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겨울 작가 김겨울 작가 캐리커처
CJB
김겨울 작가는 평범한 소시민이며 그저 딸 다섯 잘 키우는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펄롱이 불의한 일을 알게 된 뒤 마음속 갈등을 극복하고 무언가를 선택하면서, '자기 안에서 좋은 무언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한 부분을 주목했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에서 자신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대목이라며 작품의 배경이 크리스마스라는 점도 짚었지요. 사랑의 마음을 나누는 시간에 자신의 내면에 있는 '무언가 좋은 것들'을 꺼내어 놓는 이야기라고 작품의 의미를 분석했습니다.
사실 소녀들이 학대받는다는 것은 동네 사람들 대다수가 웬만큼 짐작하는 일이었습니다. 지역사회에 영향력이 큰 수녀원에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침묵을 선택했지요. 펄롱도 소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세탁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이 없었고, 아내 아일린도 "그런 일은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펄롱에게 침묵을 강요하지요.
펄롱을 아끼는 가게 여주인도 "사람이 살아가려면 모른 척해야 하는 일도 있는 거야. 그래야 계속 살지. 당신 말이 틀렸다는 게 아니야. 틀리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라 당신은 너무 속이 물러. 그래서 그래"라며 펄롱을 설득합니다. 더 크고 직접적인 위협도 있었지요. "딸들은요. 어떻게 지내요? 둘은 여기에서 음악 수업을 받으면서 꽤 진척이 있다고 들었어요." 수녀원장이 펄롱에게 안부 인사를 건넸지만 원장의 말 속엔 몸을 부르르 떨게 할 만큼 무시무시한 경고가 담겼지요.
그렇다면 과연 어떤 힘이 펄롱의 내면에서 좋은 무언가가 나오게 만들었을까요? 작가는 펄롱이 소중하게 간직한 기억을 통해 펄롱이 어떤 선택을 하는 이유를 따뜻하게 설명합니다. 펄롱의 엄마는 미혼모였고, 미시즈 윌슨이 거두어 보살펴 줬습니다. 펄롱도 미시즈 윌슨 품에서 성장했지요.
어느 해 크리스마스에 펄롱은 선물로 받은 '크리스마스 캐럴'을 사전까지 찾아가며 읽었고, 맞춤법 대회에서 1등을 합니다. 그러자 미시즈 윌슨은 마치 자기 자식인 양 펄롱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 주었는데, 펄롱은 그 날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해왔지요.
'그날 종일, 그 뒤로도 얼마간 펄롱은 키가 한 뼘은 자란 기분으로 자기가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소중한 존재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돌아다녔다.'
사실 펄롱은 <크리스마스 캐럴>을 받고 서운한 마음에 밖에 나가 눈물을 훔치지요. 표지가 낡은 오래된 책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니. 그래도 펄롱은 다음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에 크리스마스 캐롤을 끝까지 읽었습니다.
아마 과거의 유령이 나타나 스쿠루지를 어린 시절로 데려가는 장면을 기억했겠죠. 스크루지가 사랑받지 못했던 기억과 놓쳐버린 관계를 회상하며 따뜻했던 한 때를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을 가슴에 담았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펄롱은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인지 스스로 마음 속에서 길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수녀원에서 도망치듯 나오다가 길을 잃은 펄롱에게 한 노인이 이렇게 말하지요. "이 길로 어디든 자네가 원하는 대로 갈 수 있다네." 처음부터 독자들을 펄롱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게 한 뒤 펄롱과 함께 길을 찾아가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2025 리딩코리아 패널인 안광복 철학교사는 지난 1일 CJB TV 방송 녹화에서 철학자 레비나스를 소환했습니다.
"레비나스라는 철학자가 타인의 얼굴을 바라보라고 얘기를 해요. 그러니까 타인의 고통을 딱 바라보는 순간 외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타인의 고통 때문에 내 마음 속에서 선한 마음이 올라와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앞에 불편해 보이는 노인이 서 있다고 할 때 선택은 둘 중에 하나잖아요. 눈을 질끈 감으면서 조는 척하거나 아니면 앉으세요 하고 양보할 수밖에 없어요. 뻔히 보면서 갈 수 있는 사람은 없거든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바로 그런 것 같아요. 내 마음속에 있는 그 선한 마음을, 아무리 그 냉정하고 건조한 사람이라 해도 이렇게 선한 마음을 불러일으킨다는 아주 감동적인 스토리인 것 같아서 학생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펄롱은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 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클레어 키건은 펄롱의 집에서 음식을 만드는 장면을 자세하게 소개합니다. 아내 아일린이 딸들과 함께 케이크를 만드는 모습을 레시피 소개하듯 꼼꼼하게 묘사하지요. 평온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상징입니다. 자신의 선택이 아일린과 딸들이 누리는 안온한 일상을 파괴할게 뻔한데도 그 길을 걸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책입니다.
※충청대학교 평생교육융합학부 문화콘텐츠 전공 학생들이 제작한 '이처럼 사소한 것들' 북트레일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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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사소한 것들 북트레일러 충청대학교 평생교육융합학부 문화콘텐츠 전공 학생들이 제작한 2025 리딩코리아 북트레일러입니다. ⓒ 김용호 김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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