 시니어 모드를 활용해 계좌 조회, 송금, 거래 알림 확인 등의 단계를 직접 따라해보는 방식이나 병원 예약부터 접수, 수납까지의 과정을 모의 상황으로 재현한 뒤 실습하는 것이 그 예이다.

둘째, 반복 가능한 시나리오 기반 학습이 필요하다. "송금하기", "기차표 예매하기", "병원 예약하기"와 같은 실제 상황을 단계별로 구성한 시나리오를 제공해, 반복 훈련을 통해 기능을 익히는 방식이다. 특히 중요한 점은, 실수를 허용하는 '안전한 실패 환경'을 조성해 어르신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연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성공 경험을 반복적으로 제공함으로써 학습에 대한 자신감을 높일 수 있다.

셋째, 교육 이후에도 생활 밀착형 디지털 코칭을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일회성 교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이후에도 디지털 버디(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생이나 자원봉사자와 연결되도록 하고, 필요 시 복지관이나 동사무소를 통해 1:1 방문 코칭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어르신들은 디지털 환경 속에서도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

기술의 진짜 목적은 모두를 잇는 것

디지털 전환의 목표는 더 많은 사람을 연결하는 데 있다. 그러나 지금의 기술은 가장 느린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다. "받을 줄만 알고, 보낼 줄은 몰라요." 이 말은 기술에 대한 단순한 무지가 아니다. 기술로 인해 점점 사회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고립감의 표현이다. 고령층의 낮은 디지털 숙련도를 그들의 '능력 미숙'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는 개인의 한계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구조적 과제다.

디지털 사회의 다음 과제는 효율이 아니라 포용이어야 한다. 가장 느린 사람의 속도를 고려하는 기술, 모두가 함께 갈 수 있는 기술이야말로 진짜 혁신이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세계와 시민>강의에서 ‘시니어 디지털 소외’을 주제로 활동한 고현준, 권정현, 이윤, 이유찬, Kim Pavel의 글로벌 시티즌 프로젝트 활동의 결과를 담은 기사입니다.
#노인 #디지털 #소외 #디지털소외 #키오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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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재학 중이며, 디지털 격차와 사회적 배제를 주제로 시민사회의 역할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직접 어르신들을 인터뷰하고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디지털이 누군가에겐 ‘장벽’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이 모두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아 시민의 시선으로 사회를 기록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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