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끼를 키워내고 있는 꾀꼬리의 모습
김재민
꾀꼬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름철새다. 보통 4월 말에서 5월 사이 한반도에 도래해 활엽수가 무성한 산림이나 강가의 수풀에 둥지를 튼다. 암컷이 거미줄과 식물섬유로 그물처럼 정교하게 엮은 밥그릇 모양의 둥지에 알을 낳고 품은 뒤, 약 18일 후 새끼가 부화한다. 부화한 새끼는 약 2주간 둥지에서 자라다 날갯짓이 완전히 갖춰지면 비로소 하늘로 날아오른다. 이번에 세종보 농성장 인근에서 발견된 꾀꼬리 둥지는 이 모든 과정을 무사히 지나고 있었다.
새로운 새끼의 등장은 세종보의 보 개방 이후 강 생태계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수문이 열리고 모래톱이 드러나자 수서생물과 어류가 돌아왔고, 이를 먹이로 삼는 조류도 다시 찾아들기 시작했다. 흰목물떼새가 강가에서 보의 직접적인 변화를 증명하고 있다면, 금강변의 숲을 번식지로 꾀꼬리가 안전하게 매년 번식하는 것은 강변의 생태계의 안정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강이 흐르는 곳에 생명이 돌아온다는 단순한 진실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장면이다.
고대 고구려 유리왕의 서정시인 '황조가'에도 꾀꼬리가 등장한다. 유리왕은 짝을 지어 노래하는 꾀꼬리 소리를 들으며 떠나간 아내를 그리는 자신의 외로움을 노래했다. 그러나 지금 이 강변의 꾀꼬리는 외로움의 상징이 아니라, 회복과 연결, 그리고 희망의 상징으로 우리 곁에 있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새가 머문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지켜낸 자리에서 새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며칠 후면 꾀꼬리는 둥지를 떠날 것이다. 그 작고 여린 새들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장면을, 농성장 사람들은 조용히 지켜볼 것이다. 무언가를 바꾸려는 다짐이나 선언 없이도, 새끼 꾀꼬리들의 날갯짓은 이곳에서의 시간과 노력을 충분히 설명해준다. 꾀꼬리가 자라고, 떠나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강. 그 강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 강은 흐르기를 원한다. 생명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이 자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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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농성장 인근의 '꾀꼬리 둥지'가 뜻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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