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타냐후 총리는 "무력 개입이 곧 전쟁은 아니다. 협상을 훨씬 편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일 뿐이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고, 그 설득의 결과로 미국은 역사상 최초로 이란 본토를 직접 타격했다. 사진은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함께 추악한 세계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 NYT의 칼럼.
<뉴욕타임스> 보도 갈무리
지난 17일 <뉴욕타임스(NYT)>의 심층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선제공격 주장에 처음에는 난색을 보였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미국 국민에게 준 이득이 대체 무엇이 있나'고 외치며 고립주의 외교 노선을 천명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무력 개입을 여전히 망설였다고 한다.
하지만 핵 협상이 진전 없이 흐르자 트럼프 대통령은 점차 "외교로는 안 된다"라고 판단했고, 이스라엘이 이란 지휘부를 성공적으로 제거하자 무력 개입이 더 나을 수 있겠다며 입장을 바꿨다는 게 NYT의 보도 내용이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에게 네타냐후 총리가 "무력 개입이 곧 전쟁은 아니다. 협상을 훨씬 편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일 뿐이다"라고 설득했고, 그 설득의 결과로 미국은 역사상 최초로 이란 본토를 직접 타격했다.
이 일련의 결정은 24일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나토는 '나토 동진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선제 공격했다'는 러시아의 예방 전쟁 논리를 규탄해왔는데 아직 있지도 않은 핵 무기를 명분 삼아 이란을 공습한 이스라엘과 이를 지원한 미국의 행태가 러시아와 무엇이 다르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제 국제사회는 미국과 러시아, 이스라엘과 이란의 선악 구도를 더 이상 선명하게 나눌 수 없게 되었다. 국제질서는 위선이라는 이름의 얇은 유리 위에 서 있었다는 것이 이번 사태로 드러났다. 각국이 자국의 이익 앞에서 얼마나 쉽게 보편 가치를 뒤집는지, 심지어 미국조차 그 선을 넘었을 때 누가 이를 제어할 수 있는지, 전 세계는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곧, '다음은 누구인가'라는 공포로 이어졌다.
트럼프가 뿌린 독, 세계가 마신다
이번 사태는 국제정치의 구도뿐만 아니라 핵확산금지체제(NPT) 자체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사실상 보유한 핵무기에 대비하고자 핵 개발을 추진했고, 미국은 이를 제재로 막으려 했다가 아예 본토를 공격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국제사회의 검증을 받은 적도, 처벌을 받은 적도 없다. 미국은 1960년대부터 실시된 이스라엘의 핵 개발을 방조해 왔다. 당시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은 아예 닉슨 대통령에게 '어차피 이스라엘을 미국 몰래 핵 개발을 추진할 테니 괜히 압박을 넣어봤자 중동에 혼란만 야기한다'라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를 묵인해야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미국의 모순적 행보로 현재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로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으나 약 300발의 핵탄두를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과 더불어서 '왜 이스라엘은 모든 국제질서를 어겨도 항상 지지받나'라는 국제여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더 목숨을 걸 것이다. 이란이 저렇게 당하는 이유를 핵무기를 진작에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확신을 굳히고 앞으로 어떤 핵 협상에도 절대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비단 북한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이 '핵무기만이 우리나라를 보호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모든 과정은 트럼프라는 한 정치인이, 외교적 연속성과 국제 합의의 신뢰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핵 협정을 파기할 때도, 공습을 결정할 때도 그는 국제사회와 단 한 번의 조율 없이 움직였다. 미국이 그동안 쌓은 외교적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양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 사회가 최대한 자제하기로 약속했던 군사적 접근을 해결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무력 충돌이 아니라, '핵무기를 포기한 나라가 어떻게 되는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어버렸다. 오히려 핵무기를 가진 국가들만이 안전하고 협상력을 가지는 듯한, 뒤틀린 세계관이 현실로 정착될 수 있는 위험한 전환점이다. 심지어 이대로 휴전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이란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이란은 더욱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
막무가내 트럼프의 결정이 NPT 체제는 물론, 외교적 해결책을 제일로 삼는 국제 질서를 20세기 초반의 폭력만이 유일한 정답이었던 제국주의 시대로 돌려놓고 있다. 북핵 문제로 한반도 비핵화를 줄곧 주장해 온 한국은 이렇게 망가져 버린 국제질서 속에서 어떤 전략적 행보를 보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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