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광주적십자병원
여경수
우리는 길을 건너 옛 광주적십자병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5·18 당시 수백 명의 사상자를 치료했고, 수많은 시민이 다른 이들을 살리는 헌혈을 하기 위해 모여들었던 장소다. 지금은 광주광역시가 매입해 5·18 사적지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문 옆 응급실 앞에 서니, 그 옛날 사진으로만 보았던 5.18 당시의 참상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충장로와 금남로를 지나 마지막으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앞에서 답사를 마무리했다. 해설사와 함께한 이번 문학답사는 혼자 걸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장소들의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된 시간이었다. 특히 <소년이 온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머물렀던 공간을 직접 걸어보니 그들의 삶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다.
사실 이번 방문에는 작은 계기가 있었다. 이틀 전 5·18국제연구원 중간발표회에서 발표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내 발표를 들은 한 청중이 질문을 했다. 그는 전두환 대법원 판결문을 읽어보았는데, 일부 내용이 전두환을 옹호하고 있으며, 5·18특별법을 두고 '형벌 불소급' 원칙(새로 제정된 법률은 그 이전에 발생한 사실에 소급하여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해당 법을 흔드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면서 내 생각을 물었다.
그 자리에서는 생각을 잘 풀어내어 선뜻 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만약 지금 다시 답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 사회엔 아직도 국가범죄의 (피해자들) 증언을 왜곡하거나, 심지어 혐오까지 하는 이들이 있다. 나는 그 왜곡에 맞서, <소년이 온다>의 '소년'처럼 밝은 빛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고 말이다.
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창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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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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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벌써 분수 나옵니까"... 시민들이 문제제기한 그 곳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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