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사잇길로~ 여리게 여문 보리이삭이 부드럽게 살갗을 스치는 보리밭 사잇길이 상쾌하다
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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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에 살랑 갈대는 바람에 생각 없이 흔들리는 느낌이다. 청보리는 뭔가 생각 있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 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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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밭 사잇길로 빗방울 맺힌 보리밭을 홀로 걷는다. 사각사각 첫눈 밟는 소리가 난다 ⓒ 이철원
이곳 보리밭은 강원도 산골이어서 그런지 달려드는 날파리나 벌레가 없어 보리밭 사잇길을 걷기도 쾌적하다. 여리게 자란 보리싹 밟는 소리가 사각사각 첫눈을 밟는 기분이다.
참 그것 아시나요? '청보리'와 '보리'가 같은 애들이라는 것. 애당초 청보리라고 하는 별도의 종자는 없다. 보리가 누렇게 익기 전에 푸릇한 과정을 청보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에게서 '청년'이라는 유전자가 따로 없듯이 '청보리'는 '청년'인 셈이다. 사각사각 청년보리를 밟는 발자국 소리가 이내 속섬을 감싸 도는 지장천 물소리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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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장천의 물소리
민둥산에서 내려와 동강으로 흘러가는 지장천 물소리가 마치 통한의 정선아라리를 달래주는 듯하다. ⓒ 이철원
이곳 청보리밭을 가자면 '선평역'으로 검색하면 편하다. 선평역 마을 앞에 속섬이 보이고 그 둑방길에 주차가 가능하다. 이곳 낙동리에는 여러 이름이 있다. 행정 지명으로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의 뜻을 담은 '낙동(樂同)리'이다.
그러나 선평역이 있는 역세권(?)답게 '선평마을'로 더 많이 불린다. '선평(仙坪)'은 마을 가운데서 맑은 샘물이 솟아나고 경치가 좋아 신선들이 모여 놀던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속섬 청보리밭과 선평마을 마을 한가운데 샘물이 솟고 경치가 좋아 신선이 모여 놀던 곳이라 해서 선평 (仙平)이라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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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서 깊은 마을 이름이 또 하나 있으니 '거칠현(居七賢)' 이다. 조선이 건국되고 고려가 나라를 잃자, 고려의 충신인 전오륜, 김충한, 고천우, 이수생, 신안, 변귀수, 김한 등 칠현(七賢)이 "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며 절개를 지키어 이곳에 숨어 살았다고 한다. 이들은 매일 산에 올라 고도(古都) 개성을 향해 망배하며 통곡하고 망국의 한을 시로서 달래니 이 시가 전해져서 '정선아라리'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이야 우리에게는 조선 건국이 지나간 역사적 발전 과정이지만 당시에 고려 충신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통탄의 한이 서리는 일이었으리라. 그래서 이 마을은 거칠현동(居七賢洞)으로 불리며 '정선아라리'의 발상지가 되었다.

▲속섬에서 마을로 향하는 길목의 실개천 마을로 향하는 실개천(지장천)에 앙증맞은 돌다리가 있다. 떨어지는 빗방울도 앙증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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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을 나와서 마을 마실을 나서본다. 마을로 향하는 실개천에 앙증맞은 돌다리가 있다. 떨어지는 빗방울도 앙증맞은 느낌이다. 돌다리 위에서 금새 다슬기 몇 마리를 주워보았다. 역시 정선이다.

▲역시 정선 실개천에서 금새 굵은 다슬기 몇 마리를 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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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가진 마을은 어떤 동네일까? 동네한바퀴에 나서본다. 선평마을 마실 나들이. 집집마다 꽃이 있고 열매를 맺는 나무가 있다. 감자밭의 감자꽃, 도라지밭 하얀 도라지꽃이며 토끼풀도 어여쁘다.
밤꽃도 활짝 피었고 매실도 청매실이다. 이 마을에는 특히 집집마다 앵두나무가 많다. 앵두가 빨갛게 익어 바닥에 떨어진다. 아주까리도 있고 보리수열매와 호두나무도 보인다.

▲선평마을 마실 나들이 감자밭 감자꽃도 어여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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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평마을 마실 나들이 과수원밭 토끼풀도 정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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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평마을 마실 나들이 밤꽃향이 활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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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평마을 마실 나들이 도라지꽃이 딱 하나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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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평마을 마실 나들이 도라지밭 너머 언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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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평마을 마실 나들이 앵두나무와 장미. 마을 곳곳이 포토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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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평마을 마실 나들이 여기도 앵두나무. 마을길이 정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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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평마을 마실 나들이 조명은 켜고, 걱정은 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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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평마을 마실 나들이 보리가 청보리, 매실도 청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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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평마을 마실 나들이 마을 뒤로 기찻길 건널목도 있다. 여기도 포토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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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위로 기찻길도 있고 건널목도 있다. 그리고 동네 어느 골목 어디를 가도 분위기가 포토존이다. 모델이 없어서 우산을 모델 자리에 놓고 촬영해보았다.

▲선평역 지극히 소박한 간이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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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선평역이다. 참으로 존재감 없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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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오는 날의 선평역 지금은 페역이지만 올 가을부터 선평역에서 타고 내릴 수 있는 기차가 생겨날 예정이다 ⓒ 이철원
비 오는 날의 작고 아름다운 선평역은 더 운치가 있다. 지금은 폐역이지만 마을이 아름다워서 올해부터 열차가 다시 정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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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평역 앞에서 만난 고양이 가족 비 오는날 판자촌 고양이가족 ⓒ 이철원
선평역 앞에서 고양이 가족을 만났다. 비오는 날의 판자촌살이다. 아가들이 엄마를 핥아준다. 고양이가 서로를 핥아주는 것은 애정 표현이자 가족간의 유대감 형성이라고 한다. 또한 손이 닿지 못하는 부위를 청결하게 하는 그루밍이기도 하다.

▲다시 청보리밭 마을을 나오니 개천 너머 다시 청보리밭이 보인다. 더 아름답다. 작은 돌다리가 딱 포토존이다.
이철원
마을을 내려오니 다시 청보리밭이다. 그 사이 뭔 일이 있었던 걸까? 더 아름다워 보인다. 지장천 속섬 청보리밭으로 가는 작은 돌다리가 딱 포토존이라 모델 대신 우산을 놓고 촬영해보았다. 여행은 혼자여서 더 아름다울 때도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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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 싹 베어버렸네... 허탈한 마음, 8분이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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