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시즌3, 이정재-황동혁-이병헌 배우 이정재, 감독 황동혁, 배우 이병헌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오징어 게임> 시즌3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정민
결국 새드엔딩이든 해피엔딩이든 황동혁 감독은 견고한 무한 경쟁 및 자본주의 시스템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었다. 코인 사기로 빚더미에 앉은 명기가 자신의 아들을 담보로 삼을 정도로 타락하는 것도, 프론트맨(이병헌)이 결승을 앞둔 기훈에게 술에 취한 채 잠든 다른 참가자들을 살해하라는 것도 결과만 놓고 사람을 판단하는 시스템의 산물인 셈. 결국 마지막 게임에서 명기를 떨어뜨리고도 아이를 살리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하며 기훈이 프론트맨에게 던진 "우린 말이 야냐. 사람이야. 사람은..."이라는 외마디가 기억에 남을 법하다. 끝내 끝맺지 못한 말 뒤에 감독은 어떤 말을 덧붙이고 싶었을까.
"처음엔 그 대사를 많이 고민했다. 근데 답이 안 나오더라. 기훈이라는 인물은 한두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인물이다. 이처럼 이타적일까 싶다가도 흉포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사람은 불가사의한 존재라는 생각에 빈칸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어떤 존재라고 정의하기 보다는 이 시점에선 이렇게 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팠다. 더 가지려는 경쟁만 추구하고 기득권이 되려는 욕망의 수레바퀴를 멈춰야 한다. 더 나빠지지 않는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기훈이 그 말을 빈칸으로 두고 행동으로 보여주길 원했다.
참가자들 숙소에 침대가 치워지면서 벽면에 드러나는 문구가 있다. 카메라에 자세히 잡진 않았지만, '호디에 미기, 크라스 티비'(Hodie Mihi, Cras Tibi)라는 말이 있는데 고대 로마시대 묘지에 적힌 말이라고 한다. '오늘은 나지만 내일은 너'라는 뜻이다. 마지막 게임이 색바래고 낡은 기둥에서 진행되는데 그게 바로 시스템이 무너지기 직전인 우리 사회를 뜻한다. 오늘은 내가 약자지만, 다음은 네가 될 수 있으니 경쟁을 멈추고 공정한 게임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말하고 싶었다. 거기에 안전제일 표지판을 꼭 달고 싶었다. 어느 공사장에나 있지만, 산업재해는 끊이지 않는다. 약자를 위한 안전판을 말하지만 사실은 성장제일, 소비제일을 추구하는 사회인 것이지."
황동혁 감독은 "기훈이 프론트맨의 제안을 거절했을 때 이미 패배를 직감했을 것"이라며 "기훈이 실제로 자신을 희생하는 것을 보고 (프론트맨은)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승자가 된 아이를 데리고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같은 결말 설정, 그리고 시즌1에 비해 단선적이고 기능적이 된 캐릭터에 대한 비판을 황동혁 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프론트맨의 서사가 자세히 나오거나 각 캐릭터 간 연결고리가 더 밝혀질 것이라 기대했던 일부 팬들의 반응에 황동혁 감독은 "시즌3이 결국 기훈의 선택이 중심인 것이라 다 넣을 수 없었다"고 답했다.
대신 그는 "스핀오프(작품 외전)를 하게 된다면 프론트맨의 과거나 박 선장(오달수), 딱지맨(공유) 간 관계를 그릴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떤 메시지를 넣기보단 팬들을 위한 흥미와 궁금증을 해소할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외신 등 항간에 불거진 시즌4 혹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 함께 미국판 <오징어 게임>을 한다는 보도는 전면 부인했다.
"이렇게 긴 시리즈가 나오면 어느순간부터 작품의 주인은 팬분들이 되는 것 같다. 어떤 기대가 생기기 마련이고 그게 다 달라서 전부 만족시키긴 어렵지. <왕좌의 게임> 결말 때 팬분들이 엄청 뭐라고 한 사례도 있잖나. <오징어 게임>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도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리즈로 제가 얻은 거 많지만 잃은 것도 많다. 치아도 10개나 잃었다. 좀 더 다양한 도전을 해보고 싶다. 평생을 이걸로 끝내고 싶진 않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순수하게 <오징어 게임> 뒷이야기 정도로 해보고 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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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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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넣을 수 없었다" 쏟아지는 비판에 대한 '오징어게임' 감독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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