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없는 교육> 표지
서이슬
이 책은 2012년생 아들을 '언스쿨링' 하고 있는 저자 본인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언스쿨링'을 짧게 정의하면 '학교에 가지 않고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단순히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언스쿨링은 '학교'로 상징되는, 정해진 커리큘럼이나 학년 구분, 진도 없이 학습자의 흥미와 의사를 반영해 각자의 속도에 맞게 배움을 추구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 이미 오래 전부터 회자되고 있지만 오염될 대로 오염되어버린 '자기주도 교육,' 그리고 아직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은 '개별화 교육'이 함께 이루어질 때 이를 '언스쿨링'이라 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단순히 언스쿨링의 가능성을 외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교육을 언스쿨링으로 바꾸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난한 지역,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 공교육 외에는 배움의 길이 없었던 그가 공교육에 대해 갖는 감정은 단지 비판이 아니라, 함께 키워온 어떤 소중한 기억이자 가능성에 대한 기대다.
입시를 교육이라 착각하는 사회, 길들여지는 아이들
현재의 학교가 교육적이지 못한 이유는, 누구나 알다시피, 입시 경쟁에 있다. 삶과 동떨어져 시험에 나오는 것과 시험에 나오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학습의 필요가 정해지는 사회에서 아이들은 '배움'의 중요한 원동력인 '놀라움'을 경험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입시 경쟁 속에서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과 성장에 중요한 세 가지 본능ㅡ호기심, 놀려는 마음, 사람들과 어울리려는 마음ㅡ까지 모조리 빼앗기고 만다. 학습자의 "자유"와 "여유"를 최대한 활용하는 교육방식인 언스쿨링은 배움의 원동력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게 하지만, 입시 경쟁은 일말의 자유와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갈수록 자기만 아는 사람들, 자신의 편의와 자신의 의견과 자신의 권리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듯 보이는 건 어쩌면 그들이 어린 시절에 일말의 자유와 여유를 가져보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날이 갈수록 입시가 삶의 전부인양 길들여지는 아이들이 늘어만 간다.
그러나 저자의 지적대로, "배움은 올림픽이 아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배움은 각자 큰 산을 오르는 것과 더 비슷하다. 올라가는 길도 다를 수 있고, 각자의 속도로 올라가면 된다." 저자는 이렇게 각자 큰 산을 오르는 것과 비슷한 진짜 '배움'은 커리큘럼에서 조금만 자유로워지면 수월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커리큘럼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당연히 입시 경쟁이 없어야 한다. 다시, 문제는 입시 경쟁이다. 우리는 정말로 이 도돌이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교육은 올림픽 대표 선발전이 아니다
"최고의 기록을 보이는 학생을 골라내는 데 총력을 다하는 시스템." 현재 한국의 교육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묘사한다. 입시 위주의 교육이라는 시스템이 고장 났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브레이크를 걸지 않는다. 그러면서 말한다. "어쩔 수 없지. 우리 애만 안 시킬 수는 없잖아."
그렇게 수레는 계속 굴러간다. 세대가 바뀌어도, 아이들이 바뀌어도, 시스템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이 현실을 지탱하는 것은 과연 '입시제도'라는 무형의 괴물일까? 아니면 그 거대한 수레바퀴 아래에 세대를 거듭해 아이들을 갈아 넣고 있는 우리일까?
저자는 "교육은 올림픽 대표 선발전이 아니다"라는 데 동의하는 시민이 몇 퍼센트인지가 문제라고 말한다. 이 책은 바로 그 동의를 넓히기 위한 기록이다. 언스쿨링이라는 다소 낯선 방식이 사실은 누구에게나 있는 배움의 본능을 꽃피우는 길이라는 것을, 저자는 자녀의 성장 과정을 통해, 그리고 언스쿨링을 택한 또다른 세 가정의 경험을 통해 보여준다.
책의 후반부에는 저자의 자녀가 언스쿨링을 통해, 즉 놀라움과 자유, 여유, 그리고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과 또래 외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익힌 기록이 상세하게 담겼다. 또, 언스쿨링 과정을 거쳐 이제 성인으로서 오롯이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세 가정의 예가 각 챕터 사이사이 인터뷰로 실려 있다. 독자는 이들의 배움을 따라가며 놀라움을 경험한다.
배움을 다시 상상하자
이들의 경험을 조금씩이나마 우리 모두의 경험으로 만들 수 있다면, 마침내 우리의 교육도 바뀌지 않을까? 다소 도발적인 제목이지만 <학교 없는 교육>은 학교를 부정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교육의 본질을 되묻고, 지금의 학교를 어떻게 하면 더 교육적인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교육자나 교육운동가에게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책이 될 수 있다.
공교육 안에 있든, 밖에 있든, 아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이들의 배움을 걱정하고, 교육을 고민한다. 이 책이 보여주는 구체적인 실험과 그 결과들은 우리에게 다시금 질문하게 해준다. 교육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우리는 어떤 배움을 지지하고, 어떤 배움을 포기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구하고자 하는 모든 동료시민에게 이 책을 권한다.
학교 없는 교육
박순석 (지은이),
해피북미디어,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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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활동가로 살고 싶은 사람.
아이의 선천성 희소질환 '클리펠-트레노네이 증후군(KT 증후군)'을 계기로 <아이는 누가 길러요>를 썼다.
한국PROS환자단체 대표,
부천시 공공병원설립 시민추진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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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배움을 위한 용기 <학교 없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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