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 생태공원에 맹꽁이 없다

대체 서식지로 조성된 진주 맹꽁이 생태공원 , 전문가 "서식에 부적합" 지적

등록 2025.06.25 10:12수정 2025.06.25 10:12
0
원고료로 응원
장맛비가 지나간 진주시 철도공원 한복판, '맹꽁이 공원'은 적막했다. 몇 개의 웅덩이는 말라붙었고, 땅은 단단히 굳어 있었다. 이른바 '맹꽁이 생태공원'은 대체 서식지로 조성됐지만, 그곳에서 맹꽁이 울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2022년 진주시는 철도공원 조성 개발에 따라 기존 서식지를 없애고,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맹꽁이를 위해 대체 서식지를 조성했다.

 인근 주민 이인택씨가 맹꽁이 생태공원을 살피는 모습
인근 주민 이인택씨가 맹꽁이 생태공원을 살피는 모습 박보현

"예전엔 비가 오면 맹꽁이 울음소리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어요. 지금은 그 소리를 들으려면 공원 밖 도로 옆 웅덩이까지 가야 합니다."

철도공원 인근에 거주하는 이인택씨의 말이다.

단디뉴스는 그와 함께 지난 24일 비가 오는 맹꽁이 생태공원을 함께 둘러보았다.

 맹꽁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문화재 발굴 현장 부지
맹꽁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문화재 발굴 현장 부지 박보현

맹꽁이 울음소리가 들린 곳은 생태공원 안이 아니라 문화재 발굴 현장 근처였다. 그러나 이곳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이곳은 이미 도로 확장 공사가 예정된 부지다.

진주시 환경정책과는 "2023년 맹꽁이 개체수 조사에서 116마리가 확인돼 전년도(90마리)보다 증가했다"며 "다음주부터 10주간 100개의 트랩을 설치해 서식 현황과 개체수 파악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환경단체 등의 자문으로 맹꽁이를 위한 웅덩이 조성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태 전문가들은 단순한 개체수 증가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생태 조건이라고 지적한다.

생태 전문가 "대체서식지, 생태적 기능 미흡… 초지대·은신처 부족"


변영호 대한민국사람개구리네트워크 대표는 "대체서식지 공간이 너무 협소하고, 맹꽁이가 몸을 숨길 수 있는 흙 구조, 나무 뿌리, 돌 틈 등이 부족하다"며 "산란장이 있는 웅덩이 역시 맹꽁이 서식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변 대표는 "습지의 육상화는 생태계 천이과정 일부일 수 있지만, 인공 대체서식지의 경우엔 (인위적인 개입을 통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습지의 육상화는 생태계 천이과정 일부일 수 있지만, 대체서식지의 경우엔 (인위적인 개입을 통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식지로 지정된 공간에 억새와 버드나무가 땅속 깊이 뿌리내려 토양 자체가 건조하고 딱딱하게 굳고 있었다. 실제로 서식지로 지정된 공간에 억새와 버드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맹꽁이가 알을 낳고 숨기엔 지나치게 토양이 건조하고 거칠었으며 수풀 아래의 은신처도 거의 없었다.

 진주시가 조성한 맹꽁이 생태공원
진주시가 조성한 맹꽁이 생태공원 박보현

맹꽁이의 울음소리가 공원 안이 아닌, 공사 중단 지역인 웅덩이에서 들리는 이유도 이곳은 흙이 부드럽고, 얕은 물이 고여 있어 맹꽁이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 역시 도로 확장공사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대체서식지, 개발 허가용 허울일 뿐"… 지속가능한 관리 요구

맹꽁이는 논이나 하천 부근 나대지 등 도심과 가까운 공간에서 서식하는 대표적 양서류다.

한때 전국 곳곳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었지만, 도시 확장과 택지개발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했다.
정부는 맹꽁이와 같은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 개발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대체서식지 조성'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지만, 이후의 유지·관리는 지자체 재량에 맡기고 있다.

진주시도 환경영향평가 지침에 따라 3년간 유지·보수 의무가 있으나, 올해가 그 마지막 해다. 이후 관리 계획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다.

변 대표는 "진주 철도공원 내 맹꽁이 서식지는 현재 경남에서 서식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며, 과거 남강 둔치를 기반으로 살아 왔던 맹꽁이의 마지막 서식지"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진주시는 지금처럼 보여주기식 인공 구조물에 그칠 게 아니라, 장기적인 생태 모니터링과 시민참여형 관리 체계를 마련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체 서식지를 아이들과 시민들이 생물다양성과 기후위기를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행정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대구·부산 등 일부 지자체는 도심 습지를 맹꽁이 생태학습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진주시는 '맹꽁이 공원'에 멸종위기종 2급 설명이 담긴 안내판만 세워놓은 채, 실제 생태적 관리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라지는 소리, 꺼져가는 생명

맹꽁이의 이름은 수컷의 울음소리에서 유래했다. "맹" 하고 울면 다른 수컷이 "꽁"으로 답한다는데, 사람 귀에는 "맹꽁맹꽁"이라 들린다. 지금은 그 소리조차 희미하다.

맹꽁이가 살지 못하는 맹꽁이 공원, 사라지는 맹꽁이 울음소리에 진주시가 답할 차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단디뉴스에도 실립니다.
#맹꽁이 #진주시 #철도공원 #변영호 #양서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내 곁을 스치는 소소한 기쁨과 태연한 슬픔을 사랑합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평택' 밑으로는 인재 못 간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어딨나 '평택' 밑으로는 인재 못 간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어딨나
  2. 2 황혼 육아 고단함 날린, 며느리의 뜻밖의 선물 황혼 육아 고단함 날린, 며느리의 뜻밖의 선물
  3. 3 "설마 너도 그렇게 생각해?" 판사 제자에게 묻고 싶은 말 "설마 너도 그렇게 생각해?" 판사 제자에게 묻고 싶은 말
  4. 4 박찬대 40.5%, 박남춘 9.8%, 김교흥 5.4%...박찬대, 유정복에 오차밖 우세 박찬대 40.5%, 박남춘 9.8%, 김교흥 5.4%...박찬대, 유정복에 오차밖 우세
  5. 5 이광재 29.4%, 우상호 24.7%...김진태와 대결, 모두 오차밖 우세 이광재 29.4%, 우상호 24.7%...김진태와 대결, 모두 오차밖 우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