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 장관에 지명된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
김영훈 페이스북
지명 당일까지 철도기관사로 승객을 실어나른, 첫 철도기관사 출신 장관이 나올 수 있을까.
대통령실은 23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11개 부처의 장관 인선을 발표했다. 전재수 의원이 해양수산부 장관에, 정동영 의원이 통일부 장관에 지명되는 등 현직 의원이 상당수 지명되었는데, 고용노동부 장관에는 한국철도공사의 현직 철도기관사, 김영훈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을 지명했다.
현직 노동자를 지명한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뒤따랐는데, 당장 김영훈 전 위원장은 임명 기자회견이 있던 날 열차 운행에 나섰다.
33년 철도 현장 지킨 노동자, 장관에 지명
경남 마산시에서 출생한 김영훈 전 위원장은 마산중앙고등학교와 동아대학교 축산과를 졸업한 뒤, 1992년 한국철도공사의 전신인 철도청에 입사해 철도기관사로 일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후 2000년 전국철도노동조합 부산지부장에 당선해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에 나섰다.
김영훈 전 위원장이 전면에 등장한 것은 2003년이었다. 당시 정부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과 한국철도시설공단법 등 철도구조개혁법안의 양대 법안을 처리하려 했는데, 철도청 해산과 한국철도공사·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의 상하분리(철도 차량 운영과 시설 운영을 분리하는 것 - 기자 말)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이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이에 반발해 총파업에 돌입했다. 김영훈 당시 철도노조 대변인은 철도 파업과 관련해 철도청 공무원이었던 철도종사자들의 신분 전환에 따른 처우 개선, 협의 과정의 미비 등을 언론에 알리는 데 고군분투했다.
이어 2004년 30대의 나이로 철도노조 위원장에 당선한 김영훈 전 위원장은 2005년 1월 1일로 예정된 한국철도공사의 공사화에 반발해 파업을 선언했지만 파업 3시간 전 특별단체교섭에 따라 합의해 파업을 철회하기도 했다.
2010년 당시 42세의 나이로 최연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되었다. 김 전 위원장은 2년 9개월 동안 임기를 지내며 한진중공업 농성에 따른 '희망버스' 운행,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 경선 의혹에 따른 지지 전면 철회 등 진보 진영의 굵직한 사건들을 겪기도 했다.
2012년 사퇴한 후 김 전 위원장은 철도노조 위원장으로 돌아와 2016년 수서발 고속철도(SR) 출범에 앞서 지하철노조와 22년 만에 공조를 통한 철도 총파업을 진행했다. 당시 최장기 파업으로 기록된 2016년 파업은 74일 동안 진행됐다.
이후 김 전 위원장은 2017년 정의당 노동본부장에 임명되어,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에 출마했다. 2021년에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정책 연대를 하기도 했다. 이후 2024년에는 더불어민주연합의 시민사회 추천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 지명 당일까지 철도기관사로 승객을 실어나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
김영훈 페이스북
'꿈꾸는 기관사' 김 후보자... "마지막까지 안전 운행 하겠다"
김영훈 장관 후보자는 온라인에서 자신의 닉네임을 '꿈꾸는 기관사'로 소개한다. 한국철도공사 부산기관차승무사업소에 속해 있는 데다 ITX-새마을·마음 등 승객을 싣고 달리는 철도를 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철도 경쟁체제 도입에 따른 민영화 논란, 동해남부선 부산 해안구간 폐선 등 철도와 관련된 일에서도 언론과 방송을 통해 목소리를 냈던 김영훈 후보자는 최근에도 방송에 출연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철도가 더욱 공공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훈 후보자는 23일 고용노동부 장관에 지명된 순간에도 철도 운행을 했다. 13시 14분 부산역을 출발해 서울로 향하는 ITX-새마을 #1008 열차를 운행한 김 후보자는 15시 26분 김천역에서 내려 다른 기관사와 승무 교대를 했다. 이후 김 후보자는 김천에서 다시 열차를 운행해 부산으로 돌아간다.
이런 현직 철도노동자의 고용노동부 장관 지명 소식에 노동계는 환영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출신 인사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첫 사례이기 때문. 민주노총은 "김영훈 후보자가 시대적 과제를 깊이 인식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장관으로서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는 소년공 대통령의 꿈이자 일하는 시민 모두의 꿈이다. 노동이 존중받는 진짜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김 후보자는 "오전 11시 30분경 출근해 열차를 운행해서 휴대폰이 차단되어 있었다"라며 "한 시간 후면 다시 부산으로 귀소 운행을 해야 한다. 마지막까지 안전 운행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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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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