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23일 낮 12시 25분경 발생한 함양군 유림면 유평리 산불.
최상두
일본은 산림율이 우리와 비슷하다. 국토의 67%가 산림이고 이 중 58%가 사유림이다. 그런데 산림이용률을 보면 확연히 달라진다. 목재 자급률은 우리보다 2배 이상이며, 2030년 50% 도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오매스 에너지 이용은 23배나 많다. 목재 자급률을 보면 2000년대 초반 우리랑 비슷한 수준에서 2배 이상 끌어올린 것이다. 일본도 영세 산주가 많지만 산림조합의 대리경영이 안착되어 있어서 우리처럼 버려지는 숲은 확연하게 적다. 차이의 시작은 다른 발상이다. 그들은 산림을 보존의 대상을 넘어서 '이용 가능한 순환 자원'으로 바라본다.
우리나라는 식민지 수탈과 전쟁의 폐허 위에서 '산림녹화'에 성공했다. 지금 우리 숲의 3분의 2는 인공적으로 조림한 것이다. 나무 한그루도 소중했다. 불법 벌목을 단속하기 위해 경찰력까지 동원되었다. 산림녹화가 한창이던 때에는 주무부서인 산림청이 내무부 소속이었다. 여차하면 경찰 투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벌채는 비도덕적 행위로 사람들 머릿속에 은연중 자리 잡게 되었다. 숲은 보호받아야 하고 나무를 베는 일은 환경을 해치는 행위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일반화되었다. 지금도 인식의 변화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주도하고 민간이 적극 참여하여 이룬 산림녹화 기적은 여전히 우리의 자랑이다. 후진국이 그 짧은 시간에 황폐한 숲을 복원한 사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국토를 갈색에서 녹색으로 바꾸었지만 우리 숲이 건강한지, 앞으로도 지속가능한지는 따져 볼 일이다. 숲과 함께 산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지속가능할지도 봐야 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우리 농촌, 어촌도 겪고 있는 문제이지만 산촌이 당면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깊다. 농어촌 주민들은 농사를 짓고 어류와 해산물을 잡기라도 하지만 산촌에선 할 게 막막하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산에 올라 바라보는 멋진 풍경과 맑은 공기 때문에 숲을 공공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 대부분은 누군가의 재산이다. 이 숲을 매개로 살아가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익가치로 정부가 메워 주는 것도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임업이 산업으로 제대로 자리 잡아야 해결될 수 있다. 조금은 낯선 일이지만 숲을 경제활동의 대상으로 보고 그 가치를 올리는 길을 찾아야 할 때다. 숲도 돈이 된다고 생각되어야 투자가 이루어진다. 투자자가 숲의 수익성을 확인하고 거부감 없이 투자를 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 플랫폼을 고민할 때다.
먼저 숲의 구조가 비슷한데 산림경영에 나름 성과를 보이고 있는 일본 사례를 분석하여 적용하는 게 순서다. 애초부터 산림경영에 두각을 나타냈던 유럽 선진국들과는 달리 일본은 지난 20~30년 전부터 결과를 보이고 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다 우리만의 장점을 고려해 보면 어떨까. 우리 숲은 전체 탄소 저장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카본 크레디트(Carbon Credit)도 수익원이 될 수 있다. 건축자재나 가구에 쓰이지 못하는 미이용 산림자원의 경제 가치를 올리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태양광, 바람 등이 가져다 주는 '햇빛 바람 연금'도 산촌의 기본소득에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기후변화는 일상을 바꾸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국가의 시급한 과제다. 할 수 있으면 하는 숙제가 아니다. 탄소중립에 가지 못한 나라는 세계 경제생태계에서 퇴출될 것이다. 생존의 문제다. 탄소를 저장하는 숲은 환경 보호를 넘어 보존이 필요하다. 기후 조절에 있어 숲이 어떤 생태적 기능을 갖는지 안다. 기후 이상이 불러 온 대형 산불은 가뜩이나 팍팍한 산촌 살림살이를 더욱 힘들게 한다. 피해보상도 여의치 않다. 재보험은 먼 나라 이야기이고 국가의 보상도 턱없이 부족하다. 6월 28일은 이번 경북지역 산불이 난 지 100일째되는 날이다. 대한민국 산촌이 어디로 가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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