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아르바이트(자료사진).
shen liu
이런 구체적인 상상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뭐냐고? 몇 년 전 나도 한때 프랜차이즈 카페 알바생이었기 때문이다. 입지가 좋은 곳이었다. 9층짜리 상가의 1층. 학원가와 아파트 단지가 둘러싸고 있었다.
내가 알바하던 한낮은 어마무시하게 손님들이 몰려오는 피크타임이었다. 고객이 빠져나간 자리에 곧바로 새로운 고객이 들어왔다. 주문은 계속해서 쏟아졌다. 나는 손이 빠른 편이라 자부했지만, 내 손에 계속 제동을 거는 것은 빙수였다.
빙수에는 공통적인 요령이 없었다. 일반 음료는 얼음-샷-물-시럽 등 공통된 조리법이 있었지만, 빙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독 작업이었다. 제빙기에서 얼음을 퍼고, 우유와 연유를 섞은 시럽을 뿌리고, 팥을 층층이 깔고, 떡을 올리고, 미숫가루를 톡톡 친다.
그러면 하나를 만드는 데 최소 5분, 길면 10분도 걸렸다. 일반 음료 5~6잔은 이미 처리했을 시간이다. 매장 상황을 모르는 손님들이 "왜 이렇게 커피가 안 나오냐"라고 항의할 때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알바 상황은 나 때보다 지금이 훨씬 바쁘다. 코로나 이후 배달 주문은 기본이 됐다. 예전에는 음료만 팔았던 카페들이 이제는 떡볶이, 샌드위치, 조리 식사류까지 취급한다. '요리하는 카페', '조리하는 알바생' 시대다. 최근 한 후배는 컵빙수 품절 사태로 알바인 자기가 욕을 먹었다며 억울한 마음을 토로했다.
단순히 재료가 떨어져도 '왜 장사 안 하냐'는 오해를 받는다고 한다. 오죽하면 본사의 재료 공급을 기다릴 수 없어 같은 재료를 인터넷에서 2배 비싼 가격에 사기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컵빙수의 인기가 뜨거운가 보다.
컵빙수를 먹게 된다면
2030세대가 컵빙수를 유독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생각해봤다. 첫째, SNS 시각효과 때문이다. 한 컷에 다 담길 정도로 콤팩트하면서도 알알이 영롱한 토핑이 시각적 효과를 이룬다.
둘째, 혼자 먹기 좋다. 1인 소비에 딱 맞는 크기다. 셋째, 가격 대비 구성의 만족도가 높다. 4~5천 원에 팥, 떡, 젤라또까지 들어간 '디저트 파르페'를 먹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굳이 빙수에만 집중하지 않고 이동하거나 밖에서 친구를 기다릴 때도 먹을 수 있다. 서서 먹는 사람들을 보면 꾸중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한 번에 여러 행동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청년들에게는 실용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
한편, 동네 카페들도 능동적으로 이 흐름에 올라타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내가 사는 동네의 한 개인 카페는 '과거 스타일 컵빙수'를 출시했다. 얼음과 팥, 연유, 젤리나 과일 몇 조각. 특별한 기교 없이 옛날 팥빙수를 작게 줄인 듯한 심플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다만 효율성이 하나의 애로사항이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대량 생산과 본사 공급망 덕에 단가를 낮출 수 있지만, 동네카페는 재료 수급과 인건비가 발목을 잡는다.
대형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대량 생산 및 알바생 증원으로 공이 많이 드는 디저트를 공급하고 있지만, 개인 카페에게 다양한 재료 보관과 인건비는 또 다른 문제다. 세분화된 디저트가 하나의 유행으로 끝날지, 혹은 안정적인 수익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결국 지금의 컵빙수 대란은 단순한 유행은 아닌 것 같다. 그 안엔 MZ세대의 소비 패턴, 알바의 비중 확대, 동네 상권의 고민이 겹겹이 얽혀 있다. 다음에 컵빙수를 혹시 떠먹게 된다면, 그 안에 어우러진 토핑 하나하나를 알알이 느껴보자. 작지만 존재감을 확실히 하고 있는 그 모습에 MZ세대 노동의 풍경이 담겨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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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란' 컵빙수, 못 먹어도 알바를 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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