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전단' 날리지 말고 남북이 만나자고 주장하자

[주장] 대통령의 의지만으로도 해소 가능한 남북간 군사적 위기

등록 2025.06.24 12:11수정 2025.06.2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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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전단 살포 선제 대응' 강화, 초지대교에서 검문·검색 접경지역 내 대북 전단 살포 시도를 막기 위해 인천 강화도 일대에 경찰이 배치된 가운데 18일 강화도 초지대교에서 경찰이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
▲'대북 전단 살포 선제 대응' 강화, 초지대교에서 검문·검색 접경지역 내 대북 전단 살포 시도를 막기 위해 인천 강화도 일대에 경찰이 배치된 가운데 18일 강화도 초지대교에서 경찰이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3일, 이재명 정부 집권 후 불과 2주가 안 돼서 접경지 주민들을 괴롭혔던 대북확성기가 중단 되는 등 군사적 긴장완화 조처들이 선제적으로 단행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남북관계는 강대강으로 치달았고 그로 인해 고통 받았던 접경지 주민들의 일상은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뀌면서 평화를 얻게 됐다. 지도자 한 사람의 의지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이 너무 크다.

'평화가 곧 경제'라는 슬로건 하에 대북확성기 중단 및 9.19군사합의 복원 의지 등 현 정부의 남북 간 충돌 가능성 해소를 위한 노력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일부 단체가 살포한 대북전단이 또 논란이다. 납북자가족모임 등 일부 민간단체들이 풍선에 대북전단을 실어 북쪽으로 살포했다(24일 오전 납북자가족모임은 "대북전단 중단 검토... 정부 고위급 연락 받아"라고 밝혔다 - 편집자 말). 대북전단을 살포해왔던 탈북민단체의 협조로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한반도 지리지형상 바람의 방향에 의존하는 대북전단은 북쪽에 떨어지는 비율보다 남쪽에 떨어지는 비율이 훨씬 많다.

대북전단을 보내는 심정을 왜 모르겠는가. 외부 세상과 단절 된 채 살고 있는 북한 인민들에게 정보를 유입하는 일은 중요하고도 필요한 일이다. 독재정권에 탄압받는 인민들이 속히 해방되기를 바라는 그 마음은 아마 모두 공감할 것이다. 속히 그런 날이 와야 하는데 문제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따르는 충돌위험이다. 실제로 지난해 오물풍선 대결로 남북간에 긴장이 고조됐고, 오물풍선 낙하로 인한 민간의 피해도 컸다.

까막눈으로 살아가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보내야 한다는 그 좋은 취지에 왜 우리는 쉽게 공감을 해 줄 수 없을까? 방법론 때문이다. 대북전단을 살포했던 일부 탈북민단체들의 후원금 확보를 위한 정치행위의 수단으로 전락한 대북전단 살포는 공감대를 잃었다. 정보유입이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행하는 방식은 도저히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감을 얻지 못하는 대북전단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2014년 접경지역인 경기도 연천에서 살포된 대북전단에 북한군이 고사총을 발사하고 우리가 대응사격을 하는 총격전이 발생했다. 물론 불안은 온전히 접경지 주민들의 몫이었다. 70여 년 동안 전쟁 공포와 트라우마를 견뎌오는 우리 자신에게 대북전단으로 다시 불안을 주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대북전단과 오물풍선 대결로 피해를 본 국가적 손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 인민들의 해방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고 나 또한 간절히 바라는 소망이다. 그러나 그 방식이 이웃들을 불안과 공포로 다시 몰아넣는다면 과연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대북전단이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마음의 벽을 더 쌓아 올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대북전단은 북한 인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현재 한국 사회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이 3만4천여명 넘었고 탈북 이유와 과정은 다양하다. 그런데 대북전단을 보고 탈북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렇다면 왜 대북전단을 뿌리는지 다시 생각해보자. 더 많은 북한 인민을 탈북시키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세뇌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저항하기를 바라는 것인가? 애석하게도 전자라면 불행한 탈북 역사의 연속일 뿐이고, 후자는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바라는 '위시풀싱킹'(wishful-thinking·희망사항)이다. 탈북이 목숨을 걸 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체제에 대한 인민들의 저항이 불가능한 사회라는 것을 누구보다 북한이탈주민들은 잘 알고 있다.


'만나고 싶으나 만나기 싫다'는 대북전단의 역설

다시, 왜 대북전단을 뿌리는가? 결국 서로 만나지 못함에 대한 갈망의 표현이다. 휴전선 철책선 군데군데에 "걸어서 10분, 뛰어서 5분"이라고 적힌 푯말들이 있다. 서로 월북과 월남을 회유하는 글귀인데 바로 우리의 만나지 못하는 마음이 심리전에 담긴 것이다. 탈북해보니 자유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또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는데 이런 이야기를 전해줄 길이 없다. 그래서 '삐라'(대북전단)라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했고 냉전 이데올로기는 더 이상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체제 경쟁은 오래전에 끝났고 북한은 자기 살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그렇다면 대북전단 살포 말고 직접 만나서 우리의 이야기를 전해줄 방법은 없을까?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북전단 살포 말고 직접 만날 기회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해보는 건 어떨까? 바로 남북 교류협력을 하라고 말이다. 대북전단의 소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공식적이고 적극적인 길이 바로 남북 교류협력이다. 교류를 하다 보면 처음에는 제한적으로, 그렇게 신뢰가 쌓이다 보면 다양한 영역에서 남북이 만날 기회가 확대된다. 대북전단이 전하지 못하는 무수한 가능성을 만들 수 있고 북한 인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계속 만나야 신뢰가 쌓인다.

그래서 대북전단 살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정작 주장해야 하는 건 다름 아닌 조속한 남북 교류협력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이 역설적이게도 남북 대화와 교류의 단절이고, 압박만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며 때로는 "전쟁 불사"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만나고 싶으나 만나기 싫다는 역설적인 현상이다. 이제 직접 만날 수 있게, 적극적인 남북 교류협력을 주장해보는 건 어떨까.

다행이 이재명 정부는 남북관계를 다시 복원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북한이 호응하기도 전에 대북확성기를 선제적으로 중단한 것도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아마도 북한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대화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다시 9.19군사합의를 복원하고 최소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충돌은 우발적 사고로도 번질 수 있다. 남쪽에서 살포하는 대북전단이 그 빌미가 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정부는 대북전단을 살포한 단체를 엄중하게 처벌하겠다며 강력대응에 나섰다. 통일부도 민간단체들에게 협조요청을 하는 상황이지만 대북전단 살포단체들은 협조에 부정적이다. 정부도 강력대응만으로는 어려울 수 있다.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단체들을 만나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민간단체들도 '책임지지 않는' 표현의 자유만 외칠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조경일 작가는 함경북도 경흥군(아오지) 출신이다. 정치컨설턴트, 국회 비서관을 거쳐 현재 작가로 활동하며 대립과 갈등의 벽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줄곧 생각한다. 책 <아오지까지> <리얼리티와 유니티> <이준석이 나갑니다>(공저) <분단이 싫어서>(공저)<한반도 리빌딩 2025>(공저)를 썼다.
#대북전단 #오물풍선 #북한인권 #조경일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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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일 작가는 정치컨설턴트, 국회 비서관을 거쳐 현재 피스아고라 대표로 활동한다. 통일부 정책자문, 평화통일 강의, 칼럼과 책 집필 등의 활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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