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상 ‘철도와 인문’에 대해 주제발표 하는 이용상 우송대 부총장
고창남
이 부총장은 1904년 러일전쟁 시기에, '보스트윅 사진첩'에 담겨 있는 경인선, 독일인 헤르만 구스타프 테오도르 산더가 1906년 9월 27일, 러·일 전쟁 여파를 조사하며 여행하던 중 안양역에 정차한 기차와 그 주변 풍경을 촬영한 사진 등을 보여주여 설명을 이어갔다. 또한, 1910~20년대 독립운동과 한민족 디아스포라(Diaspora) 지도와 1915년 당시 유라시아 교통망 지도를 보여주며 당시 철도망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이광수의 유정 등 작품속에 나오는 시베리아 횡단철도, 1937년 연해주에 살았던 고려인 17만~20만 명이 중앙아시아로 이동했는데 당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르쿠츠크, 노보시비르스크-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까지 철도를 이용하여 이주했던 상황 등을 설명했다.
그는 또한 해방 이후와 분단시기의 철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남북분단과 함께 경의선과 경원선 등이 단절되었으며, 철도는 분단의 상징이자 동시에 평화의 가능성을 내포한 존재였다고 말했다. 신의주가 고향인 신모씨는 1948년 8월 신의주에서 기차를 타고 사리원과 해주로 이동해서 배를 타고 월남했고 다시 한국전쟁 당시 기차와 배로 부산과 제주도로 이동했던 사연을 소개했다.
이 부총장은 철도의 문화적 지평을 설명하며, 서울역·부산역·대전역 등 주요 기차역과 그 주변의 지역문화를 조명했다. 예를 들어, 대전역 관사촌 인근의 70년 된 대창이발관을 소개하며, 철도역 주변이 상업공간이자 주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기능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철도 개통으로 형성된 도시들에 대해 설명하며, 대전, 이리, 목포를 대표적인 철도 관련 도시로 꼽았다.
그는 이어서 "제주도에도 철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1929년에 제주순환궤도주식회사가 설립되어 제주 일주 193.1km 순환궤도 건설허가를 받았는데, 1929년 9월 6일 1단계로 협제~김녕간 55.5km 개통되었던 사실을 소개했다. 당시 궤간은 610mm, 차량은 수압식이었으며 2량으로 구성되어 1량은 4인의 여객, 1량은 화물용으로 이용되었으나 잦은 사고로 인해 1931년 9월에 폐선되었다.
이 부총장은 문화적 지평에서 철도와 문학의 관계를 설명하며, 조정래, 김훈, 채만식의 소설 속 철도 장면을 소개했다. 특히 김훈의 '하얼빈', 염상섭의 '만세전',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2013)'에서도 철도가 중요한 배경이자 상징으로 등장한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에는 김정환 시인의 시집 '기차에 대하여'는 철도와 기차를 통해 새 세상을 만들어가는 노동자의 삶을 그렸다고 소개했다.
다음으로 그는 철도의 철학적 지평인 '시간의 철학'에 대해 설명하며, 열차 시간표가 철도의 정시성과 선형적 시간 구조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철도는 인간 삶의 규칙성과 반복성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존재론적 사유를 이야기하며, 철로는 정해진 궤도처럼 인간 삶의 궤적을 상징하고, 철도역은 시작과 끝, 만남과 이별의 장소라고 했다.
이 부총장은 철도 관련 자서전과 녹음 자료를 소개했다. 소개된 자료로는 안경모 전 교통부 장관의 '지도를 바꾸고 역사를 만들며(수자원공사, 2002)'와 박수길 자서전, 전긍렬의 '그 외길 토목인생', '나의 레일 인생 60년', 최기덕 전 철도청장의 '철도와 함께한 2160일', 권기안 전 서울지방철도청장의 '철도와의 한 평생', 그리고 정종환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강에는 물이 넘쳐 흐르고' 등이 있다.
이 부총장은 또한 철도의 인문학적 경계를 기술 중심의 한계, 분단의 경계, 지역 불균형과 폐선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먼저 기술 중심의 한계로는 그동안 철도 정책과 담론이 기술과 경제성에 치우쳐 있고 인간 삶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고, 철도 통계를 넘어 삶의 궤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철도 만남 2007년 5월 17일 동해선 남북철도 시험운행 당시 남측의 최초 제진역장이 북측 기관사와 악수하는 장면
코레일 제공
그는 또한 철도가 분단의 한계를 못 벗어나고 있는 바, 경의선, 동해북부선 등은 여전히 단절 상태로 있으며, 향후 DMZ 철도의 가능성과 현실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 불균형 및 폐선과 관련하여 우리나라는 수도권 집중으로 인하여 지역 철도의 소멸 현상까지 보이고 있으며 폐선, 무정차역의 문화적 재생 과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큐(阪急)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큐는 폐선되거나 이용 수요가 줄어든 지역 철도 노선과 역을 지역 예술가들과 협력해 갤러리, 카페, 소극장 등 커뮤니티 예술 공간과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전략을 펼쳤다. 이로 인해 일부 노선에서는 철도 이용객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문화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었다.
우리나라도 철도 폐선을 재생한 사례들이 있다. 정선선은 아우라지 레일바이크로 활용되고 있으며, 경의선 마포구와 용산구를 잇는 숲길도 조성되었다. 부산 송정선의 경우 동해선 폐선 부지에 산책길을 만들어 지역 커뮤니티와 연계한 문화관광 모델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그는 주제발표를 마무리 하면서 철도에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를 첫째, 인간 중심의 교통 철학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둘째, 철도는 기술을 넘어 인간 삶의 공간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철도의 인문학적 지평은 열려 있으나 아직 경계에 머물러 있으며, 그 경계를 넘기 위한 인문학의 사유와 실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경부선 철도 개통 120주년이 되는 금년에 철도주요역(대전, 동대구, 부산)에 자료관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또한 철도건설 또는 개통 관련하여 5년마다 기록화 작업을 할 것을 건의했다.
이외에도 그는 철도의 미래를 위한 제언으로 첫째, 지역 균형 철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으며, 둘째, 철도 폐선을 문화 유산화 하고 시민과 소통하는 역사를 설계해야 하며, 셋째 철도가 문학 및 예술과도 협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하여 철도문학상을 제정하여 올해로 11회 째 작품을 공모하고 있고 매년 1000편 이상이 응모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부총장은 "철도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청년 세대의 삶과 가능성을 이어주는 상징적인 공간이자 문화적 통로로서 철도의 새로운 가치를 지닌다. 미래 세대를 키우는 일 '청춘과 철도'는 우리 사회가 이동성과 정주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따뜻한 해답이며, 철도를 중심으로 한 문학과 예술의 협업은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도구이자, 청년 세대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통로이며, 그리고 공공 인프라의 문화적 가치 재창출의 사례가 된다. 따라서 철도는 단지 과거의 산업유산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문화적 자산, 그리고 청춘의 감정을 실어나르는 문화 열차로서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준 ‘철도, 과거를 들여다보다’라는 주제로 발표하는 이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교통물류본부장
고창남
두 번째로 주제 발표에 나선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이준 교통물류본부장은 '철도, 과거를 들여다보다'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이 본부장은 국내 철도의 역사 및 발전과 해외 철도의 역사 및 발전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철도의 가치로 철도와 지역개발, 철도의 문화적 가치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국내 철도의 역사 및 발전과 관련해서는 1899년 전차 및 경인선 개통, 1905년 경부선 개통, 1906년 경의선 개통, 1917 만주철도 위탁경영, 1924년 금강산 전기철도 개통, 1946년 증기기관차 해방자호 운행, 1955년 산업선 개통, 1974년 지하철 개통, 마지막으로 2004년 고속철도 개통 등의 흐름을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경제개발기(1961~1988) 동안 철도는 자동차 교통의 한계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주목받았으며, 이 시기에는 복선화 및 전철화, 도시철도의 도입, 수도권 확장 등 다양한 변화가 추진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1989년에는 고속철도건설추진위원회가 설립되어 1992년 경부고속철도가 착공되었으며, 2004년 4월 1일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고속철도를 개통함에 따라 본격적인 '철도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속철도 개통 이후 철도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으며, 철도중심의 교통 패러다임 전환,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서의 재조명, 광역·도시철도의 확장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철도의 역사 및 발전과 관련해서는 1825년 증기기관차가 최초로 화물 및 여객 운송에 정기적으로 투입되어 상업적·실용적으로 운영되었으며, 1925년 스토크턴-달링턴 철도 개통 100주년 기념행사가 개최됐다. 미국은 1925년 Pacific Railroad가 세계 최초의 민간 주도 철도회사 설립 및 대륙횡단 철도 완공으로 철도산업의 대규모 상업화와 국가 확장형 철도망을 실현한 사례가 됐다.
일본은 1872년 아시아 최초로 증기기관차를 도입하여 서구식 철도 기술을 실용화하고, 메이지 유신의 산업 근대화를 이끈 국가주도 철도 개통 사례이며, 중국은 1881년 탕쉬철도(唐胥铁路)가 개통됐다.
1837년 로버트 데이비슨이 제작한 최초의 전기 기관차가 등장했고, 1863년 세계 최초의 도시 지하철이 런던에 등장했다. 1912년 스위스에서 최초의 디젤 기관차 개발되었다. 또한 1964년 일본 신간센이 개통되고 1981년 프랑스 TGV, 1991년 독일의 ICE, 2004년 한국의 KTX가 각각 개통됨에 따라 고속철도 시대가 개막됐다.
이 본부장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철도와 지역개발의 국제 사례로 덴마크 코펜하겐의 '손가락 계획(Finger Plan)', 파리와 베를린의 방사형·순환형 철도망, 일본 철도역사의 재개발 프로젝트 등을 소개했다. 또한, 철도의 문화적 가치를 보여주는 사례로는 일본의 고치 노면전차와 가고시마 노면전철, 스위스의 글레이셔 익스프레스, 중국 상하이 철도박물관, 일본 규슈의 JR 구마모토역, 에키벤(역 도시락) 문화 등을 언급했다.
이어서 질의응답이 있었는데, 방청석에서 한 참석자가 "우리 철도인은 통상 철도를 토목, 궤도, 건축, 전기, 신호, 통신, 차량 등으로 구성된 종합엔지니어링 기술이라고 한다. 오늘 이용상 교수님이 '철도는 인문학이다'라는 화두를 제시하여 매우 신선했다. 그런데, 철도가 인문학으로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함께 하는 (가칭) '철도문화제' 등을 개최하면 좋을 것 같아 제안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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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철도청 및 국가철도공단, UNESCAP 등에서 약 34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틈틈히 시간 나는대로 제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온 고창남이라 힙니다. 2022년 12월 정년퇴직후 시간이 남게 되니까 좀더 글 쓸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좀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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