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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벌써 분수 나옵니까"... 시민들이 문제제기한 그 곳에 갔다

전일빌딩245 옥상에서 민주광장까지... 소설 <소년이 온다> 따라 걷는 5.18광주 유적지 투어

등록 2025.06.30 11:37수정 2025.06.3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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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나는 전일빌딩245(광주 동구 금남로 245)에서 진행된,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따라 걷는 문학투어에 참여했다. 마침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기획전시실에서는 <소년이 온다> 특별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문학투어에 앞서 특별전시실을 찾았다.

 <소년이온다> 특별전시실 입구
<소년이온다> 특별전시실 입구 여경수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여섯 개의 장과 하나의 에필로그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마다 '나', '너', '당신'과 같은 화자로 등장하는 동호, 정대, 은숙, 교대 복학생, 선주, 동호의 어머니, 그리고 작가가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를 제외한 이들은 모두 1980년 광주에 있었던 인물들이다. 특별전시실 입구에는 진한 녹색 바탕에 흰 글씨로 전시를 설명한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전시를 둘러본 뒤, 전일빌딩245 북카페로 가서 행사 진행자들을 기다렸다.

참석 인원을 확인한 해설사와 함께 먼저 전일빌딩245 옥상으로 올랐다. 5·18 당시 광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이곳 옥상에서는 많은 이들이 광주 시와 시민을 내려다보았을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오늘날의 옛 전남도청과 무등산, 그리고 그 아래 어우러진 하얀색 건물인 조선대학교를 바라보았다.

사진으로만 보던 5·18, 직접 걸으며 만난 광주의 아픔

 전일빌딩245와 5.18민주광장의 시계탑
전일빌딩245와 5.18민주광장의 시계탑 여경수

우리는 건물 밖으로 나와 5·18민주광장을 지나 시계탑과 분수대를 거쳐 상무관을 둘러보았다. 마침 상무관 주변에서는 양궁 대회 준비로 공사 차량이 주차돼 있었고, 인부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지금은 시계탑에서 매일 오후 5시 18분이 되면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진다. 계엄군이 광주를 장악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분수에서 물이 솟아오르자, 시민들이 "무슨 좋은 일이 있다고 벌써 분수가 나오냐"라고 민원을 넣었다고 한다.


소설 속 인물 동호는 상무관에서 희생자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관 앞에 초를 붙인다. 문학투어 시작 때 양초에 불을 붙이는 행사를 했는데, 그 의미를 그제야 실감했다. 우연히도 내가 참가자 대표로 그 초에 불을 붙였다.

5·18민주광장 한편에는 고목이 된 회화나무가 있고, 그 옆에는 이 나무에서 분재된 새로운 회화나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옛 광주적십자병원
옛 광주적십자병원 여경수

우리는 길을 건너 옛 광주적십자병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5·18 당시 수백 명의 사상자를 치료했고, 수많은 시민이 다른 이들을 살리는 헌혈을 하기 위해 모여들었던 장소다. 지금은 광주광역시가 매입해 5·18 사적지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문 옆 응급실 앞에 서니, 그 옛날 사진으로만 보았던 5.18 당시의 참상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충장로와 금남로를 지나 마지막으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앞에서 답사를 마무리했다. 해설사와 함께한 이번 문학답사는 혼자 걸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장소들의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된 시간이었다. 특히 <소년이 온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머물렀던 공간을 직접 걸어보니 그들의 삶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다.

사실 이번 방문에는 작은 계기가 있었다. 이틀 전 5·18국제연구원 중간발표회에서 발표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내 발표를 들은 한 청중이 질문을 했다. 그는 전두환 대법원 판결문을 읽어보았는데, 일부 내용이 전두환을 옹호하고 있으며, 5·18특별법을 두고 '형벌 불소급' 원칙(새로 제정된 법률은 그 이전에 발생한 사실에 소급하여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해당 법을 흔드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면서 내 생각을 물었다.

그 자리에서는 생각을 잘 풀어내어 선뜻 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만약 지금 다시 답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 사회엔 아직도 국가범죄의 (피해자들) 증언을 왜곡하거나, 심지어 혐오까지 하는 이들이 있다. 나는 그 왜곡에 맞서, <소년이 온다>의 '소년'처럼 밝은 빛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고 말이다.

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창비, 2014


#소년이온다 #518광주민주화운동 #전일빌딩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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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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