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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버거' 먹으며 오키나와 말하는 자리, 왜 만들었냐면

오키나와 클럽, 북클럽·거리 캠페인·기획 전시·연대 행사 진행 예정… 동아시아 평화운동 잇는다

등록 2025.07.01 11:52수정 2025.07.0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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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SCC 성산커피클럽에서 '오키나와 클럽'이 주최한 비건 버거 팝업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관계자가 비건 버거를 제조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SCC 성산커피클럽에서 '오키나와 클럽'이 주최한 비건 버거 팝업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관계자가 비건 버거를 제조하고 있다. 차종관

지난 6월 28일, 서울 마포구 SCC 성산커피클럽에서 '오키나와 클럽'이 주최한 비건 버거 팝업 행사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매해 6월 23일인 '오키나와 위령의 날'을 기리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격전지였던 오키나와의 역사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평화·생태·인권 문제를 음식과 이야기로 풀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행사장에서 제공된 비건 버거는 어업이 활발한 오키나와에서 '물살이(생선)를 죽이지 않겠다'는 철학으로 만들어진 식물성 기반의 메뉴로, '우키시마 가든(浮島ガーデン)'에서 먼저 선보였다. 기장(millet)과 김을 주재료로 사용해 패티를 만들고 바다의 맛을 구현한 게 특징이다.

행사를 주최한 윤호와 준짱(활동명)은 지난해 6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불안감을 품고 일본 오키나와를 여행했다. 이들은 오키나와 북부 헤노코 지역에서 4000일 이상 지속된 미군기지 반대 시위 현장을 방문했고, 미군기지 반환운동 끝에 건립된 사키마 미술관에 들렀다. 또한 미야코지마 섬에서 오키나와 사람들이 신성한 존재로 여기는 바다거북을 만났다. 특히 듀공 서식지 파괴, 주민의 비폭력 저항, 해상권과 기후 생태 문제 등이 단순한 지역 이슈가 아닌 동아시아의 위태로운 평화를 보여준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평화를 시민 일상 속에서 풀어내려는 실험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SCC 성산커피클럽에서 '오키나와 클럽'이 주최한 비건 버거 팝업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비건 버거와 수제 콜라가 완성돼 플레이트에 올라와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SCC 성산커피클럽에서 '오키나와 클럽'이 주최한 비건 버거 팝업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비건 버거와 수제 콜라가 완성돼 플레이트에 올라와 있다. 차종관

이들은 아무리 현실이 어려울지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오키나와 클럽'이라는 단체를 시작하게 됐다. 마치 황무지가 되어버린 시레토코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운동을 통해 온대림으로 복원시켜버린 '시레토코 클럽'이 떠오르는 이름이다. 이 프로젝트는 각자의 방식으로 오키나와를 기억하고 행동하는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게 시작된 비건 버거 팝업은 단순한 먹거리 판매가 아니라 오키나와 및 동아시아의 평화 이야기를 시민 일상 속에서 풀어내려는 실험이기도 했다. 각 테이블에서는 즉석 수다회가 열렸고, 버거를 먹으며 오키나와의 역사와 일본 제국주의, 미군기지 문제, 평화운동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이 연출됐다. 마포퀴어위크, 모놀장 등 다양한 공동체와의 협업했기에 더욱 많은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첫 단추를 잘 끼운 오키나와 클럽은, 오는 7월부터 평화, 생태, 예술을 중심으로 '오키나와 북클럽'을 시작한다. 북클럽은 아라사키 모리테루의 <오키나와 이야기>, <오키나와 현대사>, <오끼나와, 구조적 차별과 저항의 현장> 등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세부적으로는 일본 제국주의 시기 류큐 처분, 태평양전쟁과 집단자결, 전후 일본의 경제 번영과 오키나와 분리, 미일 안보체제와 기지 반환 논란, 그리고 올 오키나와 운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아우른다. 자마미섬 희생자의 83%가 여성과 아이였다는 역사적 사례는 전쟁 기억 속 가부장적 질서를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SCC 성산커피클럽에서 '오키나와 클럽'이 주최한 비건 버거 팝업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왼쪽은 준짱, 오른쪽은 윤호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SCC 성산커피클럽에서 '오키나와 클럽'이 주최한 비건 버거 팝업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왼쪽은 준짱, 오른쪽은 윤호다. 차종관

9월부터 10월까지는 대만과 강정, 오키나와를 연결해 동아시아 평화운동의 맥락에서 오키나와 문제를 확장적으로 고찰하고, '위안부' 및 강제동원 문제를 페미니즘 시각에서 접근할 예정이다. 11월에는 '헤노코에서 동아시아 해상권으로'라는 주제로 해양 식민지 역사, 사탕수수 산업, 해양 생물권 보존 문제를 다루며, 12월에는 사키마 미술관과 우키시마 가든을 중심으로 예술과 평화의 접점을 되새기는 시간을 마련한다.


북클럽은 서울 마포구 모처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정기 모임은 평일 저녁 시간에 열릴 계획이다. 북클럽 외에도 향후 오키나와 클럽은 버거 팝업, 거리 캠페인, 기획 전시, 지역 연대 행사 등을 통해 보다 넓은 층위의 시민과 만나고자 한다.

윤호와 준짱은 "오키나와의 역사는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며, 현재의 우리 삶과 연결돼 있다"며 "이번 비건 버거 팝업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에서 실현 가능한 연대의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연대의 방식을 오키나와 클럽을 통해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오키나와클럽 #비건 #동아시아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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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저널리스트 차종관입니다. 시민사회·사회연대경제·임팩트생태계 등을 출입하며 사회변화를 기록합니다. 대학언론의 위기, 주체적인 죽음 설계, 취약계층 주거권 보장 등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는 활동가이기도 합니다. 대학원에서는 당사자언론을 연구합니다. 대학 내 언론자유 및 민주주의, 시민공익활동의 자생력에 관한 정책 제안에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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