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은정 작가가 에세이 중 인상적인 한편을 소개하고 있다.
이혁진
그는 북토크 중 '바람이 된 약속' 제목의 수필을 직접 낭독했는데 그중 마지막 구절을 옮겨본다.
"집을 떠나는 날, 나는 집을 한 바퀴 둘러보고 출입문을 잠갔다. 도둑이 와도 훔쳐갈 것 하나 없는 벽과 지붕 뿐이었다. 나는 대문을 안에서 잠그고 대문을 뛰어넘었다. (중략) 나는 H언니가 꿈꾸던 세상에서, 매일 그리운 사람들과 이별하며 살아간다."
여기서 H언니는 북에 있을 때 모두가 외면할 때 자신을 챙겨준 친언니나 다름없는 사람이다. 둘은 귤을 실컷 먹으며 드라마를 원 없이 볼 수 있는 곳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오씨는 H언니를 고향의 그리움이자 지울 수 없는 기억으로 표현했다.
탈북해 입국한 지 어언 16년, 북토크에 임하는 오 작가는 내내 북에서의 고통은 잊은듯 보였다. 남한 청년들들과 마찬가지로 치열한 삶을 각오하면서 성장하는 꿈 많은 MZ세대이다.
작가의 꿈과 희망... 평범한 삶을 계속 기록하는 것
오 작가는 3년 전 카페를 개업해 운영하고 있다. 독자들이 단골로 찾아오고 탈북민을 포함한 시민들의 휴식공간이다. 에세이를 접한 고객들이 이질감을 없이 잘 읽었다는 평을 자주 한다고 했다.
그림을 취미로 즐기기도 하는 그는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고 지인들과 함께 하는 지금이 소중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소박하지만 일상을 만끽하는 즐거운 그의 표정에서 탈북민이라는 선입견은 지워졌다.
'경계'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 그는 위로가 되고 잘 읽히는 글을 계속 쓰고 싶다고 말했다.
"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여러 세계를 여행하면서 거기 사는 다양한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요. 글쓰기를 통해 제가 치유했듯이 이를 주변에도 권유하고 싶습니다 "
오 작가의 멘토인 박 교수는 "에세이는 북에서의 체험과 생활을 매우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우리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독을 추천했다.
책 제목의 '이상한 나라'는 북한의 다른 표현이다. 직접적인 용어를 자제하려는 의도가 엿보이지만 모든 사회는 '이상한 구석'을 내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는 북한의 삶도 남한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오은정 에세이 <이상한 나라에서 왔습니다> 책표지
이혁진
가끔 탈북민 지인들로부터 최근 북한의 달라진 모습과 안부를 전해 듣는 그는 "북한도 예전과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는 것을 직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에 하루빨리 자유가 오기를 소망했다.
오씨는 이른바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절 배급사회가 무너지면서 생긴 '장마당에서 자란 세대'로 이전 탈북민과는 다른 '열린 사고와 인식'을 가지고 있다. 남한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이들은 '먼저 온 통일'로 비유되기도 한다.
오씨는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계발하는데 멘토의 역할이 컸다며 박 교수에게 특별히 감사를 표했다. 이를 보며 탈북민의 취업을 돕거나 자매결연을 맺는 개인과 기업의 역할이 새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 작가는 현재 북한 관련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삶과 체험을 알리는 데 매우 적극적이다. 내심 그 젊음과 도전이 부러웠다. 실향민 2세인 나 또한 그의 활동을 응원하고 싶다.

▲ 오은정 작가의 이모가 북토크 기념으로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다.
이혁진
이날 북토크에는 작가의 어머니와 이모도 참석했다. 특히 이모는 조카의 북토크를 기념해 아코디언을 축하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통일부 남북통합문화센터는 해마다 남북통합문화 콘텐츠 창작지원 공모작을 선정하는데 이날 북토크에 소개된 오 작가의 에세이는 2024년 공모선정작이다.
이상한 나라에서 왔습니다
오은정 (지은이),
미구출판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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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 글쓰기'가 꿈, 북한에서 온 MZ 작가는 이렇게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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