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불량 독서기 내 독서생활은 이토록 불량하다. 그러나 이 불량함이야말로 나를 선량하게 살게 만드는 원천이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기꺼이 불량할 것이다 -
김정주(본인)
나름의 원칙은 있다. 읽고 싶은 책으로 시동을 걸고, 읽어야 하는 책으로 몰입을 가져가며, 읽어도 되고 안 읽어도 되는 책으로 쿨다운을 한다고 할까나. 아무리 노력해봐도 한 책을 붙들고 몇 챕터씩 씨름하는 것은 잘 되지 않는다.
다만, 이런 불량한 독서 가운데 꼭 치르는 의식 같은 게 있다면, 책을 읽고 나서는 반드시 10~15분 정도 핸드폰을 던져 놓고 산책을 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 스스로 내가 뭘 읽었는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던질 수 있는 질문이란 무엇인지 그런 구조화와 내면화의 작업이 일어난다.
사실 그 시간을 위해서 책을 읽는다고 해도 무방한 듯하다. 활자를 아무리 찰지게 읽어도, 밑줄을 난사해도, 조용히 머금고 천천히 걷는 시간이 없다면 카프카가 말한 '책이 얼어붙은 내면의 바다를 깨는 도끼'로 변모하는 일이란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
때로 어떤 책은 하루 종일도 머금고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준다. 아마 그럴 때 육체는 걷지만, 정신은 그 책의 자간과 행간을 걷고 있는 형태일 것이다. 그런 책을 만나면 좀 분에 넘치는 고마움을 꼭 표한다.
이 의식을 마치고 얻은 소중한 조각들을 손글씨로 다이어리에 옮겨 적는다. 급할 땐 핸드폰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반드시 손으로 적으려고는 한다. 그렇게 해야 휘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조각들이 글을 쓸 때 여기저기서 꼭 튀어나와서 빛과 온기를 더해준다.
이렇게 하는 데 내 경우엔 하루 한 시간 반 정도가 요구된다.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지켜내기 쉬운 시간은 아니다. 사수하기 위해서는 늘 안달을 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내 삶에 내 발걸음을 재촉할 수 있게 만드는 것들이 하나둘씩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특별히 출근 시간이 꽤나 자유로운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오전 시간에 끝내 부지런히 출근하게 만드는 것은 '어서 가서 책을 읽고 싶다'는 욕망보다 강한 것은 없는 듯하다.
내 독서생활은 이토록 불량하다. 그러나 이 불량함이야말로 나를 선량하게 살게 만드는 원천이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기꺼이 불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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